가루지기<337>내 복에 먼 자석이 있겄소
가루지기<337>내 복에 먼 자석이 있겄소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0.11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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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북망산이 멀다더니 <74>

"끝났소. 그 쪽이 걱정이 되어 설거지도 못 허고 왔소."

"아, 그까짓 밥 한 술 못 챙겨 묵겄소? 씨잘데기 없는 걱정얼 허셨소이."

"부처님 공양도 올려야지라우. 영장나리네 불사라서 그런지 산내며 인월에서 사람덜이 겁나게 오셨습디다. 그 쪽언 안 가기 천만다행이었소. 이부자네 안방마님도 오셨습디다. 쌀얼 한 말이나 이고."

"그래라우? 성님이 오셨어라우?"

"이번에넌 어뜨케던 아덜얼 볼 심산인갑습디다. 시주쌀얼 한 말이나 이고 온 것을 보면. 나럴 알아보고, 이녁이 불공언 잘 디리고 있는가 묻습디다."

"허리가 뿌러지도록 절얼 허고 있다고 말씸얼 디리제요."

"안 그래도 그리 말씸얼 디렸소. 헌깨, 더욱 열심이 절얼 디리씨요. 우는 애기 젖 준다고, 절얼 한번이라도 더허면 사정얼 봐줄지 누가 아요? 이부자헌테 아덜만 하나 앵겨줘 보씨요.

그 많은 재산이 다 누구헌테 가겄소? 결국에넌 이녁이 난 자식헌테 갈 것이 아니요? 애기 때넌 몰라도 자석언 크면 제 친에미럴 찾는다고 그럽디다."

"부지런히 해야지라우. 부처님 상투를 잡고 사정얼 해서라도 꼭 아덜 자석 하나는 점지럴 받야지라우."

옥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공양주보살의 말을 듣고 보니까, 정말 이부자의 자식을 낳아주고 한 세상 편히 살까, 하는 욕심도 슬며시 생기는 것이었다.

"저녁 공양을 준비헐 것인깨, 이녁언 절이나 몇 자리 더 허시씨요."

공양주보살이 그렇게 말하고 돌아 간 다음이었다. 옥녀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좌대에 점잖게 앉아있는 부처님을 올려다 보았다.

'부처님, 이 년이 절얼 부지런히 디리면 자식얼 하나 주실라요?

음탕헌 년이라고 욕언 허실망정 불쌍허게 봐서 자석언 하나 주실라요?'

옥녀가 물었으나 부처님은 대꾸가 없었다.

'내 복에 먼 자석이 있겄소? 자석 욕심언 버릴랑깨, 뒷골 남정네나 탈없그로 맹그라 주시씨요. 아까막시 말씸디린대로 이 년언 그 남정네허고 그냥저냥 살라만요. 이부자네 논문서넌 돌려주고 우리 두 몸뗑이로 입벌이험서 살랑만요.'

옥녀가 공양주보살이 부처님 전에 올릴 공양을 들고 올 때까지 빌고 또 빌었다.

다음날이었다. 주지 스님이 아침공양을 끝내고 돌아온다고 했다는 말에 옥녀가 목욕재계하고 부처님 앞에 절을 올리고 있는데, 하마하마 기다려도 주지 스님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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