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36> 부처님, 이 년얼 나무래셨소?
가루지기 <336> 부처님, 이 년얼 나무래셨소?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0.10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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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북망산이 멀다더니 <73>

그 뿐만이 아니었다. 옥녀, 네 이년, 하는 호통이 법당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으려는 몸을 겨우 가누고 옥녀가 흘끔 뒤를 돌아보았다. 법당은 문이 닫혀있었고, 토방 위는 텅 비어 있었다. 공양주보살이건 주지 스님이건 법당에 있으면 짚세기가 놓여 있을 판인데, 아무 것도 없는 것이었다.

'내가 잘못 들었는가?'

옥녀가 가슴을 두어 번 토닥이다가 법당으로 갔다. 역시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부처님이 호통얼 치셨을 택도 없는디. 부처님, 이 년얼 나무래셨소? 절언 안 허고 어만짓얼 허고 왔다고 꾸중얼 허셨소?'

옥녀가 부처님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으나, 부처님은 빙그레 웃을 뿐 대꾸가 없었다. 그 웃음에 마음이 놓인 옥녀가 신발을 벗고 법당 안으로 들어갔다.

'하이고, 부처님. 몸이사 실퍽허게 물었십니다만, 부처님께넌 못 헐 짓얼 했소. 허나 어쩌겄소? 허리가 뿌러지도록 부처님께 절얼 디리는 것보담언, 허리가 뽀사지도록 남정네와 아랫녁 송사럴 허는 것이 좋은 것얼요.'

옥녀가 퍼질러 앉아 중얼거렸다. 부처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오냐, 오냐, 누가 머라고 허냐? 하는듯이 너그럽게 웃고 있었다.

'부처님, 제발 적선에 나무패는 사내가 고태골로 안 가게만 해주시씨요. 부처님 전에 공양언 못 올려도 날마동 고맙다고 절험서 살께라우. 이년이 시방꺼정 만낸 남정네 가운데 그래도 젤로 나샀구만요. 이년도 이 사내, 저 사내 앞에서 치매럴 벗는 것이 인자는 신물이 낭구만요. 진득허니, 그 남정네허고 살랑깨, 고태골로 보내지만 말아주시씨요.'

그렇게 중얼거리다보니까, 어느 사이에 두 손이 합장을 하고 있었고, 입술이 달싹일 때마다 고개가 앞으로 숙여지고 있었다.

'부처님, 이 년인들 어찌 욕심이 없겄십니까만, 이부자헌테 받은 논문서넌 돌려줄랑구만요. 그럴랑깨 나무패는 남정네럴 꼭 살려주시씨요.'

옥녀가 중얼중얼 횡설수설을 하고 있을 때였다. 법당 문이 벌컥 열리더니, 공양주보살이 말했다.

"그만헌 정성이면 부처님이 감동허셔서 아럴 점지해주시겄소."

옥녀가 흘끔 돌아보았다.

"언제 오셨소?"

"시방 막 오는 질이요. 보는 사람이 없다고 낮잠이나 퍼질러 잘 중 알았는디, 정성이 대단허요."

"기왕 맘 묵고 디리는 불공인디요. 허는데꺼정언 해봐야지요. 불사는 끝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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