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이 이사를 시작한 바로 그날 우연하게도 신문에는 도시와 농촌의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는 기사가 같이 나왔다. 지난해 농가 소득은 도시근로자 가구의 59.1%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1985년 농가 소득이 도시근로자 가구 소득의 112.8%를 기록한 후 26년 만에 정확히 반토막이 난 셈이다.
국무총리실이 세종시로 이사한 것만으로 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세종시는 국가균형발전의 출발점이지만, 그야말로 첩첩산중이고 난제중의 난제다. 균형발전이라는 문제 자체가 어려운 것이 결코 아니다. 그 문제를 풀어가야 할 사람들의 의지와 신념이 늘 흔들리기 때문에 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마음속 깊이 균형발전의 필요성이 공감되고 그래야 국가가 발전하고 사람들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신념이 내재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다. 몸은 세종시에 와있지만 늘 마음은 서울에 있는 고급 공무원들이 있는 한 균형발전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그럼에도, 세종시가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면 지역문제에 대한 인식과 생각도 조금씩은 달라질 것이다.
세종시 건설이 실질적으로 국가균형발전의 핵심기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경제정책이 나와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가중시키고 있는 것은 한국의 재벌기업들이다. MB정부 이후 대형마트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그 대형마트들은 골목상권과 영세소상공인들을 거의 전멸시켰다. 중소도시의 구도심은 거의 폐허에 가깝게 무너졌다. 대형마트의 주인들은 한결같이 대기업이고 그들이 빨아들이는 수익은 단 하루도 지역사회에 머물지 않고 서울로 빨려들어간다.
한국의 대재벌들이 그토록 생색을 내면서 지방에 공장을 짓는 경우도 이야기는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기업유치가 곧 대대적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도 않고 이익을 지역경제에 순환시키지도 않는다. 이른바 첨단 기업은 고용을 최소화하고 그나마 외부의 숙련기술자와 고급 엔지니어만 불러올 뿐이다. 과거 70-80년대와 같이 기업유치가 곧 고용의 폭발로 이어지고 그것이 다시 지역경제의 선순환을 가져오는 시대는 지나갔다.
참여정부가 남겨놓은 R&D 중심의 지역혁신체계(RIS)도 마찬가지다. 중앙정부는 매년 수십조원의 R&D자금을 쏟아붓고 지방정부와 지방대학은 그 R&D를 매칭하느라 정신이 없지만, 그 결과가 지역사회에 피드백되어 대기업이 공장을 짓고 고용이 창출되며 지역사회에 그 돈이 순환되는 사례를 찾기는 정말 어렵다.
국무총리실이 세종시로 이사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 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 상황이 과연 한국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다시 대선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세종시가 또 들썩거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서울대학교를 세종시로 옮긴다는 공약을 검토한다고 하고, 안철수 후보는 청와대 이전을 언급했다. 안철수 후보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고 새누리당도 아이디어 수준의 단계라고 보인다.
그러나 지금 당장 세종시를 어떻게 한다는 공약이 필요한 시점은 아니다. 세종시를 어떻게 한다는 공약보다 중요한 것은 세종시를 중심으로 어떻게 지역경제를 살리고 무너진 지역균형발전의 정책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역을 그토록 무시하는 한국의 재벌들이 지역의 중소도시 곳곳에 마트를 세워 빨대를 꽂아놓고 지역경제를 빨아들이는 그 부조리함을 극복해야 지역이 산다.
정말 입이 닳도록 하는 말이지만 지역을 살리는 일은 곧 수도권을 살리는 일이다. 인구의 절반이 서울로 서울로 몰려드는 이 현실이 어떻게 글로벌 경쟁력이 될 수 있는가. 서울을 최고의 가치이자 성공의 척도로 인식하는 근대적 사고에 사로잡힌 엘리트들의 허위의식이 여전히 남아 있는 한 한국의 미래는 없다. 서울은 이미 적정도시의 수준을 넘어서서 비효율과 도시 불균형의 상태에 들어섰다. 서울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그 허위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원도연<원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