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34>왼쪽으로 세 번, 오른쪽으로 네 번
가루지기 <334>왼쪽으로 세 번, 오른쪽으로 네 번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0.09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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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북망산이 멀다더니 <71>

"그랬소? 조심허시씨요. 내가 사내 잡아묵는 백년 묵은 여신깨요. 니려가씨요. 이번에넌 내가 심얼 써볼라요?"

"그럴라요? 허면 나넌 가만히 누워서 구름얼 타겄소이."

사내가 반가운 기색으로 말했다.

"이번에넌 내가 싸도 좋다고 헐 때꺼정언 싸서는 안 되요이. 다급허다 싶으면 뒷구녕을 꽉 막고, 발꾸락얼 바짝 오무리씨요."

사내의 살몽둥이를 살집에 가두며 옥녀가 말했다.

"알겄소. 허는데꺼정언 해보리다."

"허면 시작허요이."

옥녀가 맷돌을 돌리기 시작했다. 왼 쪽으로 세 번 돌리다가, 오른 쪽이 허전하다 싶으면 오른 쪽으로 네 번을 돌렸다. 그러다가 확 속이 미진하다 싶으면 쿵덕쿵덕 방아깨비 방아를 찧었다.

"어떻소? 편안허니 좋소?"

"좋소. 이렇게 천날만날 살았으면 좋겄소."

"나도 그요. 나허고 살얼 섞고도 고태골로 안 가는 사내를 만나 살았으면 좋겄소."

옥녀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이었다. 사내가 입을 쩍 벌리더니, 옥녀를 앞으로 와락 끌어당겼다. 사내의 행동에서 수상한 낌새를 느낀 옥녀가 아랫녁을 꽉 조이면서 사내의 가슴을 덥썩 물었다.

"아이고, 아파 죽겄소."

사내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나넌 안즉 기별도 안 왔는디, 아자씨가 먼첨 끝낼라고 헌깨 글제요. 어쩌요? 다급헌 기넌 가셨지요?"

"한숨 돌렸소."

"알겄소. 새칠로 해봅시다."

옥녀가 사내의 눈치를 살피며 아랫녁을 조였다 풀었다를 되풀이하며 살방아를 찧었다. 순간 옥녀의 눈앞에 부연 안개가 끼었다. 몸뚱이가 천조각 만조각으로 흩어지는 순간을 지나자 안개 속으로 찬란한 햇살이 내려쪼이고 있었다.

"어윽어윽, 그만, 그만 허시씨요. 나 죽겄소, 나 죽겄소, 아짐씨."

사내가 비명을 내질렀다.

옥녀가 마지막 안깐힘을 다하여 절구질을 하다가 절구대를 절구통 깊숙히 넣고 사내의 기를 흡입하여 들였다.

그 순간 절구대가 용틀임을 치면서 절구통의 여기저기를 가만가만 두드렸다. 끼아악. 옥녀가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고 사내의 가슴에 덜퍽 얼굴을 묻었다.

사내가 남김없이 계집의 아랫녁을 채웠다.

"아자씨가 옥녀의 천생연분인갑소. 으떴소? 나허고 한 이불얼 덮고 사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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