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331>몸뗑이가 또 지랄발광얼 헐라고
가루지기<331>몸뗑이가 또 지랄발광얼 헐라고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0.08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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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북망산 멀다더니 <68>

"큰 절에 쪼깨 가봐야 쓰겄소. 음석 장만도 해야허고, 설거지도 거들어야헌깨요."

"먼 불산가넌 몰라도 겁나게 크게 허능갑소이."

"운봉영장 나리의 모친이 돌아가신지 일곱이레가 지냈는디, 사십구젠가, 천도제럴 지낸다고 그럽디다."

"허면 묵잘것도 많겄소. 나도 귀경얼 가면 안되끄라우?"

옥녀가 묻자 공양주보살이 화들짝 놀라 말했다.

"아, 어디럴 따라간다고 그러시오? 운봉서 인월언 엎드리면 코달데요. 이부자집에서 사람이 안 온다는 보장도 없소."

"내가 그 생각얼 못했소. 허면 내 밥 걱정언 허덜말고 댕겨오시씨요."

옥녀가 뒤로 물러났다. 실상은 꼭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큰 불사를 한다니, 어떻게 하는가 궁금증이 일었을 뿐이었다.

"베면히 알아서 헐랍디오마는, 나 없다고 게으름피지 말고 부처님 전에 절얼 열심히 허씨요. 들인 공언 어만데로 안 간다고 했소. 혹시 내가 늦어지면 저녁도 챙겨묵어야헐랑가 모르겄소."

공양주보살이 그런 말을 남기고 암자의 돌계단을 내려간 다음이었다.

제 방으로 돌아와 방바닥에 벌렁 누운 옥녀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스님도 안 계시고 공양주보살도 없는 암자가 그렇게 한가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 따지고 보면 하기 싫은 절을 억지로라도 한 것은 공양주보살의 눈 때문이었다.

이쪽의 속사정이야 어떻건 쌀을 한 가마니나 바치고 불공을 드리러 온 년이 절은 하는둥 마는둥 엉뚱한 짓거리나 하고 있다면, 스님은 처음부터 이 쪽을 화냥년 취급으로 나왔으니, 그런다고 치드래도 공양주보살한테도 사람취급을 못 받을 참이었다. 그래서 허리가 아프도록 절을 올렸는데, 오늘은 볼 사람이 없는 것이었다. 오랫만에 허리를 쭉 펴고 아이그그, 하품을 하자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가한 기분으로 옥녀가 한나절을 잘 자고 눈을 떴을 때는 서쪽으로 난 방문에 햇살이 비치는 것이 점심 때가 훨씬 기운 모양이었다.

'오랫만에 잠 한 숨 잘 잤구나. 배가 꿀찌헌디, 밥이나 한수까락 묵어보까?'

옥녀가 중얼거리며 공양간으로 나와 바닥에 쪼글트리고 앉아 식은밥을 물에 말아 간장을 반찬 삼아 몇 수저 떠먹었을 때였다.

재머너 사내가 불쑥 머리 속에 떠올랐다. 그러자 입안에 침이 바싹 마르면서 숨이 가빠 올랐다.

'이 일얼 어째사 쓰꼬이. 이놈의 몸뗑이가 또 지랄발광얼 헐라고 허네이. 내 몸이 한가헌 것얼 지가 먼첨 알고 지랄얼 떠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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