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이길 거부한 ‘광대’ 싸이
‘월드스타’이길 거부한 ‘광대’ 싸이
  • /노컷뉴스
  • 승인 2012.09.2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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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언론들로 가득 찬 기자회견장에서 ‘말춤’을 추며 퇴장했다. “음악을 꺼 달라. 그래야 더 웃기다”면서 말이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싸이’다. 하지만 그는 ‘월드스타’라고 어깨에 힘을 주기보다 즐거움을 주는 ‘광대’이길 원했다.

25일 오후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라마다서울 호텔에서 싸이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본인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전 세계에 ‘강남스타일’ 열풍을 일으킨 싸이에 대한 궁금증이 폭발해 미국에서 귀국하자마자 마련된 자리다. 90여 분간 끝없이 질문이 이어졌고 싸이는 솔직함에 특유의 유머를 섞어 자신의 생각들을 풀어놨다.

궁금증들은 대략 이러했다.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 11위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소감, 미국의 유명 방송 출연과 할리우드 톱스타들과의 만남, 본인이 생각하는 성공비결, 향후 미국에서의 활동계획 등이다.

싸이는 시종일관 겸손했다.

그는 ‘강남스타일’의 폭발적인 반응에 대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저도 얼떨떨하다”며 “해외의 재미있는 동영상이 있으면 눌러보게 되지 않나. 음악을 하는 사람이 웃겨서 성공했다는 게 웃기지만 그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단지 웃기다고 낼 수 있었던 성과들이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싸이는 그 공을 자신이 12년간 음악을 할 수 있게 ‘용인’해준 대중에게 돌렸다.

그는 “12년 동안 가수를 접을 뻔 한 적도 있었고 대중이 저를 받아들이시지 않을 뻔 한 적도 있었다. 12년째 가수로서 무대에 선 상태에서 기회가 왔고 용서랄까 용인이랄까 대중에게 제가 그걸 얻지 못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미국에서 외롭고 떨렸지만 뜨거운 응원과 성원이 있었기에 더 뻔뻔하게 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의 행동을 보면 진심이 느껴진다. 싸이는 홍보에 불이 붙은 시점에 미국의 각종 유명 방송들로부터 러브콜도 받았지만 마다한 채 기쁜 마음으로 국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각종 방송과 대학축제 등 국내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싸이는 “사실 조금 아깝긴 했다. 좋은 쇼들이 들어오고 있었고 좀 더 밀어붙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국내 스케줄을 다른 팀으로 대체할 수 없는지 문의도 했었다. 그런데 ‘대체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다. ‘여기서 한 주 더 해서 뭐하나’란 생각이 들더라. 아쉽다기보다 기쁜 마음으로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축제는 일거리가 아니다. 전 놀러가는 거다. 그리고 얼마나 인기가 많아졌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신인가수로 한 곡씩만 하다 와서 장타에 대한 욕망이 컸다. 12년차 가수로 다시 왔으니 신인 가수의 설움을 날리고 싶다. 한이 맺혔다. 이번에 걸린 학교들은 기대해 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싸이는 향후 한 달에 2주 정도는 해외활동을 하는 방향으로 스케줄을 조정했다. 11월에는 미국에서 싱글이나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다.

싸이는 “미국 측에선 11월 안에는 음반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런데 제가 그때까진 도저히 음반을 만들 수 없다. 기존의 곡들로 가는 방향도 검토 중이다. 유니버셜 측에선 이례적으로 한국말로 노래해줬으면 하더라. 그래도 급조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협의 중이다. 11월 중순에서 말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사실 지금의 폭발적인 인기가 부담스러울 법도 했다. 이후의 앨범이 ‘강남스타일’ 만큼 큰 인기를 얻지 못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로 위축된다면 싸이가 아니다.

그는 “지금 반짝 하고 끝나버려도 한이 없다. 태어나서 최초라는 단어를 받게 될 줄은 몰랐고 그것은 정말 큰 영광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반짝이 아니었으면 하는 욕심은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한국가수가 콘서트를 정말 잘 하는구나, 무대에서 잘 노는 구나 그런 건 꼭 한 번 보여주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 “책임감은 더 생겼지만 굳이 옛날로 따지자면 제 직업이 광대다. 제가 노래하나 조금 떴다고 갑자기 올바르게 사는 것도 이상하다. 음악으로 전이될까봐 걱정스럽기도 하고. 적정선에서 모범적이지 않고 싶다. 언제까지 인기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저다움을 잃지 않고 열심히 노크를 해보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월드스타는 조금 웃기고 국제가수가 어떨까 싶다”, “전 B급이 좋고 태생이 그렇다. 그런 걸 만들 때 좋다”고 말하는 싸이가 이날 보여준 ‘말춤’은 그의 표현처럼 ‘영혼을 담은’ 광대의 몸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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