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융합산업을 대선공약으로
전통문화융합산업을 대선공약으로
  • 김동영
  • 승인 2012.09.23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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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오래된 것이 가지는 역사성과 진정성이 과거에 대한 무한한 이야기를 품은 채 서서히 사람들의 관심의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 도시가 가지고 있는 오래된 건물은 그 도시에 역사성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하고, 오래된 공동체에 남아있는 삶의 풍습은 그 도시의 고유성이 되었다. 세계의 도시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과 고유성을 기반으로 제조업적 경제경쟁력과는 다른 감성형 교감경쟁력을 새로운 도시의 경쟁력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그 도시에 직접 가야만 느낄 수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장소기반 콘텐츠로서 전통문화는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이들의 체험과 소비를 촉진하고, 마침내 디지털 기반의 영화와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상품으로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전주시도 예외가 아니다. 전주시는 한옥마을에 문화체험을 위한 문화시설건립, 삶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골목길과 다양한 축제 개최, 전통정원형 은행로 정비 등을 통해 전통과 모던함이 어우러진 세련된 전통으로 새로운 도시경쟁력을 창출하고 있다. 단체관광객 중심에서 개별관광으로, 가족관광객뿐만 아니라 친구와 연인관광객의 증가로, 당일관광에서 체류관광으로 한옥마을 관광의 패턴이 변화하면서 관광객에 의한 경제적 파급효과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관광객에 의한 한옥마을의 경제적 효과가 전주시에서 운영하는 문화시설에서 판매하는 문화상품에서 민간의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음식점, 카페, 공예점, 체험관, 민박 등을 통한 한옥마을의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남부시장과 동문거리 등의 주변지역과 멀리 떨어진 덕진공원까지 관광에 의한 경제적 효과는 더욱 확장되고 있다.

이제는 전통문화를 활용한 경제적 가치창출을 위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지금까지의 문화산업육성정책으로는 지역문화산업의 활성화를 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럽에서 시작된 문화산업클러스터모델은 국내에 그대로 수입되어 지역문화산업 육성정책으로 추진되었다.

국민의 정부에서 시작된 지역문화산업육성은 2008년 부산, 대전, 전주 등 7개 도시에 영상, 게임, 모바일 콘텐츠를 특화하는 지역문화산업지구지정을 통해 디지털콘텐츠기반의 지역문화산업육성정책으로 구체화된다. 하지만, 콘텐츠상품의 원재료인 스토리기반 문화원천은 이동이 자유로운 반면, 한국적 특수성에 의해 이동이 제한적인 기술, 인력, 자금 등의 지나친 수도권 집중화는 디지털콘텐츠기반의 지역문화산업육성의 실패원인이 되었다. 실제로, 2010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문화콘텐츠산업 통계에 따르면 콘텐츠산업의 매출액 중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율이 87%에 달하며, 16개 광역시도 중 단 1%도 되지 못하는 곳이 7개에 이른다. 전북은 강원도, 충남, 제주도와 함께 0.6%밖에 되지 못한다. 그마저도 생산이 아닌 유통과 서비스에 머무르고 있어 실질적인 지역경제기여도가 매우 낮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이 가진 경쟁력인 전통문화라는 문화원천을 이동이 용이한 디지털콘텐츠보다는 장소기반의 첨단제조업과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가나자와시는 제조업인 섬유산업에 전통적 염색방식인 가가유젠을 결합하여 새로운 섬유산업을 도시의 경쟁력으로 높여가고 있으며, 이탈리아의 공예가들은 정인정신과 고급스러운 신소재를 결합함으로써 하이엔드 테크놀로지와 패션이 결합한 상품으로 새로운 패션영역을 창출하고 있다.

전주시의 전통문화 상품화전략 또한 전통적 생산방식인 장인적 기술과 첨단소재 및 첨단기술이 결합한 제조업 기반의 전통문화융합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전주시는 이미 기계 한지와 한지사 및 짜맞춤 가구 등에서 전통적 생산방식을 현대적 기술로 변화시킨 혁신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사례는 지속적인 R&D와 혁신적인 디자인개발 및 현대적 생활방식과의 결합이라는 끊임없는 투자가 필요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전주시와 민간기업이 어렵게 달성한 혁신사례가 예산이나 기술의 부족으로 사장된다는 것은 전주시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전통문화를 활용한 한류 3.0시대를 열고자 하는 국가적 차원에서도 전통문화융합산업은 한국적 정체성에 입각한 새로운 상품화 전략으로서 가치가 있다. 결국, 전통문화융합산업을 이번 대통령선거공약으로 채택하는 것은 전통문화기반의 지속적 혁신을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김동영<전주시정발전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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