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돈벌어 주나?
수학이 돈벌어 주나?
  • 김인수
  • 승인 2012.09.20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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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돈을 벌어주는 경우는 많다. 주식시장에서 그렇고 선물시장에서도 그렇다. 주가와 선물시세의 변동을 면밀히 검토하면 주식이나 선물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제때치고 빠지는 작전으로 돈을 벌 수가 있다. 사실 주식이나 선물 투자에 수학을 이용해 이득을 본 사례는 수없이 많다. 도박에서도 수학은 돈을 벌게 해준다. 도박은 확률게임이다. 확률이 유리하면 돈을 딸 수가 있다. 근대 확률이론을 확립한 수학자 파스칼은 도박꾼이었다. 그는 도박을 통해 확률이론을 체계적으로 세울 수 있었다.

도박의 귀재에서 투자의 귀재로 블랙잭 개임의 최고수로 통하는 에드워드 소프(Edward O. Thorp)를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대중들은 미디어의 집중 조명을 받은 워렌 버핏이나 조지 조로스와 같은 천재적인 투자가들만을 기억한다. 그러나 전직 MIT 수학교수인 에드워드 소프는 투자의 귀재로 통하는 워렌 버핏보다도 훨씬 뛰어난 투자의 대가다. 그래서 그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확실한 투자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비록 세계 최고의 부자대열에 속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대신 그는 자신의 온갖 지식과 능력을 활용해 우위를 확보하고, 이를 이용하여 확실하게 돈이 벌리는 동시에 위험은 거의 제로인 투자를 30년가량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수학적 지식을 이용해 카지노를 상대로 이기는 게임을 실제로 이끌어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1980년 MIT의 수학천재 마사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생 캐플란은 MIT 블랙잭 팀을 만들었다. 이들은 블랙잭 도박 테이블에 깔리는 카드 숫자들을 기억해 딜러를 이기는 카드 카운팅(card counting) 기술을 열심히 연습했다. 블랙잭은 카드를 두 장 이상 받아 그 숫자 합이 21에 가까운 쪽이 이기는 게임이다. MIT 팀은 종자돈 9만 달러를 들고 라스베이거스, 애틀랜틱 시티, 인디언보호구역의 카지노들을 10년 넘게 돌며 엄청난 돈을 땄다.

카드 카운팅은 1962년 에드워드 소프가 그의 저서 딜러를 이겨라(Beat the Dealer)에 소개한 기술이다. 소프는 카지노를 드나들며 돈을 따다 1964년 라스베이거스의 한 카지노에서 얻어 마신 커피에 마취제가 든 것을 알고 겁에 질려 블랙잭에서 손을 뗐다고 한다. 그 뒤로 카지노는 손님 중에 제2의 소프가 없는지 눈에 불을 켜고 감시했다. 요즘에는 카드 카운팅을 하는 사람의 카지노 입장은 제한한다. 카지노에서 돈을 버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블랙잭에서 플레이어가 이길 확률은 48%인 반면 딜러가 승리할 확률은 52%다. 별 차이는 없어 보인다. 한두 번 하면 플레이어나 딜러가 반반씩 이길 수 있다. 그런데 수십, 수백 번 하면 다르다. 주야장천 게임에만 몰두하다가는 플레이어가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면 수학자 소프는 어떻게 질 수밖에 없는 확률을 깨고 이기는 방법을 터득한 걸까? 소프가 블랙잭 게임에서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한 때는 1958년의 일이다. 그는 군에 복무하는 4명의 병사가 개발한 블랙잭 기본전략에 관한 글을 우연히 읽게 됐다. 그 가운데 윌버트 캔디라는 병사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흑인이었던 탓에 당시 흑백분리정책이 여전히 존재하던 메릴랜드 주의 바(bar)에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병영 내에서 블랙잭을 하면서 계산기를 이용해 모든 패의 조합이 나올 확률을 분석했다. 당시 수학 박사였던 소프는 그 글을 작성한 사람 가운데 한 명에게 편지를 보내 수식원본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소프는 직접 프로그래밍한 IBM 컴퓨터를 이용해 최초의 카드 카운팅 전략을 개발했다. 이제 그는 그 가치를 알아줄 사람을 찾아야만 했다. 소프는 1961년 자신의 발견을 미국수학회에 발표했다. 도박계의 대다수가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톰 울프라는 기자가 관심을 가졌다. 울프는 워싱턴포스트에 소프의 전략을 소개했다. 그 정보를 입수한 엠마누엘 키멜이라는 악명 높은 도박사가 소프에게 실전 테스트용으로 1만 달러를 건네줬다. 단, 키멜과 그의 사업 파트너가 수익의 90%를 가져간다는 조건이었다. 전략의 효과가 입증됐다. 소프는 1962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딜러를 이겨라 라는 책을 펴냈다.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는 카지노 업계 요주의 인물이 됐다. 그러나 블랙잭을 그만 둔 1966년까지 그가 딴 돈은 고작 2만5천 달러에 불과했다. 그는 말하기를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과학과 아이디어였다. 물론 추가적인 수입이 생활에 꽤 보탬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고 말했다. 소프가 은퇴했다고 카드 카운팅 혁명이 끝난 것은 아니다. 1970년대 도박꾼들은 카지노 금고를 터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팀워크였다. 한 도박꾼이 카드 카운팅을 하면서 작게 베팅할 동안 또 다른 도박꾼이 파트너의 신호를 보면서 크게 베팅하는 식이다. 지난 2월 어느 토요일 밤, 라스베이거스 교외의 한 연회장에 세계 최고의 카드 카운터 70명이 집결했다. 따지자면 최고의 도박 고수들이다. 그들 가운데는 부동산 투자자, TV 프로듀서, 심지어 복음주의파 기독교도도 있었다. 수학천재들은 결코 아니었다. 블랙잭 볼로 알려진 이 행사는 16년 전, 라스베이거스에서 활동하던 카드 카운터 맥스 루빈이 도박기술을 공유할 목적으로 파티를 개최하면서 시작됐다. 그들은 블랙잭 게임 세계 최고수 타이틀을 놓고 경합을 벌였다. 참가자들 사이에서 카드 카운팅의 ‘대부’로 불리는 소프가 가장 주목을 받았다. 올해의 경연에서 첫 번째 도전과제로 게임지식을 테스트하는 문제들이 출제됐다. 21개 문제 중 12개 이상을 맞춘 사람은 거의 없었다. 소프는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최고 득점자는 앤디 였다. 하버드 수학과를 졸업하고 한때 토너먼트에서 3년 연속 우승했던 제임스 그로스장의 가명이다.

<이학박사 김인수, 호남수학회장, 대한수학회 부회장, 전북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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