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을 살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전통시장을 살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 박용규
  • 승인 2012.09.18 1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며칠 전 뉴스에서 서울 영등포의 대림시장이 폐업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주변에 대형마트와 SSM의 증가로 인한 매출 감소가 주요 원인이라 한다. 같은 이유로 서울의 공덕시장, 망우동 우림골목시장도 시설의 현대화·서비스 개선 등의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폐쇄위기에 처해 있으며, 한국의 대표적 전통시장인 남대문시장도 주변에 포진한 대형마트들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한 단골고객들이 이탈하여 매출이 급감하고 있단다.

큰일이다.

서민경제의 근간인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전국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의 재래시장은 그 전통성을 잃고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반면, 대형마트는 한 달에 두 번만 쉬라는 것도 못하겠다고 악다구니를 쓰며 몰려오는 고객을 위한 증설과 신설을 서두르고 있다.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의 조사(2010년)에 따르면 2003년 대비 178곳의 전통시장이 사라졌지만 SSM은 632개나 증가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 얼마나 더 많은 재래시장이 사라졌을지는 굳이 헤아리지 않아도 짐작이 가능하다. 계속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 우리의 전통시장은 어떻게 될까? 어떻게 하면 옛날처럼 정이 넘치고 북적거리는 전통시장을 만들 수 있을까?

얼마 전에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의 전통시장과 관련한 흥미로운 강의내용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에 의하면 지역주민들이 전통시장을 마다하고 대형마트에 가는 이유가 ‘연대의식’이 희박하기 때문이란다. 내용을 요약하면, 전통시장 상인 분들은 당연히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겠지만 그의 자녀들은 과연 어디에서 장을 보고 있을지, 혹시 부모들이 전통시장에서 장사해 벌어온 돈으로 대형마트에 가는 것은 아닐지, 만약에 그렇다면 이는 ‘연대의식’이 없기 때문이고, 그 결과 대형마트는 흥하고 전통시장은 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간절히 바라고 있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설의 현대화나 서비스 개선과 같은 물리적인 요인도 중요하지만 전통시장 상인들은 물론이거니와 전통시장을 살려보자는 우리 모두가 주변의 식구, 친지들에게 왜 전통시장을 살려야하고 대형마트에 가면 안 되는지를 설명하고 설득하면서 대형마트 금족령이라도 내렸으면 한다. 예상컨대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연대의식이 강화되어 장을 보러 갈 때는 당연히 전통시장으로 가야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여기에 우리 전통시장의 서비스 측면에서도 ‘연대의식’이 제고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대형마트의 직원은 전적으로 억울한 상황에 처하거나 까다로운 고객을 만나더라도 마트의 이미지 때문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는 반면, 독립 점포로 이루어진 전통시장의 경우 모든 점포에서 그와 같은 고객 응대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고객과 갈등이 발생했을 때 전통시장에서도 상인들 각자가 전통시장을 대표하는 얼굴이라는 생각으로 연대의식을 발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서울 광진구의 중곡제일시장은 2003년에 상인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상인조합원간 연대의식 제고와 자구노력으로 주변 여섯 개의 대형마트들과의 경쟁에서도 확고한 생존력을 갖추게 되어 지금까지 8년째 계속하여 매출이 증가하여 왔고, 올해 4월에는 행정안전부로부터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는 영예까지 안게 되어 정부의 추가지원도 받게 되었다 하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고유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 모두 가족·친지들과 함께, 더 나아가 반상회·기관·기업·단체 등에서는 전통시장 동호회나 전통시장 애용조합을 구성하여서라도 삼삼오오 손을 잡고 전통시장으로 가서 조상님께 올릴 정성스런 마음을 준비하자. 이러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확산한다면 대형마트에서 거꾸로 전통시장의 의무 휴일을 요구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대형마트를 이용하면 수도권으로 돈이 집중되고, 우리 지역 골목 상권은 초토화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반면 전통시장을 이용하면 고스란히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게 된다.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한 우리의 선택이 경제 불황과 고물가로 어려움에 빠져있는 서민경제의 주축인 골목상권을 살려내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기억하자.

박용규<(사)전북경제살리기도민회의 사무총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