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칼린·김형석, 소리축제서 뭘했나
박칼린·김형석, 소리축제서 뭘했나
  • 송민애기자
  • 승인 2012.09.17 1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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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결산] 두 집행위원장 명성만 믿다 개막작 등 수준이하

박칼린·김형석 집행위원장의 축제운영능력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박칼린 집행위원장이 직접 기획·연출한 개막공연이 나열식 좌판배열에 지나지 않았다는 혹평을 받은 데 이어 축제 프로그램 역시 퀄리티는 높아졌으나 전반적인 구성 및 운영수준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해 소리축제를 처음으로 맡아 적응기를 마치고 올해는 각자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뚜껑을 연 올해 축제는 작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며 많은 관람색들이 아쉬워했기 때문이다.

지역문화계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원인에 대해 박칼린과 김형석 집행위원장의 바쁜 일정을 손꼽고 있다. 지역축제 전문가는 “박칼린과 김형석 집행위원장의 바쁜 일정 탓에 소리축제 사무국에서 축제에 관한 보고 및 결재조차도 서울로 찾아가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렇게 소리축제 외에도 활동이 바쁜데, 평소에 얼마나 축제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기울일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또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리축제가 두 집행위원장의 명성에만 기댈 게 아니라 집행위원장의 상근 체제를 도입해 평상시에도 축제를 꾸려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문화시설 한 관계자는 “축제는 장기적인 비전과 안목을 가지고 평소에도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두 집행위원장의 경우 지역에서 상근하기는 어렵겠지만, 꾸준히 지역에 머물며 보다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대책이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두 집행위원장이 제 명성에 걸맞는 축제를 펼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과 축제에 녹아드려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조언이다. (편집자 註)

▲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2012 전주세계소리축제’가 13일부터 17일까지 4박 5일간의 일정을 마감했다. 17일 소리축제 조직위가 배포한 결산자료에 따르면 22억 여원의 예산이 소요된 올해는 약 22만4,177명이 축제를 찾았고 좌석 점유율 역시 91.4%로 지난해 좌석 점유율보다 5.7% 소폭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마스터 클래스를 무료화하고 워크숍과 같은 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함으로써 관객 및 시민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또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비롯해 전주한옥마을 곳곳에서 소리프린지를 펼쳐 관객과 시민들이 다양한 공간에서 풍성한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에 지역문화예술인들은 “특히 요즘 관광객이나 시민들은 적극적인 체험을 원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러한 체험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한다면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반면, ‘소리축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개막공연은 당초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한국의 다양한 소리를 보여주겠다는 각오와 달리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며 혹평을 받았다.

공연전공 한 대학 교수는 “약 1억5,000만 원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주제의 부재, 나열식 좌판배열, 짜집기식 공연 등 관객을 매료시키지 못한 공연이다”며 혹독하게 비판했고, 다수의 지역문화예술인들은 “개막공연의 출연진으로 지역문화예술인 혹은 단체는 클나무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널마루어린이무용단에 불과해, 지역문화예술인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방안도 고민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올해 소리축제는 판소리를 전면 부각함으로써 축제의 중심을 확인시켜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판소리 다섯바탕, 광대의 노래, 산조의 밤, 고음반감상회 등 기존의 프로그램을 재탕한 것에 불과해 새로운 시각으로서의 접근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난해에는 고창과 남원 등의 지역을 활용해 더 넓은 장소에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자 했으나, 올해는 이 마저도 시도치 않아 일회성 행사에 그쳤다는 비판이다.

▲ 관람객에 대한 ‘배려’ 호평

올해 축제에서는 지난해 제기됐던 문제점과 과제들을 보완·수정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한옥마을 곳곳에 종합매표소를 마련해 관람객들이 한옥마을에서도 전 공연티켓을 발권할 수 있도록 도왔으며, 소리문화의전당에서는 테이크아웃 형태의 음식 부스를 확대하고, 야외공연장 활용을 강화하는 등 소리문화의전당의 축제성을 강화하기도 했다. 또한, 프린지 무대를 풍남문 광장으로까지 넓혀 번잡한 한옥마을의 민원 및 교통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한옥마을의 공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탓일까. 태조로의 경우 50m도 채 안 되는 거리에 프린지 무대가 중복 설치되는 비효율적인 공간구성을 보였고, 소리 프린지의 메인 공간을 풍남문 광장으로 활용하다 보니 정작 전통문화관과 완판본문화관 등의 문화시설은 축제와 동 떨어졌으며, 이러한 산발적인 축제공간의 구성으로 응집력이 떨어지는 등 여러 아쉬움을 남겼다.

소리문화의전당에서는 어린이 공연이 대부분 주중에 몰려 있고 체험 프로그램도 유료로 진행되다 보니, 주말 나들이를 나온 가족 관람객들은 공연 혹은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토요일 진행된 소리 프론티어의 경우 40여 분 가까이 공연이 진행돼 많은 관객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소리클럽 역시 홍보자료집에 공연장 위치가 전혀 기재돼 있지 않아 타지역 관람객들이 해당장소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지역에 뿌리를 내린 지도 어느새 10년이 지났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올해 또한 낮은 완성도, 운영 미숙 등과 같은 고질적 과제를 남기며 아쉬움 속에서 막을 내렸다.

지역문화예술전문가들은 소리축제가 매년 같은 문제점을 되풀이하는 데에는 ‘축제의 비상설화’에 원인이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축제 개막 전 ‘반짝’ 몇 개월만 몰아쳐서 일을 하다 보니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는 두 집행위원장 모두 비상근으로 재직하다 보니 내실 갖추기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다. 축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집행위원장이 꾸준히 지역에 머물며 지역특성을 파악하고 지역문화예술인들과 소통하면서 체계적으로 축제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더욱이 지역문화예술인들과의 소통 창구가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소리축제조직위 한 위원은 “지역의 여러 인사들로 구성된 조직위원회가 따로 구성돼 있기는 하지만, 1년에 한 두 번 형식적으로 모임을 가질 뿐이다”며 “지역문화예술인들이 오랫 동안 축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온 만큼 조직위원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의견을 수렴, 지역자산을 풀어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 17일 열린 폐막 기자회견에서 김형석 집행위원장은 “무엇보다도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축제는 하나의 나무가 아닌 숲이다. 따라서 두 집행위원장과 소리축제 조직위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보고 큰 그림을 그려 전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세계소리축제마당이 펼쳐지길 전북도민들은 바란다.

송민애기자 say2381@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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