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범이 16번이나 드나들다니
절도범이 16번이나 드나들다니
  • 김상기기자
  • 승인 2012.09.14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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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 들어 집안에 있던 물건을 훔쳐갔다. 그 도둑은 잊지 않고 꼬박꼬박 1주일에 2번씩은 도둑질을 해갔다. 그렇게 두 달 동안 16번이나 집이 도둑에게 털렸다.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의 단독주택에 사는 김모(43)씨 집에 지난 6월부터 8월 사이 절도범이 16번이나 들락거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씨는 “제발 도둑놈 좀 잡아 달라, 경찰은 뭐 하느냐”며 관할 파출소를 수시로 드나들었다. 경찰도 독하게 맘을 먹지 않을 수 없었다. 순찰차 1대를 김씨의 집 주변에 고정배치하고, 사복을 입혀 집 주변을 감시하거나, 잠복근무까지 하는 등 직원 2명을 고정적으로 투입했지만 절도범은 꼬리가 잡히지 않았다.

한 번은 경찰관 두 명이 분명 대문을 지키고 있었는데도 물건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확인해 보니 지붕을 타고 들어온 발자국 흔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 집 옥상이 환히 보이는 곳에 숨어 살피기도 했다. 그럼에도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잃어버린 물건은 소소했다. 현금은 작을 때는 몇 천원부터 많아야 몇 만원이 고작이었다. 어떨 때는 이불이 사라지기도 하고, 밥그릇과 같은 생활용품들을 가져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뭔가를 찾았던 것처럼 방안은 온통 어지럽혀져 있었다.

아무리 밖에서 지켜도 소용이 없자, 경찰은 결국 특단의 조처를 취하기로 했다. 김씨의 동의를 얻어 순찰차량에 탑재돼 있던 블랙박스를 떼어내 집 안에 몰래 설치키로 한 것이다. 마침내 화면에 절도범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이 보여준 녹화화면을 지켜보던 김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중학교 1학년이던 아들 김모(14)군이 신출귀몰한 절도범이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경찰에게 “죄송합니다”를 되풀이할 뿐이었다. 김군은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지붕에 일부러 발자국 흔적을 남기고, 방을 어지럽히는 등의 치밀함까지 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상기기자 s4071@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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