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읽어야 할 라틴아메리카 미술문화
새로 읽어야 할 라틴아메리카 미술문화
  • 이흥재
  • 승인 2012.09.1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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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2012한국국제아트페어(KIAF/12)가 9월 13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코엑스 전시장에서 열린다. 올해 수교 50주년을 맞이한 라틴아메리카를 주빈국으로 선정하였고, 14개의 갤러리가 참여하여 화려한 색감과 독특한 작품들이 소개될 것이다.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혼재되어 있는 라틴 아메리카 미술은 과연 어떨지 너무 궁금하다.

지난달 말, 가을에 개최 예정인 세계미술거장전 협약을 위해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를 방문했다.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는 올해 두 번째 방문이었다. 첫 번째는 뉴욕을 경유해서 갔고, 두 번째는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휴스턴에서 비행기를 갈아탔다. 두 번의 출장 모두 미국을 경유해서 다녀왔는데, 이것은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이해를 직접 보고 느끼기보다 미국의 시각을 통해서 안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남미 국가 중 브라질을 제외한 20여 개국이 모두 스페인어를 쓰는 공통언어권이다. 300여 년간 스페인의 지배를 받은 베네수엘라는 물론, 중남미 상류층은 완전히 스페인 문화권이었다. 내가 듣기로 미국에서도 제2외국어가 스페인어라고 한다. 나의 학창시절 제2외국어는 독일어나 불어 정도였고, 나중에 일본어와 중국어가 추가됐다. 그만큼 우리는 스페인어권의 역사나 문화, 특히 중남미 라틴아메리카 미술문화에 대해서는 지극히 피상적으로밖에 알지 못한 실정이다.

베네수엘라 상류계층은 미술품 감상과 소장이 일상적인 다반사처럼 하나의 취미가 되어있었고 경기가 침체하여 국가경제가 힘들어도 미술품 거래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중남미에서 지금 베네수엘라 작가 중 옵아트의 거장인 크루즈디에즈 작품 구입이 열풍이다. 크루즈디에즈 100점 에디션 4호 크기의 판화 1점이 12,000불, 우리 돈으로 1,500만 원 정도에 거래된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카라카스 공항은 크루즈디에즈의 작품이미지로 바닥과 벽면이 모두 도배되다시피 되어있었다. 라파엘 소토라든가 게고 등의 작가는 세계 미술시장에서 한국의 작가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가격으로 작품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출장 중 작품의 컨디션 체크를 위해 베네수엘라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미술관 수장고에 들어가 보고 깜짝 놀랐다. 유럽 세계명작의 소장은 양과 질적인 면에서 놀라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없었다. 세계 산유국 중 네다섯 번째 꼽히고, 최고 양질의 석유가 나오는 베네수엘라는 70년대 이후 오일머니가 쏟아질 때 유럽의 명화를 대대적으로 구입했었다고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에는 피카소의 볼라르 판화 풀세트 100점이 상설 전시되고 있을 정도였다. 볼라르는 피카소에게 첫 번째 개인전을 개최하도록 화랑을 제공해준 화상이다. 볼라르는 피카소와 공동 작업을 제안하여 당대 프랑스 최고 예술가의 일러스트가 포함된 문학작품을 출판하였다. 그는 피카소에게 발자크의 「알려지지 않은 걸작」의 일러스트를 요청했고, 1930년부터 1937년까지의 시기에는 「볼라르 판화집」을 제작했다. 베네수엘라 국립현대미술관에 상설 전시된 볼라르 판화집은 자화상 3점이 포함된 100점 풀세트(full set)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국립미술관의 명화소장품은 베네수엘라 소장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는 반디트라소 라틴아메리카 안진옥 관장의 전언이다. 아르헨티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식량난에 허덕이는 유럽에 곡물을 수출하는 엄청난 공급기지로 국가 부를 이루어 2차 대전 후에는 세계 4위의 부유한 나라였다고 한다.

유럽의 미술관 소장품을 빌려와 국내 전시를 하려고 할 때 대여료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안진옥 관장이 스페인 프라도미술관의 소장품인 벨라스케스, 고야, 엘 그레코 작가 등의 작품 30여 점을 대여해 한국에서 전시를 하고자 하는데 론피(loan fee)를 25억을 요구해 18억 정도로 낮추어 하자고 제안을 했는데 묵묵부답이라고 했다. 유럽은 미술품을 경제적 가치로 따지는데, 중남미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나라의 재산이며, 예술품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올 가을 우리 미술관에서 전시할 베네수엘라 미술관소장품 130점에 대한 일종의 대여료가 US달러로 12,000불이다. 유럽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비용이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국립미술관 작품이 해외에서 전시하는데 외교부의 승인을 받아야하고, 행정 절차나 처리방식이 지구의 정 반대편에 있는 만큼 협약을 하고 들여오는데 과정이 너무 달라 애로점이 많다.

우리 미술관에서 전시될 작품은 베네수엘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의 유럽 거장들의 명화와 베네수엘라 작가 중 세계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현역작가의 추상작품들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가 직접 라틴아메리카 미술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래서 10월 18일 전북도립미술관의 세계미술거장전이 설렘 속에 가슴 조이며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이흥재<전북도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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