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길을 찾다
길에서 길을 찾다
  • 나종우
  • 승인 2012.09.0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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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힘든 계절이었다. 폭염과 태풍 그리고 폭우로 많은 사람들을 지치게 했다.

그러나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이 우리들 앞에 가을을 가져다 놓았다. 가을은 예부터 사색의 계절이라 했던가. 옛 시인은 ‘가을이 되니 바람이 일지 않아도 나뭇잎은 떨어지고 빈산에 꽃이 스스로 붉게 핀다(葉落風不起 山空花自紅)’ 라고 하였다. 모두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이치를 말한 것이다. 자연은 인생의 위대한 스승이라 했던가. 피곤하고 지친 몸과 영혼을 치유하기에 어쩜 가을은 최적의 계절인지도 모른다. 이 계절에 길을 떠나 길에서 길을 찾는 시간을 내어보는 것도 삶에 충전이 되고 좋은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인들은 모두가 정신없이 바쁘게 살고 있다. 때론 방향타를 잃은 것처럼 질주하는 삶을 살아가는 군상(群像)들을 보게 된다.

요 근래 몇 년 전부터 ‘길’이라는 단어가 전국적으로 유행어처첨 일어나고 있다. 원래 사람이 다니면 그대로 길은 있었다. 특별히 이름 붙이지 않아도 그저 있었다.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마을길’ 등등. 그런데 마치 길 없던 곳에 새로 길을 낸 양 이런 저런 그럴듯한 이름을 붙인 곳이 이제는 지천에 널려 있다. 어떤 지자체가 길에 이름을 붙여 관광상품화 하다 보니 모든 지자체가 따라하고 그러다보니 전국이 새로운 길천지가 된 모양새다. 그 가운데는 이름만 그럴듯한 준비 안 된(?) 길도 아직은 많다.

어떤 길 로 떠날까.

어느 길에나 길에는 흔적이 있다. 길에는 만남이 있다. 옛과 오늘의 만남, 새로운 문화와의 만남,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그러기에 길에는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스며있다.

우리 전북에도 이제는 제법 이름 붙여지고, 또 가볼만한 길들이 많아졌다. 그 가운데는 한번 쯤 가본 적이 있는 길도 많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길의 의미를 되새기며 걸어 본다면 새롭게 다가가고 다가 올수 있는 길들이 많이 있다. 우선 지리산 둘레길을 살펴보면 전체길이는 약43Km쯤 되는 이 길은 구간마다 특색이 있어, 고원에 있는 마을들과, 황산대첩비지, 국악의 성지 등 문화와 역사가 깃든 구간, 다랭이논과 6개의 산촌마을등이 포함되어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진안의 마실길을 들 수 있다. 총16개 구간으로 이루어진, 이 길의 특징은 국내 유일의 고원지대인 진안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이러한 지형속 실제 마을길로 이루어져 있어 걷고 싶은 마을과 풍경 구간을 골라 걷는 재미가 있다. 또한 건교부의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중 한곳으로 선정되기도 한 송광사 가는 길도 가 볼만하다. 한편 관광공사가 올 9월에 명작이나 작가의 고향을 찾아 정취있는 여행을 떠나보자는 취지로 가볼만한 '문학의 길' 5곳 선정하였는데 그 가운데 부안이 들어있다. 변산을 배경으로 전나무 숲길이 깊은 그늘을 만드는 내소사, 개암사,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하는 격포 채석강 등과 함께 부안읍내의 신석정문학관을 둘러 보도록 권하고 있다.

그 외에 임실군 운암면 운암리에서 마암리에 이르는 옥정호 순환도로길과 고창읍성 내 성곽길도 좋은 길이다. 특히 지금까지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전북의 길 가운데 불교, 원불교, 기독교(개신교), 천주교의 4대 성지를 아우르는 길, 전북 '아름다운 순례길'을 관심 갖고 찾아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수 있다. 이 길은 한국의 종교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길로써 전체길이는 240km에 이르고 곳곳에 4대 종교와 관련된 유적들이 있어서 특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특히 올11월1일부터 10일까지 제1회 세계순례대회가 이 곳에서 열려 종교지도자들과 함께 의미있게 이 길을 걸을 수 있어 관심을 갖고 참여해 보는 것도 이 가을에 추억을 남길 만 하다.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길에서 길을 찾아보면 어떨까.

<나 종 우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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