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대화의 기술(5)
99. 대화의 기술(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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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9.0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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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분노에 대한 글이 나간 후 독자들이 더욱 구체적으로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을 요청해 왔다. ‘분노에 대해 관심들이 많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필자도 분노에 대한 묵상을 다시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분노는 태풍을 닮았다. 어김없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태풍처럼 내 안에 분노는 꼭 찾아온다. 때로는 스스로 사그라지거나 비껴가기도 하지만 세력을 키우며 몰려오기도 한다. 영락없이 태풍이다.

그래서 분노에도 태풍처럼 이름을 붙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녀에 대한 분노는 ‘상준 1호, 효순 2호….’와 같이, 남편에 대한 분노에도 ‘돌쇠 3호, 무쇠팔 4호….’와 같이 말이다. 아마도 각각의 이름마다에 분노의 성향이 있을 것이다.

‘상준 1호’는 아들 녀석이 인터넷 게임에 빠져 늦잠을 자는데서 생겼다. 몇 차례 좋은 뜻으로 이야기도 해보고 달래도 보았지만 고쳐지지 않았던 차에 순간적으로 폭발한 분노였다. 마우스를 빼서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걸어서 강한 후속조치를 취한 후에야 분노가 다소 가라앉았다. ‘상준 1호’는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채 아직도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인 분노 유발 정서로 남아있다.

효순 2호, 돌쇠 3호, 무쇠팔 4호도 그 이름마다 분노의 특성이 다르나 공통점이 있다면 주변 환경에 의하여 내 안에서 생겨나는 감정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주목해 보아야 할 단어가 두 개 있다. ‘주변 환경’과 ‘나’이다. 이처럼 분노는 주변 환경과 내안에서 생겨난 감정이므로 주변 환경과 나의 감정 조절에 의해 분노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내 안의 분노를 더 크게 키워 엉뚱한 곳에서 폭발해 버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분노폭발’의 연쇄 반응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이될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정이나 분노를 표현할 곳이 없으면 옆에 있던 강아지에게라도 화풀이할 것이 뻔하다.

그래서 내 감정을 화나게 한 장본인에게 직접 표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도 ‘나’라는 말을 앞에 넣어서 구체적으로 표현하도록 해야 한다. “나 화났어! 매일같이 너를 몇 번씩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것 때문에 내 기분이 상했거든. 폭발 직전이야.” 또는 “내가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어. 창문을 열고 너의 침대를 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야.”와 같이. 이때 상대의 이름을 직접 말하는 것도 좋다. 이 방법은 사전에 주의를 주는데 효과가 있다.

더 강하게 말하고 싶으면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했으면 좋겠는지 까지 요구하면 된다. “네가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우리 식구들의 출근 시간이 엉망이 되어 버리거든. 그러니까 알람을 이용해서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든지, 아니면 엄마가 두 번을 깨워 줄 테니 두 번째 깨울 때는 꼭 일어나도록 해 줘.” 이렇게 말하면 아이는 무언가 비장함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매우 인격적으로 대접받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장에 효과는 약할지 몰라도 내심 무척 고마워하고 있다. 모욕을 주거나 비난하지 않으면서 분노를 표현하는 것은 자신의 분노를 삭이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자녀에게 분노를 대처하는 중요한 가르침이 된다.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 중에 가장 나쁜 것은 욕설과 폭력이다. 부모에게 매 맞으며 자란 아이일수록 자신이 부모가 되어서도 배우자뿐만 아니라 아이에게까지 폭력으로 분노를 표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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