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력에 대한 제도적 관심이 필요하다
문화인력에 대한 제도적 관심이 필요하다
  • 배승철
  • 승인 2012.08.31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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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화예술정책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이슈는 예술인 복지와 문화복지이다. 작년에 제정된 예술인복지법은 올 11월에 시행령 공포와 예술인복지재단 출범을 앞두고 있고, 문화복지는 문화복지사 제도를 통해 탄력을 얻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어쨌든 예술인 복지법은 제정 자체가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고, 문화복지사는 전북과 부산 두 지역에서만 시범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내년에는 전국적으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문화복지를 둘러싼 정책적 환경 변화가 예상된다.

생산자인 전문예술인과 그것을 향유하고 소비하는 일반 대중을 위한 제도적 발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두 가지 흐름에 포함되지 않는 층위가 있다. 바로 문화인력이라고 일컬어지는, 말하자면 중간 층위의 집단이다. 문화인력의 범주는 포괄적이고 명쾌하지 않지만 대체로 문화시설 종사자나 각종 축제 인력, 그리고 문화기획 인력 등을 지칭하는 범주로 보면 무방하다.

우리 지역의 현실을 살펴보면 문화인력들의 역할은 매우 크다. 소규모 커뮤니티를 조직하여 문화예술 분야의 의제를 생산해 나가는 지적 활동을 비롯하여,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행사로 구현해 내는 현장 활동, 전문적이고 열정적인 문화시설 운영을 통해 시설의 인지도와 활용도를 높이는 실무적 활동, (한옥마을처럼) 특정 공간에 모여들어 공간의 성격을 새롭게 규정해 나가는 등, 지자체가 감당할 수 없는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나가기 때문이다. 사실, 전라북도 문화예술분야의 지형을 확장하고 활성화한 것도 상당 부분은 이들의 공으로 돌리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문화인력들이 처한 현실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문화시설 종사자를 예로 들어보면, 최저임금을 겨우 웃도는 보수수준, 초과근무에 대한 합당한 보상체계 미비, 단기간의 계약 등, 전반적으로 고용의 불안정성이 만연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특히, 민간위탁 문화시설의 경우가 그렇다. 민간위탁제도는 시설운영의 효율성 제고와 민간의 전문성 활용을 취지로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낮은 인건비 책정을 통해 효율성의 성과가 달성되고 젊은 인력의 애정과 헌신을 담보로 전문성이 제고되는 것이 현실이다. 경력이 10년차가 된 사람의 총 보수가 200만 원도 되지 않는 경우에도 당사자들은 항변할 길이 없다.

전라북도는 자칭 타칭 문화예술의 고장이다. 도세에 비해서 물적·인적 인프라도 풍부한 편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람(인력)에 대한 투자는 하지 않는다. 토목이나 건설분야는 사람보다 구조물 설치가 중요할지 모르겠지만 문화예술분야는 사람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현대 사회는 문화가 산업이 되고 돈도 되고 사람도 끌어들이는 시대, 문화의 시대다. 문화로 지역발전을 이끌고자 하면서 문화인력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만저만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문화인력에 대한 제도적 관심은 더 이상 늦출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먼저, 효율성 추구를 빌미로 ‘최저가 낙찰’ 방식을 선호함으로써 총 사업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어 경쟁하도록 유도하는 지자체의 심사관행이 중단되어야 한다. 외형적으로는 최소한의 사업비가 지자체 예산절감의 효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것이 인건비 축소와 열악한 처우를 담보로 제시된 수치라는 점을 지자체가 직시해야 한다. 위탁이 공공의 책임까지 모조리 떠넘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문화인력에 대한 전문적인 재교육 문제도 정책적 접근과 제도적 보장이 필요한 부분이다. 지역 문화인력의 창의성과 잠재력이 현장의 경험에만 의존해서 위축된다면 ‘문화예술의 고장’이라는 타이틀은 의미 없는 수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얼마 전 전발연이 발표한 전라북도 문화인력 노동실태 조사결과는 문화인력이 직면한 현실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잘 보여준다. 이전에 실시됐던 조사결과와 비교했을 때 문화인력의 노동실태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은 공공의 제도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이제라도 기초 지자체는 물론, 도 차원의 문화인력 지원 및 육성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배승철<전북도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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