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빈곤층에 희망을
에너지 빈곤층에 희망을
  • 최낙관
  • 승인 2012.08.26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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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웃도는 우리 대한민국의 화두는 아이러니하게도 ‘빈곤’이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중 절반에 해당하는 50.1%가 자신이 ‘저소득층’이라고 응답했고 아울러 최근 5년간 ‘계층이 하락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전체의 19.1%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전체 응답자의 거의 전체에 해당하는 98.1%가 향후 계층상승이 어려울 것이라고 응답해 우리 국민들의 심리적인 공황상태가 얼마만큼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지 직감할 수 있다.

이처럼 삶의 질과 양극화 문제가 극심한 상황에서 ‘빈곤층’으로 분류된 우리 이웃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난 14일 민주통합당 노영민 의원이 저소득층에 대한 에너지 지원을 골자로 하는 ‘에너지 복지법안’을 대표 발의해 ‘에너지 빈곤층’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희망이 여물고 있다. 노 의원은 사회적 양극화로 저소득층이 증가함에 따라 최소한의 에너지 공급마저 받지 못하는 가구들이 늘고 있어 이들의 에너지 빈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며 약 130만 가구로 추산되는 에너지 빈곤가구의 복지수준이 더욱 악화돼 에너지 복지법안에 대한 발의배경을 밝히고 있다.

에너지 빈곤이란 특정가구가 실제로 소비한 에너지보다 얼마나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지를 알아보는 측정도구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에너지 빈곤층이란 광열비(전기료, 연료, 공동주택 난방비의 합) 기준으로 에너지 구입비용이 가구소득의 10% 이상인 가구를 지칭한다. 즉 소득대비 광열비 비중이 커서 의식주에 써야 할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어지고 따라서 에너지를 필요한 만큼 사용하지 못한 가구는 에너지 빈곤층에 속한다. 바로 그 때문에 이들은 여름철에는 폭염과 그리고 겨울철에는 지독한 추위와 사투를 벌여야 하는 극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우리나라 에너지 빈곤층 규모가 현재 130만 가구로 현실감 있게 환산하면 10가구당 1가구가 에너지 빈곤층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2009년부터 에너지 빈곤의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로 설정하고 분주하게 정책마련을 하고 있다. 이전에 이러한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는 저소득층 생계비 지원과 같은 기초생활보장에 밀려 관심 밖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에너지 빈곤층 문제가 정책의 ‘폴리시’와 소비자를 의미하는 ‘컨슈머’의 합성개념인 ‘폴리슈머’의 대상이 되면서 2030년 에너지 빈곤가구 0%를 목표로 문제해결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달성 여부를 논외로 하고라도 에너지 빈곤은 우리 사회 구조적 모순, 즉 소득의 양극화로부터 야기되는 사회악임에 틀림없다. 에너지 빈곤층의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절대적 빈곤’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현주소가 아닌가? 이제는 성장신화의 그늘서 신음하는 다수의 빈곤층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만 한다. 빈곤의 늪 속에서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에너지 빈곤뿐만 아니라 삶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구조차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임을 직시해야만 한다. 바로 그 때문에 작금의 에너지 복지법안을 발의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에너지 빈곤문제는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예방적 복지의 한계와 전달체계의 미흡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이점에 동의한다면, 문제해결을 위해 일차적으로 말이 아닌 실천적 민관협력이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나아가 일상적인 생활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에너지도 소비하지 못하는 에너지 빈곤층의 근본적인 걸림돌이 바로 경제적 부담이라면 이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에너지 빈곤의 개념을 특정가구가 실제로 소비한 에너지보다 얼마나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나아가 에너지 빈곤층 개념을 일정 재산 이하의 가구 중에 가처분소득의 일정비율 이상을 광열비로 지출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행하여 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광열비를 의료급여 등과 같이 생계급여에서 분리해 별도로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 제도적으로 보편적 에너지공급을 법적 의무로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에너지 빈곤에 영향을 주는 3가지 중요 요인이 낮은 소득과 높은 에너지 가격 그리고 에너지 효율이 낮은 주택에 있기 때문에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복지와 관계있는 사회보장 확충 및 주거환경 개선 그리고 일자리 사업의 연계추진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라북도의 경우, 인구대비 수급자의 비율이 전국 최상위 수준인 만큼 이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과 제도마련이 매우 시급한 실정이다. 우리 지역 실정에 맞는 빈곤층 산출 기준을 만들고 실질적 지원이 필요한 대상을 발굴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현재 다양한 에너지 지원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지만 저소득층의 에너지 소비실태 등 지원을 위한 기초 자료조차 없어 지원의 실효성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제 정부와 지자체는 민관협력을 강화해 체계적 지원을 위한 제도적 보완과 함께 재원확보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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