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준과 수학수준
대학수준과 수학수준
  • 김인수
  • 승인 2012.08.23 15: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각 나라별로 대학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는 경우가 많은데 더 나아가 국가 간 대학교를 서로 비교, 순위를 매기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이것을 세계 대학 순위라고 하기도 하며 대학평가라고도 한다. 대학평가는 주관적으로 느끼는 질 또는 경험적인 통계에 기초를 둘 수 있다. 아니면 교육자, 학자, 학생, 지망학생 등의 여론조사에 의하기도 한다. 이런 순위는 종종 대학의 입학 과정에 있는 지망학생들이 이용한다. 대학평가에는 학부 평가도 있고 대학원 평가도 있다. 평가는 잡지, 신문 또는 몇몇의 경우는 학계가 직접 매긴다. 또한 대학평가는 나라마다 다르다. 코넬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내 대학평가가 각 대학의 학생들의 지원과 입학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몇 신문이 리그 테이블이란 것으로 대학을 평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중앙일보에서 매년 국내대학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세계대학랭킹센터(CWUR)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위치해 있으며, 올해 처음으로 전 세계 대학 순위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세계대학랭킹센터(CWUR)의 연례 100대 대학 평가에서 세계대학랭킹 기준은 8개의 항목에 대해 점수를 주는데 국내 순위, 교수수준, 출판물 발행, 영향력, 논문인용, 특허출원, 교육환경, 졸업자 고용 8개 평가항목을 기준으로 하여 세계 대학교 순위를 점수화한 것이라고 한다. 이런 평가에서 하버드대가 세계 종합 1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하버드대는 특허(5위), 교육환경(7위), 고용(9위)을 제외한 5개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메사추세츠주 공과대학(MIT), 3위는 스탠퍼드대학교가 차지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과대학(CALTECH)이 4위와 5위로 뒤를 이었다. 프린스턴대학, 영국 옥스퍼드대, 예일대, 컬럼비아대학, UC버클리가 뒤를 이었다. 10위권 대학은 미국과 영국 대학이 각각 8곳, 2곳을 차지했다. 특허출원 1위는 MIT가 차지했고, 교육환경 1위는 종합 21위에 오른 미국 록펠러대학이었다. 한국은 서울대가 종합 75위로 유일하게 100위 안에 들었다. 특허출원에서 4위로 상위권에 들었지만 출판물 발행은 44위, 논문 인용 수는 69위, 졸업자 고용은 34위였다. 종합점수는 하버드대 100점 기준 46.7385점이었다. 일본은 도쿄대학과 교토대학, 오사카대학이 각각 14위, 17위, 32위에 올랐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58곳으로 가장 많았고 영국이 7곳, 프랑스가 5곳, 일본 5곳, 이스라엘 4곳, 스위스 4곳, 캐나다 3곳, 독일 3곳, 호주 2곳, 네덜란드 2곳, 덴마크와 핀란드, 노르웨이, 스코틀랜드, 한국, 스웨덴이 각각 1곳씩이었다.

이것이 오늘의 ‘수학 이야기’와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물론 아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대학의 위상은 대학에서 얼마나 새로운 발상과 아이디어를 통한 새로운 창조적인 일들이 만들어 지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발상의 아이디어는 결코 아직까지 시도해 보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누가 하느냐에 달려 있는바, 이런 발상의 바닥에는 수학적인 개념이 그 속에서 작동될 때 가능한 것이다. 쉽게 말하면,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연구는 불가능하며 기초과학이란 마치 큰 웅덩이를 파는 작업과 같아서 큰 웅덩이 속에서만 큰 물고기가 살아가듯, 연구의 결과는 기초과학의 발전과 비례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기초과학이 튼튼해지려면 수학이 튼튼해야 한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하는 필드상 수상자인 고다이라 구니히코 교수는 ‘수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주장하며 그런 제목의 책을 저술을 한 일도 있다. 그는 그 책에서 수학교육의 허와 실을 파헤치고 미래의 수학교육 비전을 제시하고, 일본 수학자가 수학의 세계를 소개하는 글들을 시작으로 일본의 수학교육의 현실, 과연 수학이란 무엇일까?, 등 수학연구와 수학교육의 현실을 지적하고 그 대안을 제시했다. 고다이라 구니히코는 1915년 3월 16일에 태어나 1997년 7월 26일에 세상을 떠난 일본의 수학자이다. 그는 1954년에 필즈상을 수상하였다. 고다이라 구니히코는 도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그의 학위 논문은 해외의 학술지에 실렸고 헤르만 바일이 그 논문을 주목함으로써 프린스턴 대학에 초청을 받게 된다. 그 후 고다이라는 여러 대학을 옮겨 다니며 미국에 오래 머물렀는데, 가장 오래 몸 담았던 곳은 프린스턴 대학교였다. 고다이라 구니히코의 주요 업적으로는, 수학자 스펜서(Spencer)와 함께 개척한 변형 이론(Deformation Theory)이 있다. 이 이론에서 고다이라는 스펜서와 함께 고다이라-스펜서 함수(Kodaira-Spencer map)을 정의하였는데, 이 함수는 주어진 복소다양체의 모든 가능한 변형들을 분류해 주는 역할을 한다. 현대 변형 이론의 기초는 이 고다이라의 업적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수학은 우주선 나로호의 개발과 같은 첨단 과학의 발달에 필요하고, 파생상품을 개발하거나 범죄 수사를 하는 데도 이용된다. 그러므로 그 나라의 대학수준은 곧 그 나라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고 대학수준은 수학 수준과 연관되어 있다. 특별히 금년에 8월에는 세계수학올림픽(IMO)에서 우리나라가 최초로 1위를 하였고, 미국, 중국이 그 뒤를 이었고 일본은 17위를 하였다. 우리의 미래가 희망이 있어 보이는 부분이다.

<이학박사 김인수, 호남수학회장, 대한수학회 부회장, 전북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수학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