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생물 증가와 환경
외래생물 증가와 환경
  • 김진태
  • 승인 2012.08.2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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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있다. 끝이 없을 것 같던 무더위도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점차 밀려나며 계절이 변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모처럼 내린 시원한 소나기 뒤의 맑은 시야에서 볼 수 있는 주변의 산야는 참으로 신선하기만 하다. 녹음이 우거진 산림이나 주변의 기상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생장하고 있는 곡물류들은 마냥 대단해 보인다. 가을 수확을 기대하는 농민들의 기쁨이 줄어들지 않아야 할 텐데 하는 생각 한편에는 이처럼 소중한 땀으로 일궈낸 수확물들이 일시에 피해를 받을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바로 외래생물들이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외래생물로 알려진 종류는 물가나 저수지에서 활개를 치는 황소개구리, 붉은귀거북이와 왕우렁이 그리고 조용히 산림이나 수목에 피해를 주고 있는 꽃매미, 가시박, 털물참새피, 미국쑥부쟁이, 서양금혼초 등이 있다. 이들의 도입은 경제성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도입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외래생물들처럼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단순히 개체수나 면적의 증가에 국한되지 않고 계속해서 국내 생태계에 피해를 주고 위협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한 생태계를 바탕으로 하는 안정된 환경은 생물다양성을 기준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외래생물들은 국내에 천적이 부재한 상황에서 다른 종에 비해 급격한 증가경향을 보이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적 요인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의 연구결과에서도 제기되었지만 자연상태에서의 서식환경이 개발로 훼손되거나 축소되는 등의 변화도 주요원인으로 인지되고 있다.

외래생물들이 증가하게 되면 토종생물들의 입지가 현격하게 축소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우려를 하게 되는데 친환경 벼재배를 위해 도입했던 남미원산의 왕우렁이는 왕성한 번식력을 바탕으로 토종 우렁이와의 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하천이나 저수지에서 분홍색을 띤 알무더기를 수변식물의 줄기나 돌, 구조물 표면에서 볼 수 있는데 보통 매년 2천여 개 의 알을 4년 동안 산란하며 여타 토종 하천생물에 비해 높은 부화율과 번식속도를 보이기 때문에 상대적 경쟁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왕우렁이가 수초의 줄기를 먹으면서 피해를 주기 때문에 생장기의 벼나 습지의 식물들이 피해를 받는데 황소개구리처럼 원래의 목적에서 벗어나면서 국내 자연생태계를 교란하는 주요 종이 된 것이다.

최근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해파리 급증과 피해도 심각한 상태라고 한다. 증가한 해파리로 인해 멸치잡이를 포기할 정도로 어민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보도와 심지어 해수욕을 하던 어린아이가 해파리에 쏘인 후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했다는 점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한류성 대표 어종인 명태가 사라졌다는 사실이나 난류성 생물인 해파리가 해안에서 폭발적인 증가를 보이면서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향후 전라북도 환경정책이나 경제활동에서 반드시 감안해야 할 요인이 되었다. 무척이나 더웠던 올 여름에 냉방기기 사용증가로 가정의 전기요금이 몇 배씩 증가한 환경요인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일회성 문제가 아닌 우리들의 생활과 건강 그리고 가정경제에 직결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기온으로 인한 영향 이외에 외래생물로 인한 피해까지 받게 된다면 직·간접적 영향은 심각할 것이다.

생태계의 특성상 일단 균형이 상실되고 안정성이 감소한다면 이를 인위적 방법으로 복원하기까지 많은 예산과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전라북도는 생태적 안정성과 다양성이 크고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이에 대한 적절한 정책수립과 수행이 이뤄지고 있으므로 당장 심각한 상황이 도래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자연재해와 변화라는 것은 우리의 예측을 벗어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하기 때문에 방심할 수만은 없다.

현재의 자연자산이 미래의 경쟁력을 담보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전라북도 자연생태와 환경유지를 위한 행정과 환경단체 그리고 도민과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아울러 이를 위한 상시적인 실천방안과 상호 협력방안 마련에 좀더 고민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굳건한 거버넌스 구축에 노력해야 한다.

김진태<전북보건환경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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