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웅치전투와 창렬사 창건
임진왜란 웅치전투와 창렬사 창건
  • 이동희
  • 승인 2012.08.2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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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임진왜란이 발발한 지 칠주갑(420년)이 되는 해로 이를 기억하고 재조명하기 위한 학술대회와 특별전이 전국 각지에서 열리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전북박물관미술관협의회 주관하에 도내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연합하여 전주역사박물관에서 9월 19일 임진왜란 특별전을 개최한다. 10월부터는 임진왜란 시민강좌도 열린다.

전라도는 임진왜란기 국난극복의 주역이었다.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若無湖南 是無國家)’는 이순신의 말은 임진왜란 때 호남의 역할을 잘 함축한 표현이다. 임진왜란 때 전주와 전라도가 유일하게 보존되었고, 조선 제일의 곡창지대 전라도의 수호는 7년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기반이 되었다.

웅치는 진안에서 전주로 넘어오는 길목으로 1592년 7월 7일과 8일 이틀간 조선군과 왜군 간에 치열한 혈전이 전개된 곳이다. 김제군수 정담, 나주판관 이복남, 함열출신 의병장 황박 등이 웅치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안고구치가 이끄는 왜군(전라도 침공을 맡은 고바야카와의 별군)에 맞서 결사적으로 항전하였다.

방어진지가 무너지자 이복남은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후퇴하여 안덕원에 진을 쳤고, 정담은 결사항전을 주장하여 종사관 이봉, 비장 강운ㆍ박형길과 함께 웅치에서 장렬한 최후를 마쳤다. 이틀간의 웅치전에서 수백의 조선군들이 왜군에 맞서 싸우다 순절하였다. 후퇴했던 이복남은 정유재란 때 남원성전투에서 순절하였으며, 황박은 이치 전투에서 전사하였다.

왜군은 조선군의 의로운 죽음에 감복하여, 조선인의 시체를 모아 노변에 큰 무덤을 만들어 장사지내고, 그 위에 ‘조선국의 충의로운 용사들에게 조의를 표한다(弔朝鮮國 忠肝義膽)’라고 쓴 표목을 세워 주었다. 웅치전에서 조선군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웅치전은 비록 패배하였지만 왜군의 전력에 막대한 손실을 입혀 전라도를 보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왜군은 웅치를 넘어 전주성 부근까지 들어왔지만 전력이 크게 약화하였고, 이복남과 황진 등이 안덕원에 진을 치고 적을 막았으며, 전주성안에서는 이정란이 전주부민들과 함께 성을 수호하였다. 결국 왜군은 전주성을 점령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이러한 웅치전의 영령들을 기리는 사당 창렬사(彰烈祠)가 지난 8월 13일 진안군 부귀면 세동마을 격전지에 창건되었다. 2억 7천의 예산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준공식이 치러지고 추모제가 이어졌다. 그 전날 창렬사 건축을 맡은 대목장이 꿈을 꾸었는데, 하얀 도복을 입고 흰수염이 난 도인이 나타나 대목장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였다고 한다. 늦었지만 400여년을 떠돈 웅치 영령들을 위한 사당이 이렇게라도 창건되어 다행이다.

금산전투, 이치전투, 웅치전투는 모두 왜군이 전라도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 결국 전라도를 보존했던 결정적인 전투들이다(금산은 본래 전라도로 1963년에 충청도로 편입되었다). 금산에는 금산전투 순절자들을 모신 칠백의총이 있고, 이치대첩의 주역 권율을 기리는 충장사가 있다. 그런데 웅치에는 이제껏 사당이 없어서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추모제를 지내 왔다.

임진왜란 순절자들을 기리는 것은 후손의 도리이기도 하지만, 후손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들의 순절과 정신은 끝난 과거가 아니라 지금의 우리를 지탱해주는 든든한 뿌리이고 버팀목이다. 영령들을 기리는 것은 곧 지역의 정신을 정립하는 일이다. 전북이 지역의 정신사와 관련된, 호국 영령들을 기리고 선양하는 사업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웅치 창렬사와 관련해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많다. 사당의 규모가 작은 것은 우선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주변 정화사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의 상태라면 추모제를 지낼 때나 찾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이정표도 세우고 도로도 정비하여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사당으로서 위상이 서고, 교육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 창렬사를 중심으로 웅치 전적지 성역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동희<전주역사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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