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 예찬
지리산 둘레길 예찬
  • 소재철
  • 승인 2012.08.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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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장 으뜸이며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는 지리산을 품고 있는 남원에는 고향의 정취와 주변이 주는 멋스러움을 음미하며 정겨운 길을 걷는 둘레길이 요즈음 레저문화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없이 깊고 넓은 품안에 수많은 생명들을 담고 있는 자연의 큰 힘 지리산은 계곡마다 많은 폭포와 소(沼) 담(潭)들이 산재해 있고, 기암괴석 사이를 흘러내리는 계곡의 경관들은 지리10경(智異十景)을 이룬다. 지리10경은 노고단의 구름바다, 피아골 단풍, 반야봉의 해지는 경관, 세석 철쭉, 불일폭포, 벽소령의 밝은 달, 연하봉 선경(仙景), 천왕봉 일출, 섬진강 청류(淸流), 칠선계곡이다. 요즈음에 여기에 하나를 더한 것이 지리산 둘레길이다.

지리산 둘레길 의 출발은 순례 길로써 2004년 '생명 평화'를 이 땅에 뿌리고자 길을 나선 순례자들의 입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지리산 순례길이 있으면 좋겠다는 제안으로 그 제안이 다듬어지고 구체화되어 오늘날의 지리산길(둘레길)이 되었다.

사단법인 “숲길”이 2007년 1월 24일 창립되어 지리산길 조사·설계·정비 사업을 추진하여 지리산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 274km를 지난 5월에 개통하여 남원, 구례, 함양, 산청, 하동등 3개도 5개 시군의 20개 읍면 117개 마을을 이어놓았다.

조성 목적은 국내 최초의 장거리 도보길 조성으로 한국형 트레일의 전형을 만들고, 길을 통한 지역주민들의 자연생태공동체를 형성하여 미래세대를 위한 치유와 호연지기의 길을 구축하는 데 있다. 걷는 길 조성을 통해 느림(slow) 지향의 문화를 확산하고, 이를 통해 국민들의 육체와 정신 건강에 기여하는 데 취지를 뒀다. 무분별한 난 개발이 아닌 지역의 우수한 자연환경과 다양한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하는 신개념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둘레길 조성 원칙은 옛길을 최대한 원형 그대로 두고 원래 있던 다양한 길인 숲길, 임도, 강길, 제방길, 마을길을 최대한 활용하여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두었다. 차량과 농기계 통행이 잦은 아스팔트 길, 안전이 우려되는 위험한 길, 해발 고도가 너무 높은 길 등은 연결을 위한 최소한의 구간을 빼고는 제외시켰다. 사계절 내내 변화하는 지리산과 지리산을 아우르며 흐르는 강, 들녘, 마을을 보면서 걸을 수 있는 길을 선택했으며, 자연자원이나 고유한 역사 및 문화자원이 잘 보존된 지역을 중심으로 연결하고 있다.

양방향을 일러주는 이정표는 누구나 쉽게 구별할 수 있게 빨간색 화살표는 시계방향으로 순방향 ,검은색 화살표는 반시계방향으로 역방향을 표시하고 있어 기본사항만 알고서 걸으면 편하게 방향을 설정하고 탐방할 수 있어 관리하는 분들께 고마움을 느끼면서 걸을 수 있는 곳이다.

이에 더불어 남원시에서 지난 7월부터는 지리산 둘레길 이야기꾼을 배치하여 주변에 담긴 이야기와 숨겨져 있는 볼거리를 제공하여주고 있어 탐방객들에서 쏠쏠한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탐방객이 지리산 둘레길 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길가에 있는 마을사람이나 여행객을 가리지 않고 사람과 어울리며 걷고 주변의 풍경에서 지난날의 추억을 회상하기도 하고 미래의 자화상을 그리며 발걸음이 헛되지 않기 위한 자기만의 방식으로 한걸음씩 내딛고 있다.

무언가 보고 느끼면서 주변풍광을 음미하는 여행도 있겠지만 세파의 억눌림에 벗어나고 싶어 자연과의 대화와 묵상을 하기위한 무념무상의 여행길에는 지리산 둘레길이 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길가다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 걸으면서 맡는 들풀의 꽃향기와 풀냄새, 거름냄새까지도 일상과는 판이하게 다른 신선한 감흥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린적의 추억을 그리며 빙그레 웃음을 머금으며 길에서 발견하는 모든 것을 새로운 양 머리에 다 기억하려는 생각에 발걸음을 옮기는 이도 있을 것이다.

운봉 행정리 서어나무 숲은 2000년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마을 숲 대상을 차지한 300여 년 전에 조성된 아늑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임권택 감독의 춘향전에서 춘향이가 탔던 그네가 있으며, 구릉치 가는 숲에는 모든 일이 잘되도록 기원하는 담벼락의 남원 방언인 ‘사무락다무락’이란 돌무더기 탑이 있어 둘레꾼들이 돌 하나를 얹어놓고 소원을 빌고 가는 한 자락의 여유를 부리는 곳도 있다.

지나온 시간이 아쉬운 것처럼 걸어 내려온 길을 되돌아보면서 먼발치 지리산 수목담채화의 첩첩능선과 고즈넉한 마을과 논밭에까지 하나하나 시선을 주며 똑같은 길이라도 다음엔 또 다른 길일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 할 것이다.

주변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풍경에 취하면서 우리 이웃과의 만남, 마을사람과의 인연, 넉넉한 마음의 여유를 향기롭게 버무리며 걷기를 이름답게 하는 여유를 부려보는 귀한 시간을 지리산 둘레길 에서 펼쳐볼만한 때이다.

<소재철 장한종합건설 대표이사/원광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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