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일을 당해보면
어려운 일을 당해보면
  • 정준모기자
  • 승인 2012.08.2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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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일을 당해보면 인간의 본성과 그 나라의 국민성,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지금 군산은 끔찍한 수마(水魔)로 생활의 기반을 잃은 많은 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 속에 공휴일 반납은 물론 사생활을 포기한 공무원 등 뜻있는 시민들이 복구에 동참하는 훈훈한 소식이 전해오고 있다.

사정상 복구에 참여하지 못한 시민들도 수재민과 자원 봉사자들에게 생필품을 비롯해 빵과 음료수를 전달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는 모습, 우리 사회가 지탱되는 원동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꼭 이런 부류의 사람들도 있다.

입버릇처럼 군산 발전을 염원하고 군산시민을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던질 것 같은 일부 인사들의 몰상식적 행태다.

수재민과 물에 잠긴 군산시를 걱정해야 할 판국에 복구에 힘은 보태지 않더라도 마치 수재(水災)를 기다렸다는 듯 군산을 희화화(戱畵化)하며 혀를 끌끌 차거나 심지어 사실 확인이 안 된 무책임한 말들은 내뱉는다.

어떤 의도인지 알 수 없지만 다분히 정치성(?) 냄새가 풍겨온다.

이런 인사들의 공통점은 은근히 지역 분열을 조장하고 입으로는 애향(愛鄕)을 외쳐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인색하다는 사실이다.

우리 나라와 가깝고도 먼 이웃이자 영원한 경쟁국이라는 일본.

무수한 시신들이 나뒹구는 끔찍한 사고 현장을 외국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며 외신들을 가로막은 국민, 타인들이 공포를 느낄 수 있다며 자신의 부모나 형제가 죽어도 울음을 참는 국민, 복구와 피해자 돕는 것을 최우선으로 시민 모두가 한마음이 된 일사불란한 장면, 천재지변 때 보여준 일본의 저력이다.

이를 유추해 보면 모든 일에 순서가 있고 실리를 중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시간을 다투는 예기치 못한 불상사가 생기면 푸념이나 맹렬한 비난도 좋지만 먼저 수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고 그 다음에 원인 규명을 통한 재발방지에 주력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차제에 서해안 중심도시로 도약중인 군산에 잔존하는 잘못된 습성들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길 기대해본다.

군산= 정준모기자 jjm@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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