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꿈
한여름 밤의 꿈
  • 양병호
  • 승인 2012.08.16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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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나는 오늘도 꿈을 꾼다. 런던 올림픽 체조 금메달리스트 양학선이 집을 지어 오순도순 모여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식구들이 둘러앉아 어려웠던 때를 추억 삼으며 라면을 후루룩 땀나게 먹으면 더 좋겠다.

대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랑보다 부족한 점,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 고백하면 좋겠다. 나아가 경쟁 후보의 장점에 대해 장황하게 칭찬하면 더 좋겠다. 대한민국의 교육 정책 목표가 상대적 무한 경쟁을 통한 지적 능력의 성적 향상에 외곬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인간적인 참으로 인간적인 인격의 배양에 교육의 근본 목표를 설정하면 참말로 좋겠다. 사람이 맛나고 귀한 밥을 먹고 값비싼 옷을 입고 크고 널찍한 집에서 살기 위하여 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술과 문화의 향유를 누리면서 여유있는 여가생활을 통하여 마음이 편안하고 풍요한 존재라면 좋겠다.

살아가는 틈틈이 어렵고 힘든 이웃을 향하여 위안의 손길을 내밀면 좋겠다. 막장에 몰린 사람들을 위하여 경제구난센터 119가 설치되면 더욱 좋겠다. 욕망의 다이어트 운동을 열심히 하면 좋겠다. 그리하여 안분지족의 정신을 국시로 삼아 모두가 행복하면 진짜로 좋겠다.

둘. 나는 어제도 꿈을 꾸었다. 계수나무 아래 옥토끼 방아 찧는 달나라에 가보고 싶었다.

우주선이 아니라 물론 하얀 쪽배를 타고 달나라 탐험을 하고 싶었다. 병든 어머니를 위하여 엉덩이 살을 도려내어 병구완했다는 효자 이야기를 듣고, 나도 두렵지만 칼을 갈고 싶었다. 어른이 되어 과학자가 될까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될까 선생님이 될까 고민하며 어서 빨리 무럭무럭 자라고만 싶었다.

등하교시에 십리 길을 걸어다니지 않고 횟배 낳는다는 석유냄새를 맡으며 차를 타고 싶었다. 길뿐만이 아니라 물 위로 다니는 아니 필요하면 공중으로 날아다니는 차를 발명하고 싶었다. 시도 때도 없이 끈질기게 엄습하는 허기를 음식이 아니라 한 알로 가시게 하는 알약을 만들고 싶었다. 어서 빨리 돈을 벌어 고래 등 실 기와집을 짓고 부모님을 봉양하며 각시와 깨소금 맛으로 살고 싶었다. 만화책 속의 주인공처럼 미지의 아프리카 밀림을 탐험하는 용감한 여행가가 되고 싶었다.

고흐처럼 귀를 자르는 예술에의 열정으로 결혼하지 않고 고독하게 캔버스에 혼을 불사르는 치열한 화가가 되고 싶었다.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섬세하고 순결한 정신을 지닌 시인이 되고 싶었다.

셋. 나는 내일도 꿈을 꿀 것이다. 모든 직장에서 야근 특근 없이 오로지 법정 근무시간 하루 8시간만 쉬엄쉬엄 일했으면 좋겠다. 넘치는 일은 새로운 인력을 보충하여 예컨대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 처리하면 좋겠다. 경쟁과 효율을 중시하는 시장주의 대신 평화와 행복을 기치로 삼는 인간주의 세상이 되면 더욱 좋겠다.

비정규직, 계약직 제도가 없어지고 모두가 정규직으로 근무하면 좋겠다. 아르바이트 시급이 적어도 일만 원을 넘기면 아주 좋겠다. 대학의 등록금 제도가 사라지고 무상교육이 이루어지는 일을 더 이상 꿈꾸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북이 통일을 이루어 자동차를 타고 한국에서 출발하여 중국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오토캠핑을 하면 좋겠다.

시리아 내전이 후딱 끝나 난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평화로운 삶을 꾸리면 좋겠다. 공정한 세상, 인권이 존중되는 세상이 되어 정부 부처 중 공정거래위원회와 인권위원회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저물녘이 아니어도 고요한 시간이면 그냥 매급시 사람이 그리운 세상이 되면 좋겠다. 말 그대로 행복과 평화가 강물처럼 철철 넘쳐흐르는 지구촌이 되면 좋겠다. 모두 좋아서 죽고 싶을 정도로 세상을 그리고 삶을 사랑하면 참말로 좋겠다.

양병호<시인/전북대 인문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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