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도박
스포츠와 도박
  • 김인수
  • 승인 2012.08.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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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제전경기는 여러 곳에서 크고 작은 규모로 많이 개최되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성대하고 유명했던 것은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피아(Olympia)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올림피아는 BC 776년에 시작하여 가장 오래 지속하였고 영향력이 제일 컸으며, 모두 293회에 걸쳐 AD 393년까지 빠짐없이 계속되었다. 이 올림피아제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절대신인 제우스 주신(主神)에게 바치는 일종의 종교행사로, 그 여흥으로 여러 가지 운동경기가 열렸다.

1896년 하계 올림픽(Summer Olympics, Games of the I Olympiad, 1896)은 393년을 마지막으로 끝난 고대 올림픽 대회 이후 거의 1500여 년 만에 열린 첫 근대 올림픽 대회다. 첫 번째 근대 올림픽은 1896년 4월 6일부터 4월 15일까지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되었다. 고대 그리스가 올림픽의 발상지여서 첫 근대 올림픽이 열리기에 적당한 장소였던 아테네는 1894년 6월 23일에 파리에서 프랑스의 역사학자인 쿠베르탱이 주관한 올림픽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개최지 자격을 얻었다. 여러 어려움을 이겨낸 1회 올림픽은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다.

당시의 국제 경기 중에서는 이 대회가 가장 많은 국제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19세기 때 유일한 올림픽 경기장으로 쓰인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은 경기를 보려는 사람들이 몰려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한다. 대회가 끝난 후 IOC는 이후의 올림픽을 계속 그리스에서 개최할 것인가를 놓고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과 그리스 임금인 요르요스 1세, 몇몇 미국 선수들 사이에서 갈등이 있었으나 1900년 대회가 이미 파리에서 열리기로 결정된 상태였고, 이후 올림픽은 세계를 순환하면서 개최하게 된다.

1948년 하계 올림픽(영어: 1948 Summer Olympics, Games of the XIV Olympiad)은 영국 런던에서 1948년에 개최된 제14회 하계 올림픽이다. 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열린 대회였고 런던에서 개최된 두 번째 올림픽이기도 하다. 1944년 개최하기로 했던 대회였으나, 제2차 세계 대전으로 인해 4년 연기되어 1948년에 열리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1908년 제 4회 올림픽이 런던에서 열렸고, 1944년 런던에서 계획된 올림픽은 전쟁으로 취소되었다.

이때 우리나라는 최초로 태극기를 앞세우고 하계 올림픽에 출전하여, 복싱 플라이급의 한수안 선수, 역도 미들급의 김성집 선수가 동메달을 획득하였다. 그리고 올해엔 지구인들의 축제인 올림픽은 도박산업(?)의 축제이기도 하다. 2012년 런던올림픽과 관련된 영국의 합법적 도박시장 규모만 약 1800억 원에 이른다는 보도가 있었다. 심지어 누가 성화를 봉송할 것인가도 베팅의 대상이 되었는데, 아무도 예측하지 못해서 환불사태가 생기기도 했다.

도박의 역사는 올림픽보다 훨씬 더 길다. 미래를 예측하고 승부를 거는 쾌감은 인간의 디엔에이(DNA)에 새겨져 있는 것일까. 로마의 귀족들은 콜로세움의 경기를 보며 돈을 걸었고 수천 년 전 벽화는 내기를 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며, 내기에 사용된 선사시대의 뼈가 발견되기도 했다.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가 하늘을 지배하게 된 것도 주사위를 굴려서 결정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제 카지노나 복권뿐 아니라, 결과가 불확실한 세상의 모든 게임을 대상으로 매일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다. 축구든 야구든 올림픽이든, 모든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수학 천재들은 카지노에서 거액을 벌었고, 미국에는 야구의 확률과 통계를 연구하는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라는 분야와 관련 학술지도 존재할 정도다. 도박이 언제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파스칼이 확률론을 발전시킨 계기도 도박에 관한 질문이었고 수학자들은 카드게임을 연구하고 분석한다. 최근에는 내기를 거는 군중의 지혜를 시장에 모아 미래를 예측하는 ‘예측시장’도 발전하고 있다. 야구 등 스포츠 경기 결과를 대상으로 한 라스베이거스 스포츠베팅 시장이나 선거의 후보들을 주식처럼 사고팔아서 결과를 예측하는 아이오와 전자시장 등이 유명하다.

물론 예측시장의 결과가 별로 신통치 않다는 보고도 있으며, 심지어 2008년 미국 대선 때는 후보진영에서 시장을 조작하려는 사례조차 있었다. 아무튼 스포츠만큼이나 도박도 인류의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복권을 포함한 전 세계의 도박 산업은 불황에도 꾸준히 성장하여, 그 규모가 무려 500조 원에 육박할 정도다.

엄청난 세금의 원천이니 많은 정부가 도박 산업을 부추기며, 페이스북도 온라인 도박 산업에 참여를 선언했다. 그러나 도박이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듯이, 도박 산업이 너무 커지면 사회가 병들기 마련이다. 한국의 불법 사행산업의 규모는 합법 사행산업의 3~5배인 50조~90조 원에 이른다고 추정된다. 게다가 도박중독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수가 200만 명이 넘는다는 통계는 우리 사회의 도박 병이 매우 심각함을 보여준다.

인생이란 원래 ‘돈 놓고 돈 먹기’라며,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인생역전 한방을 꿈꾸는 것은 이해할 만도 하다. 자본주의의 꽃인 금융시장이 돌아가는 꼴을 보면 그들만 탓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올림픽이 주는 감동은 역시 결과에 상관없이 선수들이 고생하며 흘린 땀방울과 노력 그 자체이다. 베팅으로 날밤을 새우는 이들의, 행운과 일확천금이라는 꿈은 아무래도 올림픽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학박사, 호남수학회장, 대한수학회 부회장, 전북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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