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쿠데타인가? 혁명인가?
5.16 쿠데타인가? 혁명인가?
  • 김우영
  • 승인 2012.08.15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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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당내 경선에서 박근혜 의원의 독주가 위협 받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박근혜 의원은 이전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그의 지지자들의 응집력을 보여 주었고, 지금은 그에 필적할 만한 세를 가진 당내 후보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도 박근혜 의원이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가 되리라는 것에 의문을 가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선은 경선이다. 각 후보 간의 공방으로 후보의 자질이 검증되기도 하지만, 상처가 남을 수도 있다.

최근 5.16에 대한 논란도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서의 후보 간 공방에서 촉발되었다. 박 의원은 지난 달 16일 신문방송편집인 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5.16은 아버지로선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그 후 나라의 발전이나 오늘 한국이 있기까지 5.16이 초석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바른 판단을 내렸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5.16을 ‘구국의 혁명’이라 말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5.16을 쿠데타(군사정변)로 규정하고 있는 현재 학계의 역사 인식과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정치권과 학계에서 비판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의원의 발언은 자신의 아버지의 과거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자 하는 딸의 입장에서의 생각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쿠데타라는 학계의 규정을 부정하는 것은 새누리당의 대선 경선 후보가 가져야 할 태도로서는 적절하지 않다. 박근혜 의원이 최근 인터뷰에서 쿠데타로 생각하는 국민들도 있지만 혁명으로 생각하는 국민들도 많기 때문에 역사적 평가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를 피력하고, 5.16에 대한 평가를 묻는 계속되는 질문을 과거에 억매여 있는 태도로 치부해 버리는 것은 과거의 사실에 대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만일 박근혜 의원이 시민들의 자신에 대한 지지가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으로 주장하거나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는, 그리고 과거에 억매여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의원에 대한 많은 시민들의 지지는 박정희 정권 시절의 박정희에 대한 향수나 긍정적 평가와는 무관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우선 그가 몸담고 있는 새누리당은 당의 명칭과 구성원이 시사하듯 과거의 공화당과는 관계가 없다. 박근혜 의원에 대한 평가 역시 그가 한나라당 시절에 보여준 정치적 역량과 비전에 기인 한 것이다.

박근혜 의원이 지금까지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대선 후보로서 여정을 걸어 온 것은 5.16과 3선 개헌, 유신체제 등 과거 역사와의 연속 선 상에서 이어 온 것이라기보다는, 단절되고 발전된 현재의 새로운 정치체제 속에서 한 시민으로서, 한 정치인으로서의 여정을 걸어 온 것이다. 5.16이라는 과거의 역사와 본인을 스스로 단절시키는 것이 미래지향적인 정치인의 태도라 할 수 있고, 한국 정치의 성숙한 일면을 보여주는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과거에 억매이지 않고 미래를 지향하는 모습이다.

5.16이 쿠데타라는 것은 쿠데라란 “지배계급 내의 일부 세력이 무력 등의 비합법적 수단으로 정권을 탈취하는 기습적인 정치활동”이라는 사전적 정의에 의한 것이다. 5.16은 소수의 군인들이 군사력을 동원한 비합법적 수단으로 정권을 탈취한 쿠데타라는 사실과 5.16으로 지칭되는 정치적 사태가 불가피한 선택인가 아닌가는 논점이 다른 별개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역사가들에 의해서 5.16과 그 이후의 사태가 긍정적으로 평가되든, 부정적으로 평가되든 5.16이 쿠데타라는 비합법적 수단을 통해서 정권을 탈취하였고, 시작하였다는 것은 부정될 수 없고, 부정되어서도 안 된다.

많은 시민들이 박근혜 의원에게 5.16에 대한 평가를 묻는 것은 박근혜 의원이 박정희 시대의 계승 의식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확인으로 간주되며, 그의 시민 의식을 묻는 것이지 불필요한 논란은 아니다. 박정희의 유신 시대에 핍박 받았던 많은 시민들이 박정희의 딸이라는 이유로 정치인 박근혜 의원을 반대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정치인 박근혜 의원이 박정희의 5.16을 박정희가 아버지라는 이유로 옹호하거나 옹호할 필요는 없다. 정치인 박근혜 의원이 대선 경선 후보자로서 충실하고자 한다면, 5.16에 대한 규정은 학계에 맡기고, 역사가와 시민들 각각의 평가를 겸허하게 수용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김우영(전주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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