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를 앞서 가려면
글로벌 시대를 앞서 가려면
  • 고건
  • 승인 2012.08.14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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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자에게는 취미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스마트폰으로 외국대학교 강의를 듣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강의 동영상 파일을 다운받아 놓고 시간날 때마다 이 강의를 듣는다. 요사이는 MIT 대학의 지적재산 강의를 듣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지식을 얻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안ㄷㅚㅆ다. ‘조례’, ‘법령’처럼 우리말로 들어도 잘 모르는 단어들이 영어로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에는 30초짜리 Rewind 키가 있다. 똑같은 부분을 열번, 백번 반복해 들으면 드디어 언젠가는 들리게 된다. 이렇게 새 지식을 넓혀갈 때마다 잔잔한 기쁨이 있다. 이제 필자는 단 일분도 지루한 시간이 없게 되었다. 스마트폰 덕택에 버스에서나 침대에서나 언제 어디서든 유명대학교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비록 60대이지만 스마트폰 덕택에 지난 3년간 영어 실력이 가장 많이 늘었다,

이 동영상 강의들은 대부분 무료이다. 몇 개월전 그 대학 학생들에게 실제 행해진 강의들이다. 인터넷에는 이미 1,000개 대학의 50만개 강좌가 올라와 있다. MIT, 예일, 버클리, 스탠포드, 옥스퍼드 같은 명문대학 강의들이다. 분야도 과학, 인문, 예술, 사회과학 등 모든 분야를 총망라하고 있다. 대학뿐이 아니다. TED는 대학 밖 유명강사들의 강연들을 제공하고 있다. Khan Academy는 초중고 강의들을 제공하고 있다. 빌 게이트 조차 그의 자녀들을 이와같은 온라인 동영상으로 공부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런 갑부가 왜 가정교사 대신 동영상으로 자녀교육을 시키는가? 온라인에는 매 주제마다 그 주제를 세계에서 가장 잘 가르치는 사람이 강의하기 때문이다.

IT 공간에 올라와 있는 유익한 정보는 대학 강의뿐이 아니다. 전세계 전공인들은 그들의 주옥같은 전공 정보들을 페이스북 올려놓고 공유하고 있다. 위키피디아에서는 전세계인들이 협력하여 2,800만쪽의 세계최고 백과사전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마존에서는 전세계 사람들이 책에 관한 정보들을 (서평, 토론 등) 연일 올리고 있다. 구글은 각 사람이 필요로 하는 정보들을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용케 정확히 찾아내준다. 실로 인터넷에는 엄청난 양의 유익한 정보가 해가 갈수록 더 빠르게 쌓여가고 있다. 문제는 이 모든 유익한 정보들이 다 영어로만 쌓여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컨텐트 뿐이 아니다. 전세계인들 협업에 의해 수만, 수십만개의 소프트웨어도 (소스코드조차 공개된채) 무료로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다.

문제는 이 모든 것들이 다 영어로만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 이처럼 유익한 내용들이 유독 영어로만 인터넷에 모여지고 있는가? 그것은 정보공개 운동을 영국이 가장 먼저 시작시켰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근대과학은 뉴톤등을 필두로 영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자연과학 진리가 속속 발견되자 이러한 지식을 비밀로 부쳐야하느냐 공개해야 하느냐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일어났다. 자국 산업과 국방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당연히 비밀주의를 채택해야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대두 되었다. 그런데 초창기 영국 욍립학회의 주류를 이루었던 Maxwell, Faraday 등 기독교 신자들은 “자연과학은 신이 우주를 창조하며 심어 놓은 원리를 밝혀내는 분야인만큼 모든 사람들에게 신의 속성을 이해시키기 위해 이 정보를 독점하면 안돤다”고 주장하였다. 그래서 영국 왕립학회는 과학논문을 전세계인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채택하였고 이러한 전통은 19세기 이후로도 강력하게 유지되어 왔다. 이러한 정보공개 정신에 따라 오늘날 위키피디아, 동영상 강의, 공개소프트웨어 등 이 영어 중심으로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모든 지식이 영국에서처럼 공개되었던 것은 아니다. 화약, 종이, 인쇄술 등 많은 중요한 기술들은 비밀주의 때문에 전세계로 퍼져나가는데 수백 수천년을 기다려야 했다.) 이유야 어찌ㄷㅚㅆ든 오늘날 인터넷 공간에는 엄청난 양의 유익한 정보자원들이 대부분 영어로만 쌓여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있다.

이러한 현상들을 보면서 필자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해 걱정이 들기 시작하였다. “영어문화권 젊은이들은 이처럼 훌륭한 교육환경 속에서 성장해가는데(즉 명문대 강의, 위키피디아 백과사전, 수만 수십만개의 공개소프트웨어 등)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영어에 익숙치 못해 이런 자원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글로벌 경쟁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지식기반 시대이고 글로벌 시대이다. 영어를 못하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파악조차 못하고 우물안 개구리가 되어버릴 수 있다. 영어를 못하면 글로벌 시대에서 고립되고 처지고 조선말 역사가 이 땅에 다시 되풀이될 수 있다. 개인이나 학교나 우리 사회 모두가 영어 교육에 특별한 우선순위를 두어야할 시대가 온 것 같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들어오면서 일본이 뒤처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원인이 일본이 영어를 박대한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은 원폭 패전 이후 일본 영토에서 영어를 가급적 가렸다. 라디오나 텔레비전도 영어 방송은 하지 않았다, 헐리우드 영화도 모든 말과 자막을 일본어로 바꾸어 내보냈다. 그 결과 일본 시민들은 영어를 보고 들을 기회가 전혀 없게 되었다. 그렇게 30여년을 보낸 후 디지털 혁명이 영어로 불어 닥쳤다. 영어가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왜냐하면 영어는 일이년에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리나 화학은 수년이면 쫓아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민들의 영어를 높이는데에는 한세대 삼십년이 걸리기 ㄸㅒ문이다. 영어는 이제 더 이상 한 나라만의 언어가 아니다. 영어는 전세계인들이 중요한 정보를 주고받는 유일한 미디어가 되었음을 바로 인식하고 우리의 2세대들을 제대로 준비시키자.

<고건 (전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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