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대화의 기술(2)
97. 대화의 기술(2)
  • 문창룡
  • 승인 2012.08.1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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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유난히 비판적인 사람이 있다. 이것은 어린 시절부터 조금씩 형성된 생활습관이다. 다른 사람을 비판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 스스로의 가치를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가치를 하찮게 여기기도 하며 쉽게 분노와 적개심을 드러낸다. 성장기에 부모나 다른 어른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받았던 비판의 결과가 이렇게 무섭다.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부모는 모욕적인 말로 꾸짖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처음에는 부모의 말을 수용하는 것 같지만 이러한 일이 잦아지면 아이는 버릇없이 대꾸하며 대들기까지 한다. 그러면 부모는 더 큰소리로 윽박지르며 아이를 제압하려할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매를 드는 일을 자초하는 부모도 있다.

폭력을 행사하는 일은 엄마보다는 아빠의 경우가 많다. 자녀가 정면으로 자신의 권위에 대항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때 가출을 감행하는 아이도 생겨난다. 그런데 자녀와 벌어지는 이러한 일들이 ‘그렇게 다툴 필요가 있었는가?’하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그러한 방법이 최선이었는가? 더 슬기롭게 처리할 방법은 없었는가?’를 곰곰이 따져 보면 자신이 참 어이없는 행동을 했다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사실 자녀와의 갈등은 매우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하찮은 일들에 대해서는 진짜 하찮게 대하는 부모의 지혜가 필요하다. 아이가 물 컵을 깨트렸다고 해보자. 이때 부모의 반응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이런, 다친다는 없어? 별일이 없어서 다행이다. 기분이 나쁘지? 어서 깨진 유리를 치우고 물을 닦아내도록 하자. 치우고 닦아내면 돼.” 그렇지 않아도 물 컵을 깨뜨려서 겸연쩍어 하는 아이에게 이러한 대응은 부모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된다. 아이가 “죄송해요. 엄마. 제가 한눈파느라 컵을 꽉 잡지 못했어요. 다름부터는 더 조심하도록 해야겠어요.”라고 반응했다면 이 가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어쩌면 교육적으로는 물 컵이 잘 깨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있다. “야, 넌 왜 항상 그 모양이니? 좀 조심할 순 없어?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라고 그렇게 일러두었거늘 결국 일을 냈네. 어서 치워.” 부모의 이러한 핀잔에 아이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뻔하다.

이때 부모가 염두에 둘 점이 있다. ‘무엇이 중요한 가치인가?’하는 것이다. 자녀를 진정으로 교육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비난보다는 다음부터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익한 정보를 주는 것이 좋다. 그것이 비록 하찮은 정보라 할지라도 아이에게는 큰 힘이 된다. 예를 들어 “요즘 컵들은 디자인을 강조한 나머지 손잡이 부분을 크게 만들지 않는 것 같아. 그래서 다른 한손으로 물 컵을 받쳐서 물을 먹으면 물 컵이 땅에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지.”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때 아이가 “싫어요. 전 계속 한손으로 먹다가 또 물 컵을 떨어뜨릴래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네, 엄마. 그렇게 하도록 할게요.” 이러한 대답이 상상되지 않는가? 그러면 부모는 “고맙구나. 엄마 말을 귀담아 들어줘서.” 이렇게 응대하고 땅에 떨어진 물 컵을 같이 치우는 가정에 큰소리가 나는 소동이 일어날 수 없다. 아마도 아이는 이런 실수를 다시는 안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물 컵을 치우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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