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교육 여성차별?
수학교육 여성차별?
  • 김인수
  • 승인 2012.08.02 16: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국의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우머노믹스가 되돌아오다(Womenomics revisited)란 기사를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을 집중 조명했다. 우머노믹스는 여성(Women) 과 경제(Economics)의 합성어다. 이코노미스트가 이 기사를 쓴 것은 남녀가 평등한 나라일수록 1인당 국내 총생산(GDP)이 높다는 세계경제포럼조사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실제로 선진국들은 교육 및 직업현장에서 철저한 남녀평등을 실현하면서 21세기 경쟁력인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있다. 덴마크 작은 마을의 목수였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은 경제 공황으로 일감을 찾기 힘들었던 1932년 세계경제공항 당시 정교한 장난감들을 제작하여 많은 인기를 얻었다. 1934년 크리스티안센은 회사를 설립한 후 회사의 이름을 잘 논다(leg godt)란 의미의 덴마크어를 줄여 레고(Lego)라고 지었다. 레고는 1947년 영국에서 만들어진 키디크래프트 블록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각 면 아래쪽에 홈이 있는 직사각형 블록으로 진화하였다. 진화된 블록은 스터드와 브릭 내부의 원형 기둥을 통해 조립되어 여러 개 쌓아도 구조적인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전설적인 장난감이 탄생했다. 사람들이 레고를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남녀 누구나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으로 평등의 장난감이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레고 50주년을 기념한 특집기사를 통해 레고가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지 않는 섬세한 감성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고 말했다. 총과 칼의 장난감과 인형과는 달리 레고는 아이디어와 상상력만 있으면 남녀 모두 즐길 수 있는 장남감이라고 분석했다. 아이디어와 상상력에 있어서는 남녀 구별이 없는 세상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많은 분야에서 아직도 여전히 남녀차별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최근 대두됐다.

지난 7월8~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수학교육대회(ICME-12)에서 펠릭스 클라인상을 수상한 호주 라트로브 대학 길라 레더(Gilah C. Leder) 교수는 호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종합테스트 결과와 유네스코 보고서 등의 자료를 인용하여 수학교육 시간에 여성이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수학 분야에서 남학생들의 높은 유급율과 중퇴 비율을 감안한다면, 여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남학생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 성취도 평가에서 남학생들이 우월한 것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환경적 요인이 매우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레더 교수는 남녀에 대한 미디어와 교과서의 묘사, 학교에서의 수업 관행이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요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Dowling과 Burke(2012)의 보고서와 수학을 남성들의 영역으로 인식하는 것이 독일 학생들의 오래된 인식이라는 Kaiser(2012) 보고서 등을 인용했다. 결론은 남성위주의 문화가 수학교육을 지배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여학생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국제수학교육대회(ICME-2012)에서 제기됐다는데 관심을 끌고 있다. 논의 의 주제는 남성 위주로 돼 있는 수학교과서 내용과 남성 위주의 수학 교과과정, 남성 위주의 수학 연구패턴 등 남성 위주의 문화가 수학교육을 지배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여학생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녀 차별은 학교 현장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12 한민족 과학기술자 종합학술대회에서 국내 과학기술계 여성 문제를 집중하여 지적했다. 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2009년 기준 25~29세 인구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면 남성이 72.4%, 여성이 68.8%로 매우 근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30세가 되면 남성이 91.9%로 높아지는 반면 여성은 51.8%로 떨어지는, 급감추세가 일어나고 있다. 이공계 여학생 역시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학사과정의 경우 여학생 비율이 52.6%로 남학생보다 더 높았지만, 석사과정은 48.7%, 박사과정은 40.0%로 급감했다. 공학계열 역시 학사과정은 18.8%였으나 석사과정은 16.0%, 박사과정은 11.9%로 급감했다. 결혼과 출산, 육아 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더 심각한 것은 공공연구기관의 고위직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과학기술인력의 비율이다. 2011년을 기준으로, 공공연구기관에 근무하는 팀장급 이상 여성 관리자는 2천579명 중 163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상위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그 수는 급감했다. 실·부장급 상급관리자의 경우 1천16명 중 60명, 임원급 이상 최상급 관리자의 수는 177명 중 4명에 불과했다. 이는 여러 가지 주변 환경 때문에 여성의 고위직 근무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여성 과학기술자들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 역시 남성에 비해 현격히 낮은 수준이다. 기초연구사업의 경우 2011년 6월까지 6개월간 여성 과학자에게 지원이 이뤄진 경우는 17.9%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여성과학자에 대한 예산액은 전체의 13.4%에 불과했는데, 이는 여성에 대한 단위 지원액 규모가 남성보다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학박사, 호남수학회장, 대한수학회 부회장, 전북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수학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