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는 으뜸인재?
20%는 으뜸인재?
  • 김정훈
  • 승인 2012.08.0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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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가 ‘으뜸인재사업’을 벌이고 있다. 시군자치단체를 통해 학교에 직접 재정을 지원하며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한다. 일견 기특한 사업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못사는 전라북도가 잘 살기 위해서는 인재육성밖에는 없다는 기존 질서의 시각으로 보면 그렇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업 내용을 보면 가관이 아닐 수 없다. 방학 때 성적 상위 20%만 선별하여 보충수업을 시키겠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학교에 공립학원 특별반을 운영하라는 꼴이다. 교육문제가 나오면 짐짓 점잖은, 아주 인간적인 대책을 말하는 사람들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중고등학생의 방학을 ‘으뜸 인재’라는 이름으로 박탈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단순해 보이는 이 사업에도 한국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파괴하는 ‘입시교육’과 ‘학벌주의’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청소년들이 하루가 멀다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비극의 근본 원인이 절망의 입시경쟁교육에 있다는 것은 이제 우리 사회의 공통된 인식이다. 그럼에도, 각자도생의 개인적 책임으로 전가하거나, 지자체까지 나서서 이를 심화시키는 것은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현상이 아닌가. 답답하다. 참으로 답답하다.

방학 때만이라도 학생 청소년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지자체의 역할일진대 방과 후 학습이라는 미명의 보충수업으로 얄팍한 표 모으기에 나서는 전라북도와 시군자치단체의 반교육적인 행보가 무섭다. 그것도 성적 상위 20%만 선별하여 특혜와 경쟁의 방식으로 농촌지역 학부모의 눈을 흐리고 마음에 상처를 주는 사업을 버젓이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전라북도교육청의 태도도 수상하다. 지자체가 도교육청을 거치지 않고 학교에 직접 지원하는 전라북도의 사업 행태에 대해 수수방관하는 모양새가 그렇다. 더군다나 학교를 공립학원처럼 운영하게 하는 반교육적 사업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교육기관의 직무유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고도 보편적인 교육복지와 공교육을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다른 행보가 될 수밖에 없다.

‘보편적인 교육복지’는 민주통합당의 당론이기도 하다. 도지사는 물론 시장 군수 대부분이 민주당이 아니던가. 제발 당론부터 살피고 교육에 접근하여 정치적인 수사에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공립형기숙학원으로 운영되는 순창옥천인재숙과 그에 준하는 김제지평선학당이 비판의 시선에서 잊혀지면서 펼쳐진 전라북도의 ‘으뜸인재사업’은 세금으로 교육차별을 시행하는 사업이다. 공립기숙학원의 실상은 학벌과 특권의 만남일 뿐이다. 그것을 좀 더 확대하는 발상은 우리 교육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 격려하는 것 맞다. 공부 잘하는 학생 칭찬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공부 못한다고 공부에 흥미가 없다고 차별하는 사회는 올바르지 않다. ‘인재’는 자라나는 청소년 모두가 ‘인재’이다.

그들은 각자의 소질과 능력에 따라 우리 사회의 미래에 기여하게 될 ‘인재’인 것이다. 공공기관이 차별에 앞장서는 전라북도는 불명예스럽다. 공공기관이 반교육적인 행태를 지속하는 전라북도는 수치스럽다. 방학중 보충학습 선별 특별반 운영에 불과한 ‘으뜸인재사업’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학원 심야학습제한조례’가 수년째 겉돌고 있다. 있어서는 안 될 공립형 기숙학원을 공적으로 제제 할 수 있는 이 조례의 제정이 시급하다. 또한, 지자체는 공교육의 내용을 교육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지원 활동은 그야말로 지원이어야 한다. 전라북도 지자체들은 전국적으로 최하위인 ‘지방자치단체 전입금’부터 도교육청에 제대로 전입시키는 것부터 실천해야 한다.

20%만이 아닌 ‘모두를 위한 교육’은 꿈이 아니다. 지금 교육혁명전국대장정이 뜨거운 행진을 하고 있다.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대학등록금 폐지, 귀족학교경쟁교육 폐지, 정리해고 비정규직 철폐”가 슬로건이다. 전라북도 지자체들이 입시경쟁교육 아래 신음하는 우리들의 미래들에게 귀를 열고, 발상을 바꾸고, 행동에 나서기를 간절하게 호소한다.

김정훈<전교조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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