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수평적 리더십, 그리고 교장선생님
학교와 수평적 리더십, 그리고 교장선생님
  • 김정훈
  • 승인 2012.07.0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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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이제는 제법 ‘수평적 리더십’이라는 말이 널리 쓰인다. 대다수 교장 선생님들도 그 실천의 정도와는 관계없이 ‘수평적 리더십’을 학교 운영에 도입하기 위한 고민을 지속하는 것으로 안다. 사실 우리 사회는 상명하복, 상명하달의 수직적인 질서로는 도저히 지탱될 수 없는 한계치에 도달해 있다.

그러나 지금도 수직적인 권위주의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자본의 위세와 맞물려 쉬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다만, 수직적인 권력들이 미시적으로 분화되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포장되어 거시적으로는 잘 도드라지지 않을 뿐이다. 이것이 기성세대가 경험한 군사문화적인 수직 질서와의 차이이다. 학교는 이러한 사회적인 틀이 정형화되기 쉬운 구조이다. 이런 바탕에서 ‘수평적 리더십’이라는 사회적 논의가 학교에 들어서기 시작했다는 징후만으로도 새로운 변화의 싹을 읽을 수 있다.

한 세대가 자라서 새로운 세대로 자리매김하는 동안 관계의 질서도 변한다. 형식적 민주주의 체제가 전체주의적인 표정은 거두어들였다. 그러나 공고한 지배질서는 새로운 세대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상승 곡선형의 계단을 더욱 높게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억압적인 권위에 도전하고 저항하는 세대와 70년대, 80년대 방식의 향수가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말해야 한다.

이는 학교에서 시작해야 한다. 학생, 교사, 학부모의 새로운 인식과 요구를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 학교체제가 민주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또 하나의 새로운 세대에게 모든 권위를 부정하게 하는 수직적인 질서를 체득하게 하고, 공동체마저 신뢰하지 못하는 세대를 나타내도록 뒷짐을 지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반민주적인 정권의 교체도 중요하지만 교육정상화의 기본 조건인 학교체제의 변화 또한 시급한 과제이다.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 우리들의 교장선생님들도 있다.

‘어릴 적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도종환 시의 한 구절이다. 어릴 적 꿈은 교사가 되는 거였고, 젊은 교사 시절의 꿈은 교장 선생님이 되는 거였을 교장 선생님들께도 감히 묻는다. “아이들 때문에, 학교를 사랑해서 그리고 교육자로서의 일생을 보람으로 마치기 위해 교장 선생님이 된 것 아닙니까? 그러니 학교의 민주화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공동체가 당연히 갖추어야할 본바탕이라고 생각하고 계시겠지요.” 학교 울타리 안에 갇혀서 작은 황제로 군림하면서 ‘내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는데… ’라며 선생님들을 달달 볶아대고, 아이들을 성적 기계로 만드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학부모는 수시 동원 대상으로 여기는 그런 교장 선생님들은 아마 손가락으로 꼽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몇몇의 교장 선생님들이 젊은 여교사들을 괴롭히고 동료 교원에게 폭행을 하는 사이, 이에 대해 대다수 교장 선생님들이 침묵하는 사이에 도매금의 교장 동료성만 남고 학교는 신음하게 된다.

교장 선생님들은 현행 교육법 체계상 무한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학교 체제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핵심이다. 이 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협력과 소통에 기반한 학교를 만드는데 이 힘을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나누어주면 안 될까? 교과부가 하라는 것은 무엇이든 해야 한다며 잘못된 입시경쟁체제를 답습하는 것은 교육자가 할 일이 아니다.

왜곡된 학부모의 사교육적 치맛바람에 맞장구를 치기는 것도 일생의 보람이 될 수 없다. 아이들과 함께 교사와 함께 학부모와 함께 전인적인 발달을 도모하는 교장 선생님들의 교육자의 일생을 건 열정을 소망한다. 학교장의 수평적 리더십의 실천은 학교 내 모든 관계의 존중으로부터 시작한다. 교장이 그의 권한을 학교구성원에게 민주적으로 분배하고 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면 민주적인 형식이 교육의 내용을 채워가는 소중한 경험을 할 것이다. 그것이 학교자치이다. 정말로 감히 선배 교사들인 교장선생님들께 소망을 말했다.

평교사로 평생을 교육에 헌신하며 아름다운 교육자의 일생을 쓴 분들도 있다. 그리고 교육자로서의 가져볼 수 있었던 교장선생님의 꿈을 이룬 그 일생도 존중한다. 그래서 다시 간곡하게 이 글의 끝맺음을 하고자 한다.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이 학교를 바꿀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얼굴이 변화하는 학교에 들어있습니다!

김정훈<전교조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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