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 하나는 나쁜 사람이라는 식의 주장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저도 전에는 임병찬을 나쁘게 봤지만, 단순히 그렇게만 볼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단순히 그렇게만 보기에는 이 분의 삶이 너무 치열했어요. 김개남을 밀고한 사건 하나로 이 분의 삶 전부를 매도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고민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과연 그가 왜, 어떤 동기에서 그런 일을 한 것인지를 알고 싶었던 것이죠.”
조광환 (사)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 전 이사장은 임병찬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지를 심각히 고민했다고 한다.
“자의든 타의든 임병찬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일본에 협조하는 꼴이 되고 말았죠. 하지만 그의 이후 행동이 일관되게 일본에 항거하는 삶을 살았어요. 김개남을 밀고한 뒤 벼슬을 받아들였다면 포상을 바라거나 개인의 영달을 위한 것으로 이해해버리면 쉬울 텐데 그것도 아니고…. 인간성이 그러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거든요. 결국 임병찬의 행동은 그가 속해있는 유림이라는 집단의 가치관에서 해답을 찾을 수밖에 없었어요.
임병찬은 선비로서 최고의 가치 덕목인 충과 효를 위해 살다 간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충성은 나라의 주인인 임금에 대한 충성이지, 오늘날처럼 백성을 위한 충성은 아니었다.
“김개남을 밀고한 것은 나라의 주인에 대항해 일어선 역적을 타도하겠다는 그 나름대로의 충을 위한 신념에서였을 것이란 생각에 다다르게 되자, 그제야 임병찬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두 분 다 나름의 길을 갔고 충을 실현하려던 사람들이었지만, 그 충의 대상이 달랐던 것이죠. 둘 다 각자의 계층을 대변하는 대변자로써 충실히 나름 최선을 길을 갔다고 봅니다. 다만 그들의 신념 중 어느 것이 올바른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각자 판단해볼만한 일이지만요.”
김상기기자 s4071@do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