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과 대학교육
청년실업과 대학교육
  • 김진
  • 승인 2012.06.2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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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 토플러가 ‘부의 미래’에서 주장한 경제속도와 사회대응 속도를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기업은 글로벌 경쟁을 이기기 위하여 시속 100마일로 달려나가는데 반해, 학교교육은 비슷한 제품을 찍어내는 공장처럼 변질하여 시속 10마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대학교육 실정을 보더라도 참 걱정되는 지적이다. 글로벌기업들은 시속 100마일로 달려야 하는데, 시속 10마일짜리 교육체계에서 배운 학생이 왜 필요하겠는가? 모두가 청년실업을 걱정하고, 대학 경쟁력 평가도 학생취업률을 중시하여 경쟁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실상 중요한 부분은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만약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성적이 저조한 학생이 교수에게 연락하여 가정형편이나 장학금, 또는 취업을 핑계로 좋은 학점을 부탁했다고 치자. 이는 자격 없는 학생이 교수에게 학점을 구걸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 채 우리 학생들을 채용해서 월급을 주라는 것은, 학생들의 취업을 기업에 구걸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취업이 구걸이어선 안 돼

세상사의 이치는 갑과 을이 존재한다. 을은 갑의 요구가 상식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 한, 따르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면, 초중고 의무교육을 넘어선 대학교육은 어떤 교육이어야 할까! 가르치고 싶은 것을 가르치는 교육이어야 할까?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가르치는 교육이어야 할까! 이런 것도 딜레마로 받아들여야 할까? 많은 사람들의 가치판단이야 다르겠지만 내 생각은 아니다. 대학교육이 왜 전공과 교양으로 나뉘어 있겠는가. 바로 그 전공이란 것은 사회가 필요로 하고 요구하는 분야의 인재로 길러내는 가르침을 말하는 것이다. 즉 甲이 필요로 하는 乙을 만들어 냄으로써, 구걸이 아닌 당당한 취업으로 이끌어야 하는 것이다. 한데 그러한 근본적인 개선노력을 게을리한 채 '청년취업 2000사업'과 같은 허울 좋은 이름을 붙여 청년들을 ‘끼워 팔기 식’으로 취업시키는 것은 일시적인 고용수치 개선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싶다. '청년취업 2000사업'이란 것은 상시근로자 5인 이상을 고용보험에 가입한 전북 소재의 기업들이 150만원(수습기간 130만원)이상의 월급을 주고 청년들을 채용하면, 그중 매월 80만원씩을 전북도와 지자체가 1년간 지원해 주는 제도다. 좋게 보자면 기업도 지원받아 좋고 청년실업도 줄일 수 있으니 서로 좋은 일이다. 하지만, 걱정되는 바가 적지 않다. 혹시 1년간 월급의 절반을 지원 받으니, 반값에 사람을 고용할 수 있다는 조건이 사업주에게 미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 그 정도의 월급마저도 지원받아가며 직원을 채용해야 할 정도의 영세한 기업이라면 고용의 안정성에도 문제가 된다.

전북의 청년층 고용률은 전국에서 꼴등

전북의 청년층 고용률(15~29세)은 전국에서 꼴등이다. 10명 중에 3명만이 일자리를 구하는 형국이다. 하긴 대기업의 본사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변변한 특1급 호텔 하나 없는 전북이다 보니, 청년들의 일할 자리가 있을 리 없다. 그러다 보니 '청년취업 2000사업'과 같은 제도로 50억 원 이상을 투입하여 500여명을 취업시키기도 바빴겠지만, 긍정적인 역할도 기대할 수 있기에 비난할 일만은 아니다. 다만, 道가 이러한 것들을 민선 5기의 치적으로 여기고 홍보에 치중하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들어 대기업을 중심으로 지방대생과 고졸사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만 해도 작년까지 30%를 뽑던 지방대생 비율을 35%로 확대했다. 삼성의 그러한 움직임은 다른 기업으로 확대되어 갈 것이다. 지역의 대학생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바람은 근본적으로 기업에 구걸하지 않아도 되는 교육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서 가르침으로써, 더욱 높은 가치를 지닌 ‘전북청년’을 길러내는 비전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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