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동호인 많은데 연계성 부족
야구 동호인 많은데 연계성 부족
  • 소인섭기자
  • 승인 2012.06.24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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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구단 유보 (중)

‘고교팀이 53개에 불과한 상황에서 선수수급에 문제가 생기고, 자연히 프로야구의 질이 떨어진다.’ 프로야구 제 10구단 창단을 무산시키면서 롯데·삼성 등 목소리 큰 구단들이 “아직은 시기상조다”면서 한 소리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프로팀 창단은 선수의 저변을 튼실하게 할 것이란 점을 KBO 이사들이 모를 리 없기 때문에 이는 꼼수로 비친다.

야구 특기생인 엘리트(선수)야구부터 방과후에 운동을 하는 리틀야구,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소위 ‘사’자 돌림들까지 방망이를 휘두를 만큼 야구붐이 엘리트·생활 체육계를 강타하고 있다.

전북도 내 역시 적지 않은 야구인이 있다. 리틀야구단부터 초·중·고·대, 동호인야구단 까지 어찌 보면 깜짝 놀랄 숫자다. 중학교 1학년생까지 참여할 수 있는 리틀야구단은 ‘전주리틀’을 비롯해 덕진구·군산·익산·정읍·남원·김제·순창 등 7개 시·군에 8개 팀이 있다. 김제·순창리틀은 팀원이 적어 리틀야구연맹에 정식 가입돼 있지 않고 당연히 리그에도 참가하지 못한다.

사회인야구는 성가를 높이고 있다. 장수·부안을 제외한 지역에 210개 팀이 있고 5,253명이 배트를 친다. 대학 동아리와 공무원 팀 등 무등록 팀을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많다. WBC 활약과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이 주효했다. 인구 28만 명인 군산시에는 인구 65만 명인 전주의 56개팀에 육박하는 54개 팀이 있어 군산지역의 전통적인 야구사랑이 읽혀진다. 동호인 활동은 수도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전남·충남·충북에 비해 훨씬 활발하다.

여기에 중학생이 참여하는 리틀주니어단이 전국에 20여 팀이 있어 7월부터 전국대회를 연다. 그러나 도내에는 아직 팀 창단이 돼 있지 않다. 고등학교부인 리틀 시니어부도 만들어질 계획이어서 방과후 운동부의 약진이 눈에 띈다.

하지만, 도내 엘리트 야구는 리틀이나 사회인야구에 비하면 아쉬운 수준이다. 초등부는 전주진북초와 군산남초·군산중앙초·군산신풍초 등 4개가 있고, 중학교는 전라중·군산중·군산남중·정읍이평중 등 4개다. 고등부는 군산상고와 전주고. 대학부는 원광대와 우석대·호원대에 있다. 문제는 팀 수가 적고 연계성이 떨어져 좋은 선수 육성과 상급학교 진학에 어려움이 따른다.

제 10구단 창단과 맞물려 학교 야구부 창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와 대한야구협회·창단추진위원회는 초등학교에 3년간 매년 1,000만 원, 중학교는 3년간 3,000만 원씩, 고교는 3년간 5,000만 원씩 지원키로 하고 발굴작업을 진행중이다. 호남권창단위는 김성한 전 기아 타이거즈 총감독이 맡고 있고, 3개 시·도 야구협회 전무이사가 실행위원으로 참가한다.

도내의 경우 정읍의 모 초등학교와 익산의 중·고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정읍은 야구부가 중학교 한 곳이 있지만 문제는 초등과 고교가 없다는 점. 이 때문에 초등에서 운동부를 만들고 향후 고교 야구부까지 만든다는 계산이다. 익산은 여건이 좋은 편이다. 국가대표 야구연습장이 있고 훈련장 2개면은 평일에도 텅 비어있다. 전주의 경우 초·중이 하나씩에 불과해 우선 초등부 창단이 시급하다. 군산의 경우도 초·중학교 수만 놓고 볼 때 고교부 창단이 필요하다. 과거 도내에는 효자초·금평초·전주초·풍남초·완산초·동초·동중·전주상고 등 적지 않은 야구부가 존재했다.

그러나 선수 자원이 많다고 무턱대고 창단할 수도 없다. 엘리트 야구만 놓고 볼 때 초등부터 피라미드형이 돼야 하지만 도내는 그렇지 못하다. 때문에 부족한 초등부터 창단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야구계의 정설이다. 배트를 잡을 줄 안다고 모두 진학하는 구조로는 경쟁력 있는 선수를 육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청은 어린 선수들이 운동만 하다 특기생으로 진학하지 못할 경우 학업의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석호 전북야구협회 전무이사는 “야구부 창단을 위해 KBO와 창단추진위·지자체·체육회의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면서 “도내 엘리트야구는 항아리 형태를 갖고 있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우선 초등 야구부를 늘리고 중·고부를 신설해 우수선수를 육성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 저변확대는 알맞은 형태의 엘리트 운동부를 갖추고 있어야 하지만 프로야구 연고지가 지대한 영향을 준다. 프로야구가 활성화한 도시에는 엘리트는 말할 것이 없고 리틀·사회인야구인도 넘쳐난다. 새로운 프로팀 창단이 선수의 저변확대와 야구 수준의 향상에 자극제가 된다는 점을 구단들이 애써 외면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소인섭기자 isso@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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