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본1-전주에서의 반년
사본1-전주에서의 반년
  • 승인 2012.06.15 1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북 생물산업진흥원으로 자리를 옮긴 지 이제 6개월 정도 지나면서 내 생활의 여러 부분이 바뀌고 있다.

우선 내 스스로 ‘독거노인’으로서의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혼자 내려와서 근무하다 보니 주위에서 안타까움의 표시로 ‘독거노인’이란 익수치 않은 호칭을 붙여주었는데 어느덧 혼자만의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내 모습에서 독거노인다운 면모를 스스로 발견하고 있다.

그리고 전주에서 지내면서 주말이 무척이나 풍요로워졌다. 주말이 되면 내가 올라가기보다는 가족이 내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유는 주말마다 전북의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근무할 때는 주말에 지방여행을 하는 것이 마음먹기도 쉽지 않았는데 여기서는 별 부담 없이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전주뿐 아니라 진안, 장수, 남원, 고창, 정읍 등 서울에서는 미리미리 계획을 잡고, 아침 일찍 서두르거나 하루 더 머무를 생각을 하고 와야 하는 곳을 여기서는 아침을 먹고 천천히 출발해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기 때문에 너무나도 좋다. 교통체증으로 서울을 빠져나오는데 만 반나절을 허비해야 하는 고통 없이 전북만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좋고, 아직 못 가봤고, 앞으로 다녀 볼 곳이 많아서 기대감이 큰 것도 좋다. 전북 말고도 전남이나 경남, 충청지역에 다니는데 불편함이 없는 좋은 지역이다.

그러면서도 더 좋은 것은 역시 맛집이 많다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다니는 곳마다 맛집이 있고, 그 맛집들이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주고 있어서 더 행복할 수 있는 것 같다. ‘전주의 비빔밥과 한정식, 순창의 장류, 정읍 내장산의 산채, 고창의 장어’ 말고도 전북은 음식으로 유명한 지역이어서 지방 여행을 할 때는 늘 기대를 갖고 왔던 곳이고, 여러 차례 다녀 본 곳도 있지만 부안이나 완주, 무주, 남원의 골목길에서 접한 맛집처럼 지역민들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곳을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전북에 내려와서 생활하는 즐거움이 아닌가 싶다.

특히, 전북이 좋고 고마운 점은 외지에서 온 이방인이라고 외면하지 않고 챙겨주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여 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역 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한다고 해왔지만 전북처럼 챙겨주고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동화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곳은 없었다. 하지만, 전북에서는 외지에서 왔다고 외면하거나 박대하지 않고 특유의 친근감으로 다가와 챙겨주려고 하는 분들이 있어 너무나도 고맙다. 그분들 때문에라도 내가 여기서 일하는 동안 전북의 발전을 위해 좀 더 보탬이 될 수 있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앞에 얘기한 점들과는 상반되게 내가 이해하기 어렵고 좋지 않은 점도 있다. 전북 특히, 전주의 교통질서는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자랑하는 전주와는 어울리지 않게 너무 성금하고 거칠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2008년을 기준으로 할 때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 수가 OECD 평균은 1.3명인데 반해 한국은 OECD 평균의 2.23배에 달하는 2.9명으로 가장 높은 상황이어서 한국의 운전 자세 및 교통 의식을 시급히 개선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전라북도가 4.4명으로 국내 16개 시·도 중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전주만을 분리해서 보면 지표가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상황이기는 하다.

하지만, 전주에 와서 6개월간 생활을 하면서 내 운전 습관이 바뀔 정도로 운전하기 두렵고, 조심스러워졌다. 특히, 전주에서는 신호가 바뀌어서 내가 주행할 차례가 되어도 바로 출발하면 안 된다는 데 익숙해지고 있지만 이런 운전 습관을 초래하는 무질서는 시급히 없어져야 한다. 양반도시 전주의 체통에 어울리지 않는 운전습관들 때문에 전주의 이미지를 나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북의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전국 16개 시·도 중 8위인 6,600억 원으로 전국(13조 원)의 5.1%, 전북 GRDP 34.5조 원의 1.9%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신호를 지키지 않는 것이 전북이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 수가 국내 1위라는 불명예의 이유이기도 하고 이것이 전북의 성장을 가로막는 원인이 되기도 하니 우리 모두 교통질서를 잘 지켜 교통사고 없는 전북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

올해는 ‘전북 방문의 해’로 도와 도민 모두가 힘을 모아 많은 외지인이 찾아오고, 찾아 온 분들은 전북에 대해 만족해서 돌아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외지에서 차를 갖고 오는 관광객들도 많을 텐데 그분들에게 더욱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한 번 더 오고 싶은 지역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 모두 솔선수범해서 교통질서를 지켰으면 좋겠다.

김현주<전북생물산업진흥원장>

약력 ▲삼성경제연구소 공공정책실 지역개발팀장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컨설팅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