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방지가 서민경제에 도움이 된다?
부패방지가 서민경제에 도움이 된다?
  • 김우영
  • 승인 2012.06.14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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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경제 위기의 두려움이 우리 사회에도 드리우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는 좋은 소식도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2050클럽의 멤버가 되었다는 소식이다. 2050클럽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천만명이상의 경제 대국을 말한다. 이전 멤버로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6개국이었다. 2050클럽의 멤버가 되었다는 것은 세계에서 인정될 수 있는 선진대국의 대열에 들어섰다는 의미인데, 좋은 소식일 수 있다.

그럼에도, 기쁜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는 최근 소식이 아니고, 단지 인구가 5000만이 넘어서게 돼서 2050클럽의 멤버가 된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최근 국민소득이 더 이상 늘지 않고, 경제성장률 역시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 때문인지 일반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 경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우리 사회 전반에 경제 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경제성장이 만능은 아니겠지만, 분배를 위해서는 파이를 크게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어느 정도의 경제성장률이 서민경제를 뒷받침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분배와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이 요구된다. 최근 정치권에서의 경제민주화 논의도 분배와 경제 성장을 위한 대책으로 주장된다. 그러나 진정으로 경제 민주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정치 경제 영역에서의 재벌과 권력의 유착구조, 부패구조가 먼저 사라져야 한다.

얼마 전 현대경제연구원은 ‘부패와 경제성장’이라는 보고서에서 부패는 공공투자와 공정 거래 등과 관련한 정책과정을 왜곡시키거나 민간투자 활력을 떨어뜨려 경제성장을 저해한다고 설명했다. 부패와 1인당 명목 GDP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존재했다. 1995-2010년 OECD 국가의 부패와 1인당 명목 GDP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부패로 인한 한국의 성장 손실이 매우 컸다는 것이다. 한국의 청렴도가 OECD 평균 수준만큼 개선된다면 2010년 기준으로 1인당 명목 GDP가 연평균 약 138.5달러, 경제성장률은 약 0.65%포인트 더 상승할 수 있다고 한다.

경제성장률을 제고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이 시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한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재벌 위주의 경제 시스템 전반에 대한 변화가 요구될 뿐 아니라, 정치, 경제 영역에서의 공정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 생각된다. 우리 사회의 부패구조를 청산하지 않고는 더 이상의 경제성장과 활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증적 연구의 한 사례이다. 우리 경제의 위기를 세계 경제의 위기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치부하기보다는 내부의 위기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이 더 좋은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 투명성 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지수를 보면, 한국은 1999년 3.8에서 2008년 5.6가지 개선됐으나 2011년에는 다시 5.4로 하락했다. 최근 4년 동안 성장의 동력을 찾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상황과도 무관하다 할 수 없다. 개선되기보다는 더 악화하였다는 것이 문제이다. 한국의 청렴도가 OECD 평균 수준만큼 유지되었다면 산술적으로 최근 4년 동안 2.5%포인트 이상의 성장이 더 가능했을 수 있다. 부패구조의 청산은 이제 서민들의 삶의 향상을 위해서도 절실한 과제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부패방지를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반부패 기구, 법률의 정비가 필요하다. 2002년 부패방지위원회가 설치되고, 그 활동을 시작하였지만, 2008년 국민권익위원회로 통합되면서, 부패방지 활동에 대한 성과가 크게 부각되고 있지 않다. 그리고 현재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공직자윤리법’이 있지만, 크게 성과가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뇌물의 범주를 직무관련, 대가성에 국한함으로써, 선물, 후원 등을 통한 유착 관계 비리 처벌이 어려운데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사정기관의 감찰과 수사를 통해서도 기관의 내부 비리, 당사자 간의 담합행위를 적발하는 것은 어렵다.

부패방지를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반부패 기구만이 아니라, 모든 행정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정보 공개와 내부자 고발 제도를 활성화하여, 시민감시 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소수의 인원이 일반화된 사회 전반의 불법 비리와 부패 구조를 척결한다는 것은 어렵고, 언론과 시민의 감시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투명한 행정과 기업경영, 행정 정보에 대한 시민의 접근권이 보다 엄정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불법에 대한 내부자 고발 행위가 조직의 배신이 아니라, 시민의 미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김우영<전주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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