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성과 상호존중 (10)
자율성과 상호존중 (10)
  • 문창룡
  • 승인 2012.06.1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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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는 부모가 속한 공동체에서 열린 야유회를 따라갔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휴양림에서 열린 야유회는 S에게 인기 연예인을 방불케 하는 무대가 되었다. 긴 줄넘기를 넘거나 족구 경기를 할 때 특히 주목을 받았다. 어른들 속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족구 경기를 할 때는 혼자서 공을 독차지하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아량까지 베풀었다. S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편이 이기는데 충분한 역할을 해냈다. 자리에 같이 있던 S의 아빠 K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 글을 연재하면서 S와 부모의 생활패턴에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가능하면 S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욕구를 채워주려고 노력하였다. 부모의 욕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표현하였다. 서로 조율되는 것도 있었고 그렇게 되지 않는 것도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S는 오늘 족구경기를 통해 부모의 믿음을 이끌어내는 행동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S의 아빠 K가 필자에게 말했다. “오늘 S가 제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놓네요. S를 다시 보게 되었어요.” “봐. 괜찮은 녀석이라고 했잖아.” “그러게요.” 이렇게 S와 K의 관계가 회복되고 있었다.

야유회를 마치면서 시상식에서 S는 오늘의 MVP에 선정되었다. 참가자들은 S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S의 엄마 L은 이 모습을 염려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아들의 MVP를 축하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엄마의 모성과 여성이 가지는 직감이 묘하게 교차하고 있었다. 애틋함과 염려였다. 사실 엄마 L은 S가 예전에 비해 달라졌다고는 생각하나 지금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는 광경이 S의 참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박수를 받는 S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내심 걱정하고 있었다. 필자는 멀리서 그렇지 않아도 큰 눈을 더 끔적거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문제는 시상식이 끝난 후에 발생하였다. 시상식이 끝나고 모두에게 기념품과 상품을 나누어주는데 S가 평소에 고쳤으면 했던 특유의 욕심을 부렸다. 주머니마다 과자와 사탕으로 가득 채워 넣었다. 주머니가 터질 정도로 욕심껏 물건들을 낚아 챙겼다. 엄마 L은 이 과정에서 S가 다른 아이들과 충돌이 일어날 것 같아 조바심이 났지만 워낙 민첩하고 목소리가 커서인지 순간의 아슬아슬함을 잘도 모면하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도 열심을 내어 S처럼 하고 싶어 했지만 항상 S에게는 역부족이었다. 형인 H마저도 그랬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L은 방금 전에 박수를 받았던 S의 MVP장면이 떠올라 머릿속이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대개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이제 이 정도면 됐다 싶을 때 사정없이 실망감을 안겨주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자녀가 성장하는 과정에는 너그럽게 이해해주는 부모의 아량이 필요하다. 자녀의 성장에도 파도의 출렁임처럼 높고 낮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항상 잔잔한 바다는 매력이 없지 않은가? 자녀의 좋고 나쁜 상황들을 부모가 지켜보며 기다려주는 것을 자녀는 말하지 않고 있지만 모두 알고 있다.

그날 밤 S는 자기가 욕심껏 챙긴 과자를 가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평생의 영웅 아빠에게 두 개, 대지와 같은 버팀목 엄마에게도 두 개, 친구 같은 동반자 형에게는 한 개. 이것이 S가 생각해낸 분배의 법칙이었다. 여기서 필자의 S이야기도 마무리 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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