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하천 전주천에서 물고기 떼죽음이?
생태하천 전주천에서 물고기 떼죽음이?
  • 곽화정
  • 승인 2012.06.07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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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이 우거진 전주 천변을 두 명의 외국인이 걷고 있다. 그러나 전주천에서는 폐사한 물고기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두 외국인은 코를 움켜잡고는 걸음을 재촉해 재빨리 그곳을 벗어난다. 두 사람 뒤로 보이는 전주천에는 어른 종아리 만한 커다란 잉어 십 여마리가 둥둥 떠올라 썩어가고 있다. 전주시민의 자랑이 된 도심 생태하천인 전주천을 떠올린다면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소설이 아니다. 실제 지난 5일 전주천 신계보와 이성보 사이 구간에서 필자가 실제 목격한 장면이다. 최근 전주천에서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 현상이 최근 두 차례나 일어났기 때문이다.

집단폐사의 원인은?

지난달 23일 전주천 이성보 주변에서 물고가 백여 마리가 폐사했고 며칠 뒤 31일에는 백제교-가련교 구간에서 물고기 천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죽어버린 도심하천에서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도심 속 생태하천이 된 전주천에서 말이다.

전주시는 물고기 집단 폐사의 원인을 봄 가뭄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뭄이 지속되면서 하천수가 정체된 상태에서 기온까지 올라가 물속 산소부족으로 물고가 떼죽음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물고기가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용존산소량(DO)은 2ppm이지만 폐사가 발생했을 때는 1.5ppm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에 더해 다른 의견도 있다. 23일 떼죽음이 발생한 팔복동 이성보 인근의 경우는 폐수가 유입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다. 전북보건환경연구원의 5월 이성보의 수질 측정 자료에 의하면 이성보의 4월 수치뿐 아니라 이성보 바로 위인 신계보의 5월 수치와 비교해도 너무 급격하게 악화한 수치가 나왔기 때문이다. 또한, 자연적으로는 증가하기 어려운 염분 농도가 많이 증가한 것은 이런 의견에 신빙성을 더해준다.

지난 5일 이곳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활동가들이 나가 보니 아직도 악취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전주시에서 폐사한 물고기를 건져냈으나 수질 상태가 좋아지지 않으니 물고기가 계속 떠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오염수가 유입되는 곳이 있을까 해서 꼼꼼히 살펴보았으나 수풀이 우거져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 농업용수를 취수하는 보를 제외하고 불필요한 보를 제거하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상태를 살피며 이성보에서 신계보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죽어가는 잉어떼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위 보에서 물이 전혀 내려오지 않아 웅덩이처럼 고인 물이 되어버린 하천에서 잉어떼가 숨을 쉬기 위해 뛰어오르고 있었다. 물에서는 벌써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고 어른 팔뚝만한 잉어들이 살려달라는 듯이 필사적으로 뛰어올랐다. 그나마 뛰어오를 기운도 없는 녀석들은 가장자리 얕은 곳에서 얼굴이며 꼬리를 내밀고 뻐금거렸다. 내일 아침이 되면 죽어 떠오르게 될 상황이었다. 바로 위 보는 농업용수 취수하는 곳인지라 보를 열자 하기도 어려웠다. 안타까운 마음에 덕진구청에 연락해 임시방편이나마 펌프로 물을 공급해주면 어떨까 하니 돌아오는 답변이 흔쾌하다. 몇 시간 뒤 물을 공급해주는 사진 한 장과 물이 들어가자마자 수십 마리가 모여들더라는 얘기를 들으니 마음이 뭉클해졌다.

반쪽짜리 생태하천은 안 된다

착한 공무원 덕분으로 그곳의 잉어들은 살았지만 그런 것에 의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앞으로 국비를 들여 전주천 고향의 강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그 또한 서신동 삼천 합류점까지인 전주천 상류만 사업구간이 정해져 있는 상황이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봄철 이상고온과 가뭄은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다. 그럴 때마다 물고기 떼죽음을 겪을 수는 없는 일이다. 전주천 하류 지점까지 수질개선과 생태복원이 이루어지지 전주천은 반쪽짜리 생태하천일 뿐이다. 오염수 유입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불필요한 보를 없애는 단기적인 대책은 물론이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장기적인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빗물이 스며드는 투수지역을 넓혀 가뭄과 폭우에 대비하자, 하류부의 생태복원 계획은 어떤 형태여야 한다 등 여러 좋은 의견들이 나올 것이다. 이런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전주천이 명실상부한 생태하천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곽화정<전주환경운동연합 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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