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성과 상호존중 (9)
자율성과 상호존중 (9)
  • 문창룡
  • 승인 2012.06.0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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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 두 마리 새가 살고 있었다. 새들은 서로 사랑했다. 새들은 숲속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 부부는 자기들이 낳은 알을 정성스럽게 보살폈다. 시간이 흘러 둥지에는 귀여운 아기 새들이 태어났다. 모두 세 마리였다. 아기 새들은 무럭무럭 자랐다.

어느 날이었다. 둥지를 떠나 숲 밖으로 날아가는 엄마 새를 지켜보던 아기 새 한 마리가 말했다. “나도 엄마처럼 날고 싶어.” 그러고는 엄마 새가 둥지를 떠나 날아갈 때마다 자기도 멋지게 하늘을 나는 흉내를 냈다. 코를 막고 다리를 오므려 바쁘게 날개 짓을 해 보았다. 이때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날개에 힘이 빠져서 금세 둥지 밑으로 떨어졌다. 다시 해보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엄마 새가 말했다. “그래, 잘하고 있어. 그렇게 하는 거야. 머지않아 멋지게 하늘을 날수 있겠는 걸.”

아기 새는 둥지를 나와 엄마 새처럼 숲속으로 날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났다. 그래서 둥지를 박차고 숲으로 날아올랐다. 코를 막고 다리를 오므려 있는 힘껏 날개 짓을 했다. 어찌나 빨리 날개 짓을 했던지 날개 주변이 온통 하얀색으로 보였다.

옛사람들은 이 모습을 날개(羽)가 하얗게(白)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두 글자를 합쳐 익힌다는(習) 글자를 만들어냈다. 엄마 새가 되면 여유롭게 날개를 저어도 멋지게 멀리 날아갈 수 있겠지만 이제 날기를 배우는 아기 새에게는 날개 짓은 주변이 하얗게 보일정도로 빨리 날개를 움직여야 하는 심각한 문제였다.

S에게 L은 엄마 새와 같은 존재였다. S에게 엄마는 절대 지존의 존재다. S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엄마는 그런 존재다. 그래서 엄마의 욕구패턴은 아이의 성격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족간의 패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이 있다. 엄마가 억압된 자율성을 가지면 자녀에게는 과도한 자율성이 나타난다. 엄마 앞에서는 움츠려 있다가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버릇이 없거나 배려하지 못한다. 심하면 통제가 안 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을 엄마가 알까봐 교묘하게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숨기기까지 한다.

반대로 과도한 자율성을 가진 엄마에게서 자란 자녀들은 억압된 자율성의 패턴을 보인다. 엄마의 주장이 강하고 행동이 자유 분망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이는 생각이 있어도 접어야 하며 엄마가 행동을 취할 때 자신은 움치려드는 패턴을 형성하게 된다. 집에서 하는 행동과 밖에서 하는 행동이 정반대로 나타난다. 그래서 상호존중의 관계를 맺으며 어느 한쪽으로 힘이 쏠리지 않도록 조율해야 한다.

핀란드의 국립공원에 갔을 때다. 주말이었다.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들이었다. 같은 시간에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을 상상해 보았다. 울긋불긋 산악회 회원들로 가득 채운 모습과 비교되었다. 핀란드 국립공원에서 만난 가족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들은 아이의 속도에 맞춰 산에 오르고 있었다. 아이가 물가로 가면 같이 따라가 주었다. 무슨 말인지는 몰랐지만 많은 이야기를 함께 나누던 가족들이 다시 산을 올랐다. ‘다른 가족은 아니겠지?’하고 주변을 살폈다. 그들은 아이는 물론 자신들의 강아지와도 산에 오르는 과정을 조율하고 있었다.

어쨌든 세상의 어머니는 위대하며 자녀들은 귀하다. 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자율성과 자녀의 자율성은 동등하게 존중되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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