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운 것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운 것
  • 정진숙
  • 승인 2012.05.3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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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한 일들에 대한 자각과 불편함

올해 4월 초에는 눈이 온 곳도 있고 우박이 쏟아진 곳도 있다. 완연한 봄기운이 돌아야할 4월에 맹추위가 몰아치더니 4월이 채 가기 전에 더위가 찾아왔다. 옷장의 화사한 봄옷들을 꺼내보지도 못한 채 시원한 여름옷을 꺼내야 할 정도로 계절이 지나갔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만들어 준 것은 뚜렷한 사계절이었다.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녹음이 푸르르고, 가을에는 온 국토가 색색의 단풍으로 물이 들었다.

그런데 이 사계절이 무너지고 있다. 원인에 대해서는 이제는 친근한 단어가 되어버린 “환경오염, 기후 변화, 지구 온난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서 기후가 변화하고 그 결과로 사계절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백화점이나 은행 등은 여름철에 피서를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원함을 넘어 추울 정도로 냉방을 하곤 했었다.

최근 들어 과도한 난방이나 냉방을 제한하고 겨울철 실내온도는 18도 여름철 실내온도는 26도를 유지시키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공공기관들은 법적으로 공지된 사항을 지켜야만 하여 여름에는 찜통 속에서, 겨울에는 외투를 몸에 걸치고 머플러를 목에 감고 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라북도 청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도의회는 비회기 날에는 냉방이 안 되는 관계로 찜통 속에서 한나절만 자료를 검토하거나 민원인들을 만나고 나면 저녁때 기진맥진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의회 사무실에 들어가기가 겁이 날 정도이다. 이쯤이면 에너지 절약의 본질이 왜곡 돼버린 것이 현실이 되었다.

그럼에도, 아직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버스 안에서는 벌써 추울 정도로 에어컨이 나오고 있다. 겨울에도 마찬가지였다. 숨이 막힐 정도로 틀어대는 히터에 난감했던 적이 많았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전력이 펑펑 흐르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생활용수로 너무 많은 물이 소비되고 있다.

또한, 식수를 따로 사먹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로 수원지는 지반이 약해져 내려앉는 현상도 생기고 있다고 한다.

생활적인 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개발과 발전은 환경을 존중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우리나라만 그래온 것은 아니지만 이제 국가의 위상과 경제력이 뒷받침이 되는 만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국가적으로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할 시기이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강이 원래 흐르던 대로, 산이 있던 대로 유지하며 조금의 불편이 있더라도 공존하는 길을 택해야 한다. 사라지고 있는 것은 사계절만이 아니다. 산을 깎아 골프장을 만들고 레저시설을 만들면서 산이 사라지고 나무가 사라졌다.

산에 살던 동식물이 멸종되었다. 온갖 세제와 독한 화학약품으로 오염된 물로 인해서 땅이 썩어들어가고 물에 사는 생물도 없어지고 있다.

요즘에는 기후 변화에도 가속도가 붙은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작년 겨울 우리집은 따뜻하게 난방을 하는 대신에 집안에서도 내의를 입고 조끼나 스웨터 같은 겉옷을 걸치고 수면양말을 신었다.

집안 온도는 낮추었지만 여러모로 이득이 있었다. 첫 번째는 난방비였다. 온도를 낮추고 난방시간을 줄이니 당연하게도 난방비가 적게 나왔다. 그리고 난방으로 인한 건조함이 줄어들어 오히려 감기에 걸리지 않아 건강 면에서도 좋았다. 다가오는 여름도 이렇게 보내볼까 한다. 에어컨을 적게 틀고 선풍기와 까실한 모시옷을 이용할 예정이다. 시원한 수박까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여름은 더운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이니 더위를 즐겨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기후변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면, 우리가 너무 무분별해서 받은 재앙이라면, 이제 그 재앙을 서서히 멈추게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에 피해를 줄이는 적응의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게릴라성 호우에 속수무책은 이제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인 것이다.

정진숙<전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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