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엄벌이냐, 인권·인성이냐
가해자 엄벌이냐, 인권·인성이냐
  • 소인섭기자
  • 승인 2012.05.23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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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청소년이 학교폭력에 멍든다 <5>

퇴학처분을 받았던 학교폭력 가해자는 수업을 받고 있는 사이 자퇴한 피해자는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상황극이 아니다. 해당 학교는 “힘이 없다”고 말하고 있고 교육당국 역시 손 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도내 모 고교 A학생은 지난해 8월 말 스스로 학교를 그만뒀다. 같은 반 B군이 폭행과 협박, 성적 수치심 유발 등 폭력을 가하자 학교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해결에 나섰지만 A군은 결국 “더 이상 다니기 싫다”며 자퇴했다. 같은 시기 B군도 대책위 결정대로 전학을 이행하지 않아 퇴학처분을 받았다.

A군은 현재 검정고시를 준비중이지만 학교에 대한 미련은 여전히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해학생이던 B군은 퇴학 취소소송에서 이겨 복교했다. 복수의 교사들은 “피해자이면서 수업권을 박탈당한 A군이 학교에 나오고 싶지 않겠느냐”면서도 성급한 판단은 하지 않았다. 억지 복교는 서로에게 화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B군은 2010년 여교사에 욕설을 하는 등의 교권침해로 자퇴했다가 지난해 복교했지만 다시 문제를 일으켜 퇴학을 당했다. 그러나 B군의 학부모는 퇴학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학교의 재량권 남용을 이유로 처분을 취소토록 했다. 법원 판결이 완전히 날 때까지 학교에 다니도록 해야 한다는 결정이다.

학교는 그러나 “학생폭력이란 사회적 현상에 대한 문제를 법원은 다른 잣대를 댄다”는 입장이다. 학교에서는 폭력문제가 심각하고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격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논리다.

이 학교는 ‘퇴학처분은 잘못이다’는 법원의 판단에 불복, 학교장이 17일 상급법원에 항소장을 접수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해 결과가 주목된다. 항소장에는 ‘퇴학처분은 잘못됐다는 법원의 판단은 잘못된 것으로, B군에 대한 퇴학결정은 B군의 행동으로 봤을 때 잘못이 없다’고 썼다.

교육당국은 학교현장의 지도 어려움을 접하곤 한다. 도교육청 한 관계자는 “학교폭력 피해자나 이를 잘 아는 교사들은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주장한다”면서 “한두 학생 때문에 수업이 안되는 등 일선에서 정말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체벌이 없으니까 ‘방방 뜬다’는 것이다. 올 초 수원에서 청소년상담센터가 주최한 학교폭력 대책 청소년 참여 좌담회에서는 체벌금지로 인한 학교붕괴가 여과 없이 노출됐다. 교사들의 활동범위가 축소돼 문제해결이 어려워졌고 여교사는 남학생반에서 무시당하기 일쑤며 ‘선생님은 힘이 없다’는 생각에 무시하는 분위기까지 조성됐다는 것이다.

전북교총도 비슷한 학교분위기를 전한다. 한 관계자는 “체벌이 능사는 아니어도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은 해야 할 것 아니냐”고 항변한다.

문제는 도교육청 조사 결과 폭력의 75%가 교실 등 학교에서 이뤄지고 68%는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등에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지만 정작 교사들은 외면하고 있다는데 있다. 김 교육감은 담임교사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학교폭력 예방대책에서 밝힌 바 있다.

도교육청은 일진이 개입된 학생 폭력이 발생한 경우 울리는 일진경보제는 하지 않기로 했고 생활기록부 기재도 형사처벌 대상자에 한해서만 하도록 하는 등 교과부에 비해 유화책을 쓰고 있다. 대신 가해학생과 학부모는 특별교육을 받도록 했고 이를 어길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다. Wee센터와 꿈누리 교실 등 위탁기관 6곳 등을 특별교육기관으로 지정해 인성교육과 재발방지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소인섭기자 isso@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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