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갈등해결에 능사 아니다
소송·갈등해결에 능사 아니다
  • 최두현
  • 승인 2012.05.23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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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갈등 중 가장 빈번한 문제가 환경갈등이다. 이들 갈등중 소각장이나 매립장 등 공익성이 있는 갈등은 상대적으로 해결하기가 조금은 쉬운 편이다. 사업이 갖는 공익성을 주민들에게 설득하고, 환경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우면 주민들은 해당 시설이 싫지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갈등해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지방자치단체 입장이 아닌 주민입장에서 민주적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업을 추진하는 자치단체가 생각할 때 이 정도면 민주적이라는 생각은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풀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임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공공성이 있는 갈등현장이 아닌 대규모 가축사육시설, 공장신축 등의 갈등은 해결하기가 훨씬 어렵다. 지난해 여름부터 현재까지 완주군 비봉면 돈사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이 있다.

돈 있는 사업자에게 유리한 소송제도

주민들은 돈사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파리 모기 때문에 삶의 질이 위협받고, 땅값이 떨어지는 등 피해가 크다며 시설 폐쇄를 촉구했다. 그런가 하면 사업주는 연간 100억 원 매출이 예상되는 사업장을 닫을 수 없다고 맞섰다. 주민과 사업자가 참여하고 갈등조정협의회가 주관하는 돈사 실태를 조사하는 합동조사와 수차례의 갈등조정 절차를 거쳤지만 결국 양측은 합의에 실패했다. 조정이 성공하지 못하자, 완주군은 사업장에서 발생한 축분 무단 방류 등을 이유로 사업장 폐쇄를 결정했다.

그러자 대기업인 사업자는 대형 로펌회사와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를 동원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대형 로펌이라는 골리앗과 지방자치단체 고문 변호사라는 다윗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아쉬운 것은 이런 법정 소송 전에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이다. 사업자는 주민들과 합의하지 않고는 돈사를 운영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합의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 있는 상태에서 소송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업자들은 주민이나 지방자치단체와 비교해 변호사를 동원하는데 월등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 대형 로펌회사에 큰 금액의 수임료를 낼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회사의 갈등해결 담당자들은 주민들과의 합의에 따른 지출이 발생하면 관련 비용의 적합성과 정당성을 회사에서 인정받기 어렵다는 문제 때문에 소송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최선 다하는 합의과정에서 신뢰 얻어야

주민들은 사업자가 과거와 달리 악취 없이 돈사를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믿을 수 없다며 타협을 거부했다. 즉, 사업자에 대한 불신 때문에 타협하지 않았고,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발생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을 했다.

결국, 사업자나 주민 모두 사회적 합의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법적 소송보다 빠르고, 비용도 덜 들어가며, 이해당사자들의 피해도 줄 일 수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소송에서 사업자가 이긴다고 해도 환경문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주민과의 갈등과 마찰 속에서 정상적인 돈사 운영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주민들 또한, 소송에서 패소하면 매우 불리한 조건에 놓이게 될 것이다. 따라서 양측이 법정에서라도 조정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기회가 있기를 기대한다.

수개월간 갈등중재를 위해 노력해온 사안이 법정으로 가버려 허탈한 것이 사실이다. 내가 생각하는 그 합리적 대안은 사업자가 돈사의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 그럴 의지와 투자계획이 있느냐? 이며, 주민들에게 이런 내용으로 믿음을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주민들로부터 믿음과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사업주는 사업계획을 변경해야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판단한다.

최두현<전라북도갈등조정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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