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전주 통합에 대하여
완주·전주 통합에 대하여
  • 이한교
  • 승인 2012.05.21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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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한통에 전화를 받았다. 전주시와 완주군 통합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별로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하니 찬성과 반대중 선택을 해보라 했지만, 사실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전화를 끊은 적이 있다.

또다시 통합에 관한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찬반의 목소리가 높다. 문제는 3년 전과 정치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그때는 임기 말, 지금은 통합되어도 거의 임기를 채우고 나갈 수 있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물론 정치 상황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정치적인 계산법으로 보면 통합이 될 거라는 의견이 많다.

사실 전주·완주 통합 논의는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지만, 일부 정치인의 이해관계가 상충하여 좌절되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77년 전 완주·전주가 서로 다른 행정구역으로 나뉘었을 때도 정치적인 논리로 분리되었으며, 통합 실패 후 다시 꺼내든 것 또한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단체장들이 적극성을 띠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군민은 속이 보인다고 말하고 있고, 시민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지나간 일이지만 진정 통합을 원했다면 공직에서 물러날 각오와 어떤 경우에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필요했다. 정치적인 계산법으로 접근하지 말고, 주민의 처지에서 논리를 개발하고 설득해야 통합의 진정성을 조금이나마 인정할 것이라는 얘기다. 지나치게 정략적으로 통합을 추진하다 보니 지지부진한 게 아닌가 싶다. 방법이 틀렸다. 말로만 주민을 위하고 지역발전을 말하면서도 반대의 입장을 작은 목소리로 치부하고, 마치 통합이 이뤄지면 없던 것도 있게 된다는 과대포장을 해온 결과이다. 작은 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이제까지 화려한 청사진만 나열(홍보)하고 곤란한 것은 덮으려 한대서 진정한 통합이 멀어졌던 것이다. 주민은 바보가 아니다. 현재 주민은 17년 전에 통합했던 이리시· 익산군의 경우를 바라보고 있다. 그 당시에도 결코 부작용은 절대 없을 거라고 말했지만, 군청소재지였던 함열과 석재경기로 번성기를 누렸던 황등의 공동화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신중해야 한다. 그렇다고 주민에 의한 자율투표로 결정하는 통합엔 반대한다.

3년 전 전주 MBC가 전주·완주 통합에 대한 ‘리서치엔 리서치’의 여론 전문조사기관이 조사를 했었다. 전주시 찬성 73.2% 반대 8.4%, 완주찬성 43% 반대 37.2%로 나타나 있다. 이를 지역의 전체 주민 수로 환산해보면, 전주는 약 5만 5천명, 완주는 3만 명 정도가 반대한 셈이다. 결국, 통합을 반대한 완주 주민의 37.2%는 전주시 인구의 4.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민 투표로 자율통합한다는 것은 무력 통합이라는 주장이 있는 것이다.

사실 전주와 인접한 지역에선 반대할 이유가 없고, 전주 생활권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는 합의가 없는 통합엔 찬성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언젠가는 통합될 것으로 본다. 필자는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 그렇다고 마음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다. 먼저, 통합지역의 단체장과 의원, 그리고 공직자들이 마음을 비워야 한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 김문수 경기도 지사처럼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떨어지면 도지사직을 다시 수행하겠다는 양다리 자세로는 절대 불가하다. 통 큰 양보가 필요하다. 또한, 통합에 대한 접근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먼저, 10개 항의 완주·전주 상생 발전사업의 추진 공약을 홍보하기보다는 불만의 소리를 먼저 경청해야 한다. 그 실천 가능 여부를 심도 있게 다뤄 양보하고 농민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둘째, 서로 존중해야 한다. 전주시는 인구가 많고, 완주군은 땅이 넓다. 이를 두고 서로 중요하다고 소리를 높이면 통합은 어렵다. 굴뚝새가 공작새에게 청혼하는 격으로 접근하면 서로 손해다. 셋째, 10년 뒤에도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정치적인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핏대를 세우며, 빛만을 쫓아가는 불나방처럼 말하지 말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통합은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것처럼 흥정의 대상으로 본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걷는다는 말이 있듯 심사숙고해야 한다. 끝으로 스스로 희생 없이 정치적인 논리로 통합을 밀어붙인다면 훗날 치욕적인 통합의 사례로 남게 될 거라는 얘기다. 지금부터라도 반대자를 힘으로 몰아붙이지 말고, 소외된 지역의 요구사항을 경청해야 한다. 통합되었을 때 생기게 될 문제점에 대하여 감추지 말고 아는 대로 공개해야 한다. 정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양해를 구하고 상생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끝까지 설득해야 한다. 지금도 많은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는 시점에서 정치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정치에 대한 불신의 골만 깊어지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정말 진정한 의미에서 전북을 걱정하고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혜택을 과감히 버리고, 가장 소중한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자세, 즉 자신을 태우는 불쏘시개가 되려는 지도자(단체장, 국회의원, 지자체 의원 등)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이한교<한국폴리텍대학 신기술연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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