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같지 않아서 스트레스다
내 맘 같지 않아서 스트레스다
  • 김완순
  • 승인 2012.05.1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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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재미는 세상의 특이함을 없애주는 것이다. 내가 창조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별로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책 속에서 알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독창적이라고 떠들며 이야기하는 것들이 실상은 누군가의 사상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또한 즐겁다. 사람들의 생각은 다양하지만 욕망은 의외로 매우 유사하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를 다른 이들도 좋아하는 경우가 많고, 사고 싶은 물건 또한 타인들도 갖고 싶어하며 불편해 하는 것도 유사하게 생각할 때가 많다. 그래서 책을 보면 볼수록 필자는 사람의 특이함보다는 비슷한 점을 많이 발견한다.

어렵지 않은 사람 관계서 오는 스트레스

논리적으로는 서로 비슷해서 어려울 것이 없어 보이는 사람인데 서로 관계에 있어서 스트레스를 가져오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방사능 같은 파괴력이 있어서 몸을 상하게 하며 단기적인 결과로 혈압, 맥박이 상승하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이런 것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각종 질병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연구들이 너무 많고 잘 알려져 있다. 필자는 부모 자식 간의 갈등, 고부갈등이나, 부부간의 문제 등 절연하기 힘든 것들로부터는 비교적 자유로운 것에 감사한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과는 내 맘 같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갖게 된다.

사르트르는 희곡 ‘닫힌 방’을 통해 ‘각인’과 ‘자유’를 말한다. 각인은 자신을 변화시키는 작업이 어렵다는 것을 말한다. 타인들은 시선을 통해 우리를 구속하고 자유를 제한하는 이미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잰 이런 애야”, “갠 그런 애야”라고 너무 쉽게 재단하고 규정지으면서 왈가왈부하는 행위가 누군가를 각인시켜 버리고 대상의 자유를 제한해 버린다. 그 작품에서 ‘타인은 지옥이다(hell is others)’라는 대사가 나온다. 자신을 유지하기 위하여 타인을 격하시키려고 경쟁한다는 것이다. 타인의 기대와 그들이 만들어 낸 이미지에 갇혀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사르트르의 말은 너무나 유효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타인의 지옥으로부터 완충제 기능을 해 줄 수 있는 것이 또한 '사람관계'라는 것이다. 관계의 핵심은 정직한 변화에 기초한 통함이다.

<주역>의 해설서인 <계사전>에는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라는 글이 있다. 끝까지 가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간다. 여기서 ‘궁’함은 어려움을 당한다는 것이고, 어려움 속에서는 변해야 한다. 정직한 변화를 하면 탈출구가 보이고 올바른 변화로 이루어진 통함은 소통이며, 소통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이다. 나와 타인, 자연과 사물에 통하면 오래오래 간다. 서로 먼저 이해하는 마음으로 볼 수 있어서 일 것이다.

나만의 방식 타인에 고집말고 존중해야

바꾸어 말하면 불통이 ‘궁’의 시작이며, 사람관계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것이 통함을 막고, 통함이 없는 것이 오래되면 궁의 이유, 어려움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세상은 넓고 복잡하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새로운 제도나 삶의 형태가 생겨나서 기존의 패러다임을 대체한다. 무엇이 오늘날의 복잡한 세계에서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 주는가? 그것의 기본은 나와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 통하는 것이다. 아무리 복잡하게 얽힌 그물망도 벼리를 찾아낸다면 풀어나갈 길이 보이는 것처럼. 내 맘 같지 않아서 통하지 않고 어려운 사람이 있는 것이다. 그 사람과의 지나간 과거를 되새기면서 원인과 결과를 분석한다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는 없다. 현재의 결과는 과거의 원인과 결과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으므로 ‘인식의 전환’은 건강한 미래에 변화를 주는 행위인 것이다. 과거는 우리가 볼 때마다 다른 과거가 되고, 과거를 다르게 인식하는 순간 현재가 변한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나만의 방식을 타인에게 고집하지 않고 급하더라도 상대의 호흡을 존중할 수 있다면 통할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기댈 수 있고, 자질구레한 것들도 맘을 열고 상의할 수 있는 누군가의 존재가 스트레스 해소에 아주 큰 역할을 하고 편안함까지 주는 걸 보면 인간이 얼마나 뼛속 깊이 사회적인 동물인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신록의 계절에 통하는 사람에게 안부를 묻고, 아직은 통하지 않아 어려운 불편한 사람과는 한잔의 차를 나누는 넉넉함을 가져보면 어떨까!

필자부터 통함을 신록과 함께 고뇌해 보련다.

김완순<교동아트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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