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자가 가해자 된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가해자 된다
  • 소인섭기자
  • 승인 2012.05.16 18: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고등학교 1학년 B군은 현재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B군은 학교폭력 가해자로 낙인돼 있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그를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보며 이상히 여긴다. 사안은 조금 다르지만 중학교 2학년 C양은 피해를 입었으면서도 어찌 된 영문인지 가해학생으로 둔갑되어 있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발전한다는 사례는 상담기관에서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학습효과 때문이고 상담을 통한 치유 노력과 재발방지 프로그램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앞서, B군은 중학교 2학때부터 ‘일진’으로 불리는 동급생들로부터 심부름과 집단구타에 시달렸다. 편의점에서 담배를 훔쳐오라는 강요도 받았다. 중학교 내내 B군은 친구 하나 사귀지 못해 학교는 ‘극지의 땅’이었다. 고교 진학과정에서 B군은 가해학생들로 벗어나기 위해 다른 학교에 배정을 요청, 타 시·군 고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중학교 때 친구들이) 너를 죽이라고 하더라”며 괴롭히기 시작했다. 학부모는 다시 집 근처로 전학을 희망했지만 교육당국은 인근학교로 전학을 허가했다. 그러나 새 학교에서 시비를 걸어온 학생들과 싸움이 벌어졌고, B군은 지금 학교를 중단한 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C양은 어처구니없게도 가해자로 둔갑한 사례다. 타지역서 전학 온 C양은 6개월 이상 따돌림을 당하다 결국 여러 명과 싸움을 해 경찰 조사 결과 가해자로 됐다. 상담기관은 토박이를 보호하는 등의 방법으로 법 집행이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2년간 B군을 도와준 곳은 없다. 가해자란 낙인으로 보호도 받지 못한다. 일부에서는 “맞는 사람만 바보 되니까 때려라”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B군은 ‘힘을 길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전문가들은 피해예방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됐더라면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북청소년폭력예방재단 홍경숙 국장은 “학교는 가해자가 다수인데도 B군을 가해자로 결정했고, 도교육청은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했으며 보호조치도 미흡했다”면서 “(학교는)전문가 상담을 권유했어야 했고, 당국도 봐주기식으로 폭력문제를 해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서민 누구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국가기관인 경찰의 제대로 된 역할도 당부했다.

Wee(위)센터 관계자 역시 피해자 구제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주 덕진 전경민 전문상담교사는 “피해 아이들은 감정처리가 같은 상황일 때 가해자 역할을 한다”면서 “이는 학습효과이기도 한데 상담을 통해 ‘죄가 없음’을 충분히 인식시켜 주고 억울한 감정을 폭력행동으로 왜곡하는 것을 바로 잡아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트레스 분출이 폭력으로 나타나는데 누군가(상담사 등) 자신을 충분히 지지하면 완화된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이 증가하고 흉포화하고 있는 가운데 적절한 상담 등 신속한 보호조치가 요구된다. 전북청예단의 경우 학교폭력 상담실적이 2009년 2,521건에서 지난해 3,951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가해자도 폭행의 이유가 있고 피해자는 보복과 자기방어로 행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피해자에 대해 심리상담을 의무화하는 등 신속한 보호조치를 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소인섭기자 isso@domin.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