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놀이, 내 어깨가 무거워진다
그림자 놀이, 내 어깨가 무거워진다
  • 유현상
  • 승인 2012.05.10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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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놀이>

순창 동산초 3학년 조현성

햇빛이 있을 때 그림자가 생기지요

아이들이 낮에는 그림자 밟기 놀이를 해요

자 이번엔 누가 술래가 될까?

마음이 두근두근 거리지요

 

그늘에서는 그림자가 생기지 않지요

아이들은 술래가 되지 않으려고 그늘에 있지요

어떤 아이들은 집으로 가서 숨지요

그림자 놀이는 재미있는 놀이

<내 어깨가 무거워진다>

삼례동초등학교

6학년 1반 이예찬

요즘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새벽 1시쯤이나 모든 일정이 끝난다고 한다. 나는 그런 아이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 아이들은 어떤 재미를 느끼며 생활을 할까?

나의 하루를 생각해 보았다. 금요일 저녁, 토요일, 일요일은 나에게 천국과도 같은 시간이고 그 시간이 유일한 재미를 느끼며 산다. 전에는 방과후 컴퓨터 시간도 나의 유일한 재미의 시간이었는데 선생님이 바뀌고 난 뒤에는 별 재미를 못 느끼고 오히려 목요일이 참 힘들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아빠의 영어에 대한 목표와 시험 준비를 합치면 나의 하루는 그야말로 최악의 일정으로 꾸며지고 있다. 좀 과장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과장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현실에 와 닿는 고통이다. 시험도 얼마 안 남았다. 걱정이 된다.

‘공부가 다가 아니다.’ 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난다. 그러면서 공부에 대해 대단히 열성적인 어른들은 왜 그럴까? 사실 ‘공부+공부가 우리의 하루다.’ 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그 말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좀 서글프다.

‘과정이 중요하다’라는 말은 틀린 말이다. 결과만 좋으면 과정은 100% 좋기 때문이다. 청소부 밥이 생각난다. 그 책 주인공도 아버지가 1등을 강조하셨기 때문이다.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나 자신조차도 1등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그 마음에 마음을 보태면 부담이 될 것이다.

갑자기 잔뜩 빈정거리고 싶어졌다. 위인전을 보면 노력만 하면 다 된다 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있는데 과연 현실에서는 그것이 통할까? 내 생각인데 분명 위인들도 검은 손이 있을 것이다. 위인이 상처 입으면 영광의 훈장이고 잘못을 저지르면 바로 감추어버리는 검은 내막이 있지 않을까 라고 비뚤어진 생각을 해본다.

요즘에는 작은 것을 막 부수고 싶어진다. 하지만 내일은 뭔가 달라지겠지.

<심사평>

아름다운 조화에는 나비가 없지만 쓴 냉이꽃에는 나비가 앉습니다. 이는 아름답게 꾸며 쓴 글보다는 소박하고 진실한 글이 바로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 되는 것입니다.

동산초 3학년 조현성 어린이의 ‘그림자 놀이' 동시는 지은이가 직접 경험한 일이라 재미있고, 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특히 ’집으로 가서 숨지요‘에서 나머지 아이들은 집으로 온지도 모르고 계속 찾겠다는 생각을 하면 참 재미있지요? 마지막 행에서 ’그림자 놀이는 재미있는 놀이‘ 란 말보다는 글속에서 느끼도록 하면 더 좋겠습니다.

삼례동초 6학년 이예찬 어린이의 ‘내 어깨가 무거워진다’ 생활문을 읽고 보니 이해가 갑니다. 공부는 어른이 되었을 때 부모님이 안계셔도 혼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공부는 해야겠지요. 그러나 초등학교에서는 꼭 1등이 아니고, 모두 백점만이 아닌 기초·기본 교육, 기초·기본 생활습관, 기초·기본 체력을 충분히 닦아 놓으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실력은 올라가게 됩니다. 또한 학원은 자기가 부족한 교과나.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 더욱 큰 효과가 있답니다. 예찬 학생의 솔직하고 진실한 글이 마음을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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