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넘어 시대를 반영하는 자화상
나를 넘어 시대를 반영하는 자화상
  • 김미진기자
  • 승인 2012.05.0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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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신갤러리가 9일부터 29일까지 여는 ‘자화상전’에서 만날 수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

나는 화가다. 스스로 그린 자신의 얼굴, 자화상은 화가의 개인적 ‘시절’뿐만 아니라 한 ‘시대’를 반영한다. 자화상은 미술사 속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였고, 시대와 함께하는 화가들의 모습을 거짓 없이 볼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 그림은 그리는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에게 자아 성찰의 시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서신갤러리(관장 박혜경)의 대표 기획전인 ‘2012년 자화상전’이 올해로 열세 번째를 맞았다. 9일부터 29일까지 전주서신갤러리 전시장.

이 전시는 작가와 미술학도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한 열린 전시로, 심사 없이 출품된 모든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성 작가들과 미술학도들의 작품을 구별없이 한 자리에서 선보임으로서 세대 간의 교류를 이끌어내는 한편, 개인을 넘어 시대를 반영하는 기록으로서의 의미도 지닌다.

특히 올해는 도내 대학생 뿐 아니라 전남 지역의 대학생들까지 참여해 전시의 규모도 크게 확대, 총 243점에 달하는 개성 있는 작품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갤러리 개관 이후 최대 규모인 것.

더욱이 최근 미술대학의 축소 및 폐지에 따른 심리적 위축에도 불구하고 군산대, 목원대, 배재대, 안동대, 원광대, 전북대, 전주대, 조선대까지 총 8개 대학 미술학도 201명이 적극적으로 나서 의미가 깊다.

지역작가로는 고형숙 곽승호 김선강 김윤숙 김정숙 김지현 김충순 김훈 박성수 박인현 박정용 박홍규 서완호 신가림 안희찬 양성모 양순실 여태명 윤길현 이가립 이경례 이기홍 이동형 이상조 이우립 이종만 이주리 이철규 이철량 이희춘 전우진 전정권 조해준 최동순 최수영 최지선 탁소연 한진씨 등 총 38명이 참여한다.

이밖에 독특한 인물화로 수도권에서 주목받고 있는 신진작가 4명의 작품도 만나 볼 수 있다.

‘21세기 신미인도’로 미술계를 넘어 기업의 광고계까지 매료시킨 김정란, 논란이 된 역사적 인물들의 사진을 합성해 정치적, 종교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배강조, 세필 기법으로 산수화와 인물화를 결합한 정준미씨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장 벽면에 수많은 얼굴이 가득 차 있어 마치 인파로 북적이는 축제의 현장에 서 있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모든 것이 빠르게 지나가는 속도의 시대 속에 자신이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과제다. 작가는 물론 누구나 자존을 나타내는 방법에 대해서 한번쯤 고민을 해봤을 터. 처절한 고뇌와 작가정신을 담은 얼굴들은 자아 성찰의 시간을 제공하기 충분하다.

서신갤러리 강민지 큐레이터는 “스마트폰 등의 매체가 발달하고 셀프카메라가 보편화된 오늘날의 자화상은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트랜드와 스타일, 깊은 성찰보다 순간의 감정과 표현해 익숙해진 모습”이라며 “이번 전시가 작가와 관객 모두에게 자신과 타인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내안의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를 찾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진기자 mjy308@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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