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러보는 어머니
다시 불러보는 어머니
  • 신대철
  • 승인 2012.05.08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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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이 아침에 어머니를 불러 본다. 순간 코끝이 찡하고 울컥 가슴이 미어온다. 이 세상에 어머니라는 이름보다 더 큰 이름은 없으며 그 위대함과 가치 앞에 고개 숙이지 않을 수 없다. 어머니는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의 어미 됨이요. 안식과 평안의 상징이며 가정행복의 근간(根幹)으로서 희생적 삶의 마침표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해마다 5월8일 어버이주간이 되면 대학캠퍼스 수강자 모두에게 ‘다시 불러 보는 어머니’라는 특강을 한다.

자식과 가정을 위해 몸 바쳐 헌신하는 어머니의 삶을 뒤돌아보고 어머니에 대한 은혜를 생각하고 사랑과 감사로 돌려주자는 취지이다. 그 시간 많은 학생들이 어머니를 부르며 함께 울었던 감동의 순간순간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느 날 강의시간이었다. 이 날도 어김없이 다시 불러 보는 어머니라는 특강을 진행하였다.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지금 이 순간 나를 위하여 산과 바다, 그리고 들녘에서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의 얼굴을 한 번만 떠올려 보십시오. 오늘, 자기 어머니의 얼굴을 발견한 사람은 반드시 성공합니다.’ 모두가 숙연한 마음으로 어머니 은혜 노래를 부를 때 공대에 다니는 한 남학생이 크게 소리 내어 우는 것이다. 옆에 함께 앉아 있던 여학생이 손수건을 건네주며 달래보지만 이미 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필자 역시 아랑곳하지 않고 눈물로 강의를 마쳤는데 다음주 그 남학생이 편지를 보내왔다.

사연인즉 본인은 순창 쌍치가 고향인데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후 어머니 혼자서 자기를 키우셨는데 본인은 지금까지 한 번도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가난한 자기 집을 원망하고 한탄하였는데 지난 강의시간에 새벽마다 자기를 위해 기도하시고 학비를 보내주기 위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과 들에서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리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렸다는 것이다. 그 순간 불쌍한 어머니의 모습과 자기가 불효자라는 생각에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 학생은 이제부터 절대로 누구를 원망하지 않고 반드시 성공하여 효도하는 아들이 되겠다며 다짐의 글을 깨알같이 적어 놓았다.

어디 그뿐인가? 체육학과에 다니는 1학년 남학생의 사연은 모두가 함께 울기에 충분했다.

농촌 마을에서 대장간을 하시는 아버지를 둔 그 학생은 아버지가 한없이 부끄러운 존재였다고 한다. 망치를 잘못 내려쳐서 엄지손가락이 끊어져 장애인이 되었지만 열심히 일하여 자기를 대학까지 보냈는데 아들은 고마움을 전혀 몰랐다. 이 시간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리는 부모의 모습을 발견하라는 강의 앞에 불현듯 새까맣게 그을린 자기 아버지의 모습이 가슴에 안긴 것이다. 그 학생은 자기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 아버지… 울컥 밀려오는 감정에 말을 잇지 못하는데 영문을 모르는 그 아버지는 그래 아들이구나. 왜 그러느냐? 용돈이 떨어졌느냐? 아버지 그것이 아니고요. 아버지… 아버지… 사랑합니다. 그 한마디를 전하고 부자(父子)는 한없이 함께 울었다고 한다.

그 학생은 다짐했다. 지금까지 철없이 살았던 자신을 반성하고 못난 장애 아버지가 아니라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아버지로 섬기며 효도하겠다는 눈물의 고백은 성공적인 삶을 기대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가족을 대표하는 부모와 형제사랑이 절실하고 부부애가 강조되는 이때에 어머니라는 이름처럼 특효약은 없다. 빨간 카네이션 한 송이도 중요하지만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살아생전에 한번 더 찾아뵙고 효도하는 그 마음이 더 아름답고 넉넉하리라 확신한다.

어머니! 월명암 아홉 고개 머리에 이고 떨리는 발길 가벼이 옮김은 누굴 위한 발걸음이었습니까? 팔월 한낮 태양 빛 아래 호미자루 놓지 않음은 누굴 위한 목마름이었습니까? 이제

노병의 훈장처럼 이마에 주름살만 가득하지만 오늘도 본인의 처지는 생각지 않고 자식걱정 하시는 어머니 앞에 삼가 사랑의 눈물을 바칩니다.

신대철<전북청소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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