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실상을 알아야 처방도 가능
학교폭력, 실상을 알아야 처방도 가능
  • 소인섭기자
  • 승인 2012.05.04 18: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9년 ‘우아한 거짓말’을 냈을 때 ‘이렇게 잔인한 애들이 있겠나’ ‘그렇다고 죽으면 청소년들 다 죽겠네’란 말을 들었다. 그러나 소설은 내가 취재한 것의 3분의 1밖에 못 썼다. 모방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완득이’ 작가 김려령씨의 말이다. 작가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우리 학교는 모범이 돼야 할 사회를 모방하면서 약자를 얕잡는 ‘조직’으로 변질하는 양상이다. 학교를, 그 속에 갇힌 청소년을 걱정하는 동안 학교폭력은 진화하고 있다. 사회가 이 양자 모두를 건강하게 할 방법은 무엇인가. 이에 본보는 ‘청소년의달’ 5월을 맞아 몇 차례에 걸쳐 학교폭력문제를 집중 점검한다.

<1> 실상을 알아야 처방도 가능

지난해 12월20일 대구 A중학교 2학년 B(14)군이 폭력을 견디다 못해 숨지자 학교폭력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로 부각됐다. 전남에서, 대전에서…. 학생들의 자살은 모방이라도 하듯 경향을 가리지 않고 연속돼 청소년은 물론 어른들의 가슴을 찢었다. 자살은 2년째 청소년 사망 1위다. 모범생 일진, 악몽 수학여행 등이 학생간의 숨겨진 폭력이라면 여중생이 여교사를 때려 실신시키는 등의 교사에 대한 폭력은 비밀도 아니다. 교원도 일반직처럼 양성평등목표제를 적용, 채용시 한 성(姓)이 30% 이상이 되도록 한다면 교사에 대한 폭행과 학교폭력이 좀 줄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예의 사건들은 최근 전북도 내에서 발생하지 않았지만 건강하지 못한 학교와 청소년이란 점에서 언제든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어 같이 걱정할 문제다.

지난 1월 전주 C중학교 1학년 어머니는 6개월 동안 폭력에 시달린 아들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지난해 11월 교육감에 “대구처럼 우리 아이가 자살을 해야 해결해 주시겠습니까”라며 절규했다. 지난해 정읍 D중학교에서는 학교폭력에 견디다 못해 자해하는 소동도 있었다. 타 시·도와 같은 극한 상황은 적다지만 폭력에 상당히 노출된 학교는 가·피해자 중재 등 해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도내 학교폭력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전년동기 19건이던 것이 149건으로 무려 8배 가까이 늘었다. 이 가운데 사안이 무거운 집단폭행은 23건으로 전년동기 전체건수보다 많고 성폭력도 3건으로 집계됐다. 당국은 학생과 학부모의 기대감이 커졌고 학교의 은폐가 줄어든 것이 주된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북도교육청이 내놓은 학교폭력 발생현황에 따르면 2010년 241건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339건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초등생의 단순폭행은 3배 넘게 증가했다. 초·중·고생의 금품갈취는 많게는 6배까지 늘었다. 고교생은 물론 초·중생의 성추행·성폭력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폭력의 저연령화를 눈여겨봐야 하는데 폭력건수가 중학생은 35%, 고교생은 25% 증가했다. 초등생은 1년 전에 비해 181%나 급증했다. 건수로 볼 때 중학생이 전체의 46%를 차지한다. 그래서 고교생보다 초·중학생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

도교육청이 지난 1월 중 약 2주간 초·중·고생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왕따·협박·폭행·성폭행·금품갈취 등 직장과 군 조직 등 사회조직에서나 볼 수 있는 폭력형태가 학교에서도 심각했다. 특히 중학생의 학교폭력 발생비율이 증가하고 흉포화와 지속적인 폭행이 두드러졌다. 쉬는 시간과 교실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는 점도 나타났다. 학교나 경찰에 신고도 잘 하지 않는다. 일진회의 존재감도 명확히 드러나 이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도교육청은 교과부가 학교폭력 대책을 발표한 지 약 3주만인 지난 2월 29일 대책을 내놓았다. 담임 중심의 생활지도와 학생 자율능력 신장, 학교문화 개선 지원이 골자다. 교과부는 최근 전국 학생 559만 명을 대상으로 한 학교폭력 조사 분석 결과를 지난달 20일 교과부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전북은 피해가 있다는 응답률이 12.6%로 7위다.

교육청은 가해학생 이름 등이 적힌 결과를 학교에 통보중이다. 각급 학교는 또 정서·행동발달 검사를 진행중으로 학교폭력 예방과 치유에 국력을 쏟고 있다. 문제는 그러나 지난달 경북 영주에서 투신한 중학생이 정서행동발달 선별검사에서 자살감정지수 고위험군으로 분류됐지만 꾸준한 괴롭힘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에서 치료 없는 진단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지적에 교육당국은 귀 기울여야 한다.

소인섭기자 isso@domin.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