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이제는 ‘국민의 집’을 짓자
복지, 이제는 ‘국민의 집’을 짓자
  • 최낙관
  • 승인 2012.05.03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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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11 총선은 막을 내렸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새누리당이 152석을 차지함으로써 여대야소 정국은 이제 현실이 되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127석을 차지하는데 그쳐 선거 초반의 상승세와 분위기를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무기력과 한계를 다시 한 번 드러내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하지만, 늘 반복되는 일이지만 선거패배보다도 더 뼈아픈 현실은 선거 후폭풍으로 인한 긴장과 갈등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전주지방법원에서는 총 4건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가 6개월임을 감안하면 향후 선거관련 고소고발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전쟁의 2막은 재판부에서 다시 한 번 가혹한 승패가 가려질 것이다.

과연 이러한 반복적인 구태를 바라보는 유권자와 시민들의 마음은 어떨까? 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은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올해가 새로운 희망을 쏘는 한해가 될 거라는 기대에 한껏 고무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치열하게 진행되었던 그간의 ‘복지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실현가능한 ‘복지정책’을 유권자들의 밥상에 올려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하는 매니페스토 정책선거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정쟁이 아닌 정책대결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선거는 실종된 채 상대후보를 향한 비방과 흑색선전 등 네거티브 선거 전략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를 바라보는 시민과 유권자의 정신적 공허감은 이제 허탈을 넘어 허무로 향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통해 그간 우리가 경험했던 ‘복지지체’를 극복하고 나아가 복지다운 복지를 향한 우리의 꿈은 치명적인 ‘선거의 덫’에 걸려 또다시 표류하고 있다.

복지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 되었다. 다만, 이 시대정신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복지정책으로 재탄생되어야 한다. 선거와 정치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선거와 정치는 복지수준을 상향조정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출발점이고 매니페스토 정책선거는 이를 실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복지강국 스칸디나비안 국가들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스칸디나비안 복지국가를 대표하는 스웨덴은 복지 후발주자인 우리 대한민국이 배워야할 모델링의 대상으로 유효하다. 스웨덴은 과거 유럽에서 가장 낙후된 변방 국가였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청렴한 국가이자 높은 성장률과 최고 수준의 복지를 자랑하는 명실상부한 복지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스웨덴의 위상과 복지제도의 구축은 좌파정권인 사민당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국민의 집’(The People’s Home) 건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즉 1930년대 이후 스웨덴 복지제도를 대표하는 ‘국민의 집’은 국가적 비전이자 궁극적인 목표였다. 좀 더 부연하면 스웨덴 사민당의 꿈인 ‘국민의 집’은 국가가 안정된 복지제도를 구축해 근로자와 사회적 약자 모두에게 일정수준의 삶의 질을 보장해야한다는 복지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조하고 나아가 모든 국민들은 이를 누릴 수 있는 사회적 권리가 있음을 천명한 권리선언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국민의 집”으로 구체화된 스웨덴의 복지이념은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사민당의 오랜 집권을 통해 더욱 공고히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좌파 정당인 스웨덴 사민당은 1932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총 78년 동안 무려 65년간 집권정당으로 스웨덴 국민의 집 건설을 위해 노력했을 뿐만 아니라 1932년에서 1976년까지 장장 44년간의 오랜 집권을 통해 복지제도를 완성해 나갔다. 이미 이 시기에 스웨덴은 우리 사회가 현재 요구하고 있는 평등을 통한 민주주의 완성, 경제발전과 부의 분배를 통한 삶의 질의 제공, 완전고용을 위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나아가 기회의 균등을 위해 필수적인 무상 교육정책 등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 부분과 영역에 걸쳐 보편적 복지제도를 구축해 냈다. 평등과 연대에 기초한 스웨덴식 발전모델은 완벽한 국민의 집을 건설하고자 했던 사민당의 정치철학이 국민들의 머리와 가슴에 ‘진정성’이라는 의미로 자리 잡은 결과이자 이를 선거에서 표로 보여준 건강한 시민의식에 기인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형 ‘국민의 집’ 건설은 과연 가능한가? 만일 가능하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일까? 이 질문이 어쩌면 우리 국민 모두에게 가장 큰 관심사일 수 있다. 올 연말에 치러지는 대선의 향배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일 수 있음을 우리는 직감한다. 따라서 다가오는 대선에서는 유권자들은 우리 모두가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국민의 집 청사진을 제시하는 정당과 대권주자에게 우리의 권리인 한 표를 던져야 한다고 본다. 우리 사회에 굳건히 지어질 국민의 집 건설 여부가 우리 유권자의 손에 달려있음을 새삼 숙고해 보아야 한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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