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IN Jiff] 각 부문별 심사위원을 만나다
[People IN Jiff] 각 부문별 심사위원을 만나다
  • 김미진기자
  • 승인 2012.05.03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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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가 4일 오후 7시 폐막식과 폐막작 ‘심플라이프’를 상영, 9일간의 일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공감’과 ‘변화’를 슬로건으로 관객과의 진솔한 소통에 나선 봄날의 영화 축제는 과연 얼마만큼 자랐을까. 영화제를 키우는 팔할의 힘, 매서운 눈을 지닌 각 부문별 심사위원을 만나 올해 출품된 작품들의 경향과 전주의 대내외적인 위상, 발전방안 등을 들었다.<편집자 주>

지난 2일 오후 만난 국제경쟁 섹션의 니나 멘케스(Nina Menkes), 주앙 페드로 호드리게스(Joao Pedro Rodrigues), 한국경쟁 섹션의 니클라스 잉스트롬(Niklas Engstrom), 한국단편경쟁 섹션의 윤성호 심사위원.

올해의 수상작을 결정해야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지닌 그들에게 영화를 보는 일은 편하지만 않았다. 하지만 빠듯한 심사일정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관객과 함께 영화를 즐겼고, 나름의 소중한 무엇인가를 얻었음을 고백한다. 10여 편에 달하는 각 섹션 별 경쟁작을 모두 관람한 이들이 찾은 올해의 경향은 무엇일까.

니클라스 잉스트롬 심사위원은 “한국장편경쟁 섹션의 경우 다양한 종류와 장르, 형식의 작품들이 출품돼 트렌드를 말하기 어렵지만, 외국인의 시선으로 경향을 말하자면 한국의 역사와 현재의 상황, 연결고리 등을 풀어놓은 작품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국제경쟁의 니나 멘케스는 “20년 전 내가 영화에 입문했을 때보다 더욱더 새로운 경향을 받아들이는 반응도와 경계가 넓어진 반면, 내러티브나 엔딩이 명확하지 않은 작품들이 많은 것이 최근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앙 페드로 호드리게스 또한 “전주영화제의 상영작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의 경우 너무 많은 자유를 갖게 돼 충분한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결국 제스처만하고 끝나는 작품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한국단편경쟁의 윤성호 심사위원은 “이 같은 심사위원들의 지적은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스텝들과의 상의하는 일이 적어지고 커뮤니티를 통한 설득작업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면서 “감독 자신의 내면속으로 더욱 침잠하고 고요해지면서도 갖게 된 자유에서 사실상 자유롭지 못해 심심하거나 결핍된 양상의 트렌드를 보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들은 전주국제영화제가 갖고 있는 비전을 크게 지지했다. 해외 게스트들의 경우 전주에 대한 명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고, 특히 디지털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주앙 페드로 호드리게스는 “전주와 같이 상업영화가 아닌 다른 영화를 보는 기회를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고, 여러 다른 장르의 포맷을 접할 수 있게 하는 꼭 존재해야하는 영화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포르투갈 리스본에도 전주와 비슷한 비전을 공유한 영화제가 있는데 늘 만원을 이루지만 이상하게도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전용공간인 씨네마떼끄는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면서 “페스티벌의 성격을 띤 영화제에서 좋은 영화를 찾고자하는 관객의 욕구가 있어 영화제가 더욱 흥미로운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니나 멘케스는 “전주와 비엔나, 리스본 영화제들은 상업적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은 아방가르드적인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한국에 전주국제영화제가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니클라스 잉스트롬 역시 “전주의 경우 타 영화제와 달리 월드프리미어에 집착하지 않아서 좋다”면서 “월드프리미어를 강조할 경우 좋지 않은 영화가 상영되기도 하고, 좋은 영화를 충분히 틀어주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영화제는 대안적인 영화의 배급을 원활히 하는 역할을 해내야한다”고 덧붙였다.

갈수록 침체되는 분위기의 단편영화 시장에 대한 영화제의 역할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윤성호 심사위원은 “대부분의 영화제에서 단편부문의 경우 학생들의 재능과 가능성을 평가하는 등 아마추어에게 기회를 주는 분위기”라면서 “기성 감독들의 단편을 상영하는 섹션이 활성회 된다면 단편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니나 멘케스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경우에도 장편을 만들어야 유명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단편을 멀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디지털의 전환으로 누구나 영화에 대한 접근이 쉽고, 각종 영화제에 출품되는 편수 또한 어마어마해지고 있지만 실상 좋은 작품은 몇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니클라스 잉스트롬은 “내가 일하는 코펜하겐 영화제 역시 2천여 편에 달하는 작품이 출품되지만 영화제에 상영되는 작품의 수는 한정돼 있다”며 “영화제가 현실을 반영한 좋은 영화를 찾는 필터의 역할을 잘해야 하는 이유다”고 조언했다.

김미진기자 mjy308@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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