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성과 상호존중 (4)
자율성과 상호존중 (4)
  • 문창룡
  • 승인 2012.05.01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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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아가면서 많은 장애물을 만난다. 그 과정에서 좌절하기도 하고 극복하면서 성취의 맛을 보기도 한다. 이때 누구를 막론하고 관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좋은 관계는 유지하려고 하고 해로운 관계는 단절하거나 방어한다. 당연히 밀착 패턴과 단절 패턴이 반복해서 작용한다.

밀착 패턴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자라거나 편애를 받고 자라는 경우, 자신이 느끼는 외로움 때문에 자신을 사랑해 주고 인정해 줄 사람을 찾는 경우, 부모나 다른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환경에서 자라는 경우에 나타난다. 따라서 밀착패턴을 보이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밀착 패턴을 보이는 것은 어쨌든지 본인 스스로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어릴수록 교정이 쉽다. 나이가 들수록, 기대했던 관계개선의 의지가 꺾일수록 회피하거나 고통 받는 것이 싫어서 관계를 단절해 버리는 패턴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어릴 때부터 이러한 패턴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특히 가족과의 관계에서 밀착 패턴이나 단절 패턴이 일정기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렇게 되면 두 패턴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균형 관계가 굳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심한 경우에는 관계 단절에서 오는 죄책감을 가질 수도 있다. 부모와 가족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보살피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평생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다. 밀착과 단절 패턴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현상을 발견하는 즉시 치유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 점 때문에 필자가 S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던 것이다.

S의 아버지 K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가끔 S의 문제를 필자에게 상담해 왔기 때문이다. S가 아주 어렸을 때는 K의 상담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S에게 가급적 관대하게 대해줄 것과 강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말 것을 주문했었다. 가끔씩 필자의 자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자기도 꼭 그렇게 해보겠노라고 말했다. 그래서 S의 문제는 잘 해결되고 있는 줄 알았다.

어느 날 K와 함께 공항으로 가는 길이었다. “형님, S때문에 고민이 있는데요.” K가 심각하게 말했다. “S, 잘 하고 있지 않아?” “잘 하기는요?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제 엄마 말을 다시 안 듣기 시작해서 속상해요. 아내가 발을 동동 구르는데 해결해 주지도 못하고 떠나왔어요.” S의 어머니 L에게 푸념을 들은 듯 했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아들, 집에서 엄마를 힘들게 하는 아들 S를 남겨두고 외국으로 떠나는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상황을 들어 보니 가족 구성원들은 모두 갈등관계에 있었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필자는 응급처방을 내려야만 했다. 칭찬 카드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몇 가지 지켜야 할 항목도 정해 주었다. 반드시 보상해주겠다는 약속도 하라고 했다. K는 전화로 아내 L에게 필자가 내린 처방을 전달했다. 그리고 다시 귀국했을 때 칭찬카드의 효과는 있었다. S는 아버지 K로부터 엄마와 함께 떠나는 해외여행 쿠폰을 받아냈다. 하지만 S의 이야기는 더 남아 있다. 칭찬카드가 진정한 해결책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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